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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갯가재 온몸은 과학… 눈은 자율차, 골격은 항공기에 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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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리노이대 빅토르 그루에프 교수 연구팀은 지난 11일 국제학술지 '옵티카'에 "편광(偏光)을 감지하는 갯가재(Mantis shrimp)의 눈을 모방해 어두운 밤에도 선명하게 도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편광은 한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을 말한다. 편광을 감지하면 밝기는 덜하지만 난반사를 막을 수 있어 물체를 비교적 또렷하게 감지할 수 있다. 편광 선글라스의 원리와 같다. 그루에프 교수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 자율주행 차량들은 어두운 밤이나 안개가 낄 경우 주변을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편광을 감지하면 시야가 1만 배 이상 선명해진다"며 "기존 카메라에 센서만 장치하기 때문에 제작 비용은 10달러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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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가재가 첨단 기술의 보고(寶庫)로 각광받고 있다. 갯가재의 특별한 눈은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자율주행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고, 강력한 앞다리와 부서지지 않는 껍데기는 항공·스포츠·군사 등 다양한 분야의 신소재 개발에 영감을 주고 있다.

수중 위치 파악하고 암세포도 진단

갯가재는 동물 중 가장 복잡한 눈을 갖고 있다. 사람은 빨강·초록·파랑 세 가지 색깔의 빛만 감지한다. 세 가지 빛을 조합해 다른 색을 인식한다. 반면 갯가재는 12가지 기본색을 조합해 세상을 본다. 특히 갯가재는 편광을 자유자재로 선택해 볼 수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 일세 데일리 박사는 2016년 7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갯가재가 눈을 굴려서 특정 편광의 각도에 맞게 눈 안의 광수용체를 정렬한다고 설명했다. 빛이 광수용체에 정렬되면 좀 더 사물이 또렷이 보여 빛이 부족한 심해에서도 선명하게 물체를 구분할 수 있다.

미국과 호주 과학자들은 올 4월 이런 갯가재 눈의 원리를 이용해 바닷속에서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편광 패턴 인식 카메라를 개발했다. 바닷속에서는 위성 신호가 약해 GPS(위성항법장치)를 쓸 수 없다. 연구진은 햇빛이 물속으로 들어오면서 편광 패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석했다. 이를 거꾸로 이용하면 바닷속에서 햇빛의 편광 패턴을 통해 위치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이런 방식으로 찾아낸 위치 오차가 수십㎞ 정도로 아직 정확도가 낮다. 편광 패턴은 태양의 위치나 대기·수중 오염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인공지능(AI) 머신 러닝을 적용해 이런 변수를 계산해 거리 오차를 1㎞ 이내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편광을 효과적으로 감지하는 갯가재의 눈은 암세포 진단에도 활용되고 있다. 암세포는 일반 현미경상에서는 일반 세포와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암세포의 황폐해진 내부 구조는 빛을 대부분 산란시킨다는 점이 정상 세포와 다르다. 특정 편광 필터로 보면 암세포는 파란색으로, 정상 세포는 노란색으로 보인다. 호주 퀸즐랜드대 저스틴 마셜 교수는 지난 2014년 갯가재의 눈 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암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카메라 기술을 개발했다.

강한 앞다리에 착안한 인명 구조 장비

눈만 특별한 게 아니다. 갯가재는 새우·게처럼 죽은 생물을 먹는 다른 갑각류와 달리 살아있는 먹잇감을 때려 기절시킨다. 몸집이 불과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강력한 앞다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갯가재는 곤봉처럼 생긴 다리를 초속 23m로 뻗어 먹잇감을 기절시키거나 껍질을 부순다. 용수철이 눌려졌다가 힘차게 튕겨나가듯 강한 펀치를 날리는 것이다. 수족관 유리도 깨부술 정도로 괴력(怪力)을 자랑한다.

지난 2016년 미국에서는 갯가재의 앞다리를 모방해 구조 현장에서 벽이나 문을 부수는 중장비를 개발했다. 용수철과 연결된 금속 막대를 힘껏 당겼다가 놓았을 때 생기는 강한 반동으로 두꺼운 벽을 깨부수는 것이다.

갯가재는 탈피 전까지 곤봉 다리를 5만 번 휘두르지만 별다른 손상을 입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리를 둘러싼 독특한 골격 구조 덕분이다. 데이비드 키사일러스 미국 UC리버사이드 교수는 올 1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갯가재의 다리는 나선형 구조의 키틴 섬유 사이를 뼈 물질이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방향으로 배열된 분자는 그쪽으로 힘을 주면 전체 구조가 무너진다. 하지만 갯가재의 다리처럼 분자들이 나선으로 엇갈리게 있으면 외부 충격을 받아도 일부만 부서지고 형태는 유지된다. 권투 선수가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손에 천을 여러 방향으로 감는 원리와 비슷하다. 현재 항공업계에서는 이런 구조를 모방해 가벼우면서 단단한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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