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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카슈끄지 살해 '일파만파'…비난에도 트럼프는 사우디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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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살인' '고문·참수' 의혹 난무…美의회, 제재 만지작

트럼프 "진상규명 먼저"…연일 사우디 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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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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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자국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영어권에선 카쇼기로 발음)를 처참히 살해했다는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국제사회가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사우디 정부 및 왕실을 비호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반면, 유엔과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등은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의 유력한 배후로 지목받는 사우디를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카슈끄지의 죽음을 둘러싸고 토막살인, 고문, 참수 등 잔혹한 방법이 동원됐다는 각종 설(說)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충격도 커지는 상황이다.

G7 외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카슈끄지의 실종 사건은 매우 걱정스럽다. 책임이 있는 이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리는 터키와 사우디의 협력을 지지하며 사우디는 말한대로 완전하면서도 신뢰할 만하며 투명하고 신속한 조사를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미첼 바첼레트 유엔인권최고대표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의 면책특권을 박탈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우디 당국이 이번 살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슈끄지 사건 여파로 사우디가 야심차게 준비하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도 파행 위기다. '사막의 다보스 포럼'을 꿈꾸는 FII는 오는 23일부터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버진그룹, 블랙록, JP모간체이스, 포드 자동차 등 글로벌기업 수장들이 연이어 보이콧해서다.

여기에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까지 중동 방문 일정을 통째로 취소하면서 FII는 반쪽 행사로 전락할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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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6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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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평소 사우디 왕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트럼프 대통령은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그는 16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불거졌던 '성폭행 미수' 의혹에 빗대며 사우디를 향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되레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며 "또 시작이다.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는 (사우디가) 유죄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캐버노 대법관을 조사했고, 그는 내가 아는 한 쭉 무죄였다"고 덧붙였다.

성폭행 미수 의혹에도 불구하고 의회 인준 절차를 무사히 넘긴 캐버노 대법관 사례를 통해 의혹은 의혹일 뿐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가 미국 시민이 아니라고 두 차례 언급하는 등 애써 진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편들기'만으로는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터키 수사당국은 카슈끄지 실종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경호원을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막살인 및 참수설 배후에도 사우디 당국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폼페이오 장관을 급파한 날, 사우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계좌에 1억달러를 송금한 사실이 알려지며 양국 간 모종의 거래가 있다는 의혹까지 제시되는 상황이다.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도 카슈끄지 사건을 놓고 사우디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사우디 왕세자는 이번 실종 사건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독성 있는 인물이며, 정신분열증적이고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공화·테네시)을 포함한 상원 외교위원회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세계 마그니츠키 인권 책임법'에 따라 사법 절차 없이 이뤄진 살해와 고문, 인권 침해 책임자에 대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미국의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그니츠키법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가해자를 제재해야 하는지 조사하고 120일 안에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조사결과에 따라 살해 배후에 사우디 정부가 있다는 점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제재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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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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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jun4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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