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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너 같은 게 선배냐”…직장내 폭언·왕따 당한 근로자 울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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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하우시스 근로자 6명 "팀장에 찍혀 수년 간 따돌림" 주장

'투명인간' 취급 당한 근로자 중증우울증 걸리기도

중앙일보

17일 오전 청주시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LG하우시스 옥산공장 근로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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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충북 청주에 있는 LG하우시스 옥신공장 생산팀에 입사한 김모(32)씨는 지난 1월 중증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수년간 지속된직장내 따돌림이 화근이 됐다. 김씨는 “동료들이 인사를 받아주지 않거나 아는 척을 하지 않아 팀에서 외톨이가 됐다”며 “한참 어린 후배들이 반말을 하거나 욕설을 일삼아 정상적인 직장 생활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2012년 노동조합의 지침에 따라 임단협 출정식에 참가하고 노조 조끼·리본을 착용하는 등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이래 왕따가 시작됐다”며 “한 후배에게 ‘일어나 Ⅹ발놈아’ ‘너 같은 건 선배로 인정 안한다’는 모욕적인 말을 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수년 간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LG하우시스 직장 내 집단 괴롭힘 피해자 모임’은 17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 집행 간부로 활동하거나 특정 팀원과 친하게 지냈다는 이유로 수년 동안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다”며 “조직적으로 특정 근로자들을 따돌리도록 주동한 가해 책임자들을 엄중히 조치하라”고 주장했다.

근로자 6명으로 구성된 피해자 모임은 “회사에 우호적인 A팀장 주도 아래 비정상적인 조직문화가 구축됐음에도 회사는 이를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청주노동인권센터가 조사한 피해자들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노조 집행 간부로 활동하면서 집단 따돌림이 시작됐다고 했다. A팀장 눈 밖에 난 팀원들에게 인사 주고받지 않기, 말 안 걸기, 애경사 가지 않기, 팀 회식 일정 알려주지 않기 등 차별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 같은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퇴사한 근로자가 2016년부터 최근까지 15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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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청주시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LG하우시스 옥산공장 근로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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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입사한 강모(33)씨는 험담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2016년 어느 날 동기들에게 ‘A팀장이 지나치게 동기 모임에 개입하고 지시하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라며 “이후 A팀장을 따르는 사원들이 내가 일하는 곳을 찾아와 막말과 반말을 하면서 ‘조심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당시 찾아온 사원들은 강씨보다 3~5살 어렸던 후배들로, 그 전까지는 형이라 부르며 친한 사이였다.

홍모(35)씨는 2012년 노조 간부로 활동하면서 따돌림을 당했다고 했다. 홍씨는 “2012년 배전반 화재로 회사 안전관리팀에 조처를 해달라고요청했지만,작업반장에게 질책을 받았다”며 “당시 반장은 ‘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걸 왜 안전팀에 말했냐. 노조 앞잡이냐’고 몰아붙였고 이후 팀원들이 말을 걸지 않았다”고 말했다.

LG하우시스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LG하우시스 관계자는 “A팀장 주도로 회사 내에서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이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직장 내 왕따보다는 개인 간의 갈등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팀의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문화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 노사 합동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광복 공인노무사는 “생산직 근로자의 고충처리 과정은 대개 반장, 실장, 팀장을 거쳐 인사팀에 보고되기 때문에 회사측에서 정확한 상황 파악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팀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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