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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명도 없다니, 당혹" vs "당장 추방을"…예멘 난민심사 갈라진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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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제주 예멘인 난민신청 심사 결과발표 안팎

정부 당국이 17일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에 대한 난민심사 결과 아무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339명에 대해 인도적 차원의 체류를 허가하자 난민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찬반이 확 갈렸다.

난민을 찬성하는 단체들은 “난민 심사 결정을 받은 373명 중 난민 인정자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고 정부 당국의 조치를 비판했다. 반면 난민 반대 단체 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주요 정당의 사이트 등에 찾아가 예멘 난민 반대의 글을 올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이날 상반기 제주에 입국해 난민지위를 신청한 예멘인 458명 가운데 339명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체류만 추가로 허가했다. 34명은 단순 불인정, 85명은 보류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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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난민 수용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난민인권단체들 “난민 인정자 한 명도 없다니…개별심사 이뤄져야”

공익법센터 ‘어필’을 비롯한 난민인권네트워크와 기독교장로회 제주노회 정의평화위원회를 비롯한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한 심사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입장문에서 “난민심사 결정을 받은 373명 중 난민 인정자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며 “난민협약상 사유와의 관련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개별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법무부가 어떤 근거로 34명을 송환의 대상으로 삼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인도적 체류허가 339명도 얼마든지 송환될 수 있는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난민은 정무적 고려 속에 활용될 대상이 아니라 명확한 보호의 대상”이라며 “난민심사는 난민협약 및 기타 국제인권법령을 준수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특별한 법적 근거 없이 내린 34명에 대한 불인정 결정을 철회하라”며 “예멘 국적 난민들의 정착이 가능하도록 인도적 체류자의 처우 개선에도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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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난민 수용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보신각 맞은편 인도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 등장 “난민들을 즉각 추방하라”

1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 당국이 이날 예멘인 339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허가를 내준 것을 반대하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청원글 ‘(긴급) 제주 예맨 난민 339명 인도적체류 허가, 난민법 폐지하라, 추방하라, 정부는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을 올리고 인도적 체류 허가를 내준 것을 비판했다.

청원인은 글에서 “결국엔 모두 인도체류로 출도해제로 전국 어디로 갈 수 있게 만들었다”며 “정부는 즉시 난민들을 모두 추방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무시하고 이들에게 체류 허가하고 전국 어디로 갈 수 있게 하는 행위는 앞으로 한국에 더 큰 분란을 발생하게끔 만들었다”며 “많은 국민들이 집회해도 정부는 오직 난민과 불체자 옹호뉴스와 언론 탄앞으로 국민들 눈과 귀를 막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난민 반대론자들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서 반대 의견을 올리고 있다. 기독인이라고 밝힌 박모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 예멘출신 제주 난민신청자 481명 중 362명이 체류허가가 됐다. 75% 성공률”이라며 “이슬람 세계에 소문이 퍼져 앞으로 무슬림들을 어떻게 감당하려나?”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아이디 raim****)은 트위터에 “국민을 무시해도 유분수지...국민 청원은 왜 하는거냐?”라며 “당근 지금은 예멘인들도 조용하겠지. 시간 지나면 전국에 퍼져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닐지 어떻게 알겠냐?”고 힐난했다.

◆제주 예멘인 339명 인도적 체류 허가...난민 인정은 없었다

올해 상반기 제주에 입국해 난민 지위를 신청한 예멘인 458명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결국 아무도 없었다. 대신 339명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체류만 추가로 허가됐다. 34명은 단순 불인정, 85명은 보류 결정됐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올해 제주에서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총 481명(신청 포기자 3명) 중 앞서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23명을 제외한 458명에 대한 심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에 의한 심도있는 면접과 국내외 사실 검증, 국가 정황 조사, 관계기관 신원검증, 마약검사, 국내외 범죄경력 조회 등의 심사 결과 339명은 국내 인도적 체류가 허가됐고 34명은 단순 불인정, 85명은 보류 결정됐다. 이번에도 난민 지위를 부여받은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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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4일 오전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밝은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제주=뉴시스


이로써 지난달 14일 같은 허가를 받은 23명을 포함해 예멘인 국내 인도적 체류자는 362명으로 늘어났다.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았더라도 향후 예멘 국가정황이 호전되거나 국내외 범죄사실이 발생 또는 발견될 경우에는 체류허가 취소 또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진다.

출도제한 조치 해제 후에는 체류지 변경시 새로운 체류지를 관할하는 출입국·외국인 관서에 신고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이들이 내륙으로 이동하더라도 체류지는 파악할 수 있다고 출입국청은 설명했다.

◆ 전문가 “예멘 난민은 피난민…인도적 체류허가는 예상했던 일”

전문가들은 법무부의 예멘인 339명 인도적 체류 허가에 대해 예상한 결과였다는 반응이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17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난민법과 난민협약에 따라 난민은 법률용어로 망명자를 뜻하는데 예멘인은 내전을 피해 한국에 온 ‘피난민’으로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즉 예멘인들 중 실질적으로 망명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난민인정이 아닌 인도적 체류허가를 내주는 게 법률상 적합하다는 것이다.

설 교수는 “이번 판단은 난민법과 UN 난민협약규정에 부합한다”며 “난민 지원단체에서 권익 옹호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그건 권리의 문제일 뿐 난민인정 절차는 법 규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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