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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오쎈 현장] “한국 가시니 좋으시겠어요” 오승환이 전한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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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로스앤젤레스(미국), 서정환 기자] “기자님은 한국 가시니 좋으시겠어요.”

그 때는 몰랐다. 오랜 타지생활에서 나온 푸념이겠거니 여겼다. 하지만 오승환(36)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오승환이 진심으로 한국복귀를 원하고 있다.

오승환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인천공항에서 가진 귀국 기자회견에서 돌연 KBO 복귀의사를 드러냈다. 오승환은 취재진 앞에서 “한국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5년간 해외에서 뛰면서 다소 지쳤다. 나이가 들어서 오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2018년은 오승환에게 유독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였다. 지난 2월만 해도 오승환은 텍사스행이 유력했다. 텍사스와 1+1년 최대 925만 달러에 계약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텍사스는 오승환의 팔꿈치 염증을 이유로 계약을 미뤘다. 결국 오승환은 토론토와 1+1년 최대 75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지난 3월 30일 오승환의 데뷔전을 취재하기 위해 토론토로 향했다. 토론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곧장 로저스 센터로 향했다. 간신히 경기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블루제이스 라커룸에 걸린 ‘OH’라는 이름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경기 전 만난 오승환은 “오늘 한국에서 오셨어요? 제가 뭘 볼 게 있다고...”라며 기자를 맞았다. 특유의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했지만 어느 선수보다 따뜻한 환영인사였다. 이날 오승환은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7회말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1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토론토 데뷔전에서 기분 좋은 무실점 투구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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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전을 취재한 뒤 류현진 첫 경기 취재를 위해 피닉스로 이동해야 했다. 작별인사를 하러 오승환을 만났다. “오늘 던지지도 않았는데 뭐 하러 오셨어요”라고 말은 하지만 표정이 밝았다. 오승환은 “한국에 언제 들어가세요?”라고 물었다. “류현진 선수와 추신수 선수 취재하고 한 달 정도 있다가 갑니다”라고 답했다. 오승환은 “한국 가시니 좋으시겠어요. 좋잖아요. 한국에 가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미국에서 다른 선수에 비해 유독 고생을 많이 한 오승환이다. 미국생활이 오래된 추신수는 어려움이 없다. 류현진은 한인사회가 크게 형성된 LA에서 큰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다. 강정호는 음식이나 주위여건을 크게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반면 오승환은 미국에서도 한인이 많이 없는 중부 세인트루이스에서 2년을 보냈다. 한인이 많은 토론토로 이적했지만, 적응할만하니 또 콜로라도로 트레이드 됐다. 두 지역 모두 너무 춥다. 류현진과 만난 오승환은 오랜만에 LA에서 육개장을 먹었다며 웃었다.

밀워키와 가진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오승환을 다시 만났다. 당시 덴버는 섭씨 6도의 날씨에 바람까지 쌀쌀했다. 오승환은 0-4로 뒤진 8회초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설상가상 오승환이 던질 시점에 가랑비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경기를 마친 오승환은 “추워서 손이 얼었다. 공이 빠지더라. 한국시리즈보다 더 추웠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는 홈팀 선수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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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오승환에게 시즌을 마친 소감을 물었다. 오승환은 “야구도 야구지만 야구 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야구하면서 트레이드를 처음 겪었다. 그런 것도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아직까지 공을 던질 수 있다. 공을 놓는 순간까지 지금 이 시간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나중에 다시 들으니 이 때부터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떠날 결심을 한 것이 아닐까.

다음 시즌 계획을 물었다. 보통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평범한 대답이 대부분이다. 오승환은 대답을 주저했다. 그는 “아직 아무 계획도 없다. 일단 여기 짐을 먼저 싸고 한국(에이전시)과 통화를 해봐야 한다. 내년에도 (콜로라도와) 계약이 돼 있다. 지금 그런 것을 이야기 할 시기는 아니다”라면서 확답을 주지 않았다.

결국 열흘 뒤 한국으로 돌아간 오승환은 인천공항에서 작심한 듯 기자들을 만나 복귀이야기를 꺼냈다. 한국복귀가 오승환의 의지만으로 성사될 일은 아니다. 현 소속구단 콜로라도의 계획도 있고, 삼성과 임의탈퇴신분 문제도 풀어야 한다. KBO차원에서 과거 원정불법도박에 대한 징계도 논의돼야 한다. 여러 가지 문제가 많지만 국내복귀를 원하는 오승환의 진심만큼은 변치 않아 보인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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