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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휴대폰 구입 따로, 개통 따로하면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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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들이 '휴대전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추진하는 데 대해 이동통신 중소 유통점들이 "자영업자 말살 정책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이동통신 개통 서비스 업무와 휴대전화기 판매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키워드

완전자급제 도입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휴대전화기 판매와 통신 3사의 개통 서비스를 분리하면 경쟁 활성화로 스마트폰 가격과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소 유통업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강경 규제에 대해 "소비자 혜택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유통망 축소로 중소 영세업자만 타격을 받는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 과방위 국감 계기로 다시 쟁점화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9월부터 여야 의원 3명이 각각 발의한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이 3건 계류돼 있다. 통신 3사가 휴대전화기 판매를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올 초 정부 주도로 만든 사회적 논의 기구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뒤 별다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조선비즈

중소 이동통신 유통점들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17일 서울 흑석동의 한 스마트폰 판매점 유리창에 이를 비판하는 글이 적힌 모습. 이통판매점협회 소속 일부 판매점은 이날 항의 표시로 이통업체 1위인 SK텔레콤의 개통 업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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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각된 것은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때 변재일·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완전자급제 도입을 촉구하면서다. 이동통신 서비스와 휴대전화기 판매를 분리하면 통신 3사가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줄여 더 싼 요금제 개발에 집중할 수 있고, 제조업체들 역시 판매 확대를 위해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논리였다. 변재일 의원은 "통신 3사가 (유통점에) 3년간 10조원에 달하는 판매 장려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통신요금으로 전가되는 것"이라며 "유통망으로 흘러가는 비용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의원은 현재 이동통신 유통점을 4분의 1로만 줄여도 통신 3사가 약 3조원을 확보해 통신비 인하에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 유통점 "자영업자 말살 정책" 반발

중소 이동통신 유통점들이 바로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 12일 입장문에서 "완전자급제야말로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상공인 보호 방침에 역행한다. 자영업자 말살 정책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2014년 보조금 경쟁을 막은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도입으로 전국 유통점이 3만3000개에서 현재 2만여 개로 줄어든 상태"라며 "완전자급제를 강행한다면 6만명에 달하는 유통점 종사자들이 생업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에는 SK텔레콤 전국대리점협회와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가 각각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문을 내놓기도 했다.

통신 3사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중소 유통점들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재점화 배후에 통신업체들이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일부 판매점에서는 17일 항의 표시로 통신업체 1위인 SK텔레콤의 개통 업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통신 3사가 완전자급제에 적극 반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체 한 관계자는 "월 통신비 청구요금서에 휴대전화기 월부금이 함께 포함돼 마치 통신 3사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범으로 오해를 받는다"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그런 오해는 벗을 수 있겠지만 통신업체가 국회에 로비를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던 월 통신요금 25% 감면 혜택이 없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원래 월 통신요금 감면은 단통법에 따라 소비자가 새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판매 보조금 대신 통신 3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그런 만큼 통신 3사가 휴대전화 판매를 하지 않게 되면 통신요금을 할인해 줄 근거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위원장을 맡았던 강병민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 어디에도 시장 원리에 맡기지 않고 자급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며 "과연 시장 원리에 맡기지 않고 이처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적절한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했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

통신업체 대리점이 아니라 삼성디지털플라자·하이마트·전자랜드 같은 대형 전자 유통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휴대전화기를 사서 고객이 원하는 통신업체에 가입하는 제도.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휴대폰 판매에서 손을 떼고 개통 업무만 하게 된다.

김봉기 기자(knigh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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