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뛴 유가에 원가 부담 40조 증가
엔화 대비 원화 실효환율도 상승
기업들 ‘금리 오를라’ 투자 망설여
“수출 다변화, 외화 쿠션 마련해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85%를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2015년 배럴당 45달러대에서 17일 현재 80달러를 오가고 있다. 국내 원유 수입물량(연 10억 배럴)을 감안하면 한 해 유류비 추가 부담만 예년보다 350억 달러(40조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는 구조상 유가가 오르면 원재료 단가가 올라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망가진다”며 “무역 흑자가 줄면서 무역 수지가 나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더 큰 부담은 이런 유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라 다음달부터 원유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여기에 새로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타결로 석유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온 교수는 “배럴당 100달러 돌파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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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에 따르면 한·일 수출 경합도는 0.5다. 한국 수출품의 50%가 일본과 겹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 등 13개 산업 상당수가 일본의 주력 수출품과 경쟁 중이다. 일본 제품과의 경쟁에서 가격 싸움에 밀려 수출이 줄면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5% 더 떨어질 경우 우리 수출은 1.4%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0.27%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정했다.
유가 상승이 환율에 영향을 줘 ‘3고 현상’을 가속한다는 분석도 있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으로 국내 물가가 오르면 이는 결국 실질 환율 절상으로 이어진다”며 “최저임금 인상도 비(非)교역재 물가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실질 환율 절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발 금리 인상 역시 한국 수출에 부정적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하며 디플레이션 발생 등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우리 수출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외화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자 국내에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문제는 금리 인상 후폭풍이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교수는 “금리가 오르면 가계 부채 이자 등 각종 금융 비용이 늘어나 가정에선 소비를 늘리기 쉽지 않고 기업도 차입 비용이 늘면서 신규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면서 “한국은행이 금리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대외여건을 감안해 “3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안세영 성균관대 국제협상전공 특임교수)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수출 다변화가 최선의 방책”이라며 “다른 국가와의 외화 차입 협정 등을 통해 외화 쿠션(완충장치)을 보유하는 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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