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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MT리포트]손 내밀면 도와주는데 40개월 지나 찾아오는 연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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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편집자주] '서민금융'은 신용도가 떨어져서, 소득이 낮아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거나 빌리더라도 높은 금리를 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금융이다. 2008년 미소금융으로 시작해 햇살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됐다. 하지만 10년을 지나며 양적으론 커졌지만 문제를 드러냈다. 복잡한 상품 구조, 공급중심의 정책, 민간상품과의 충돌, 도덕적 해이에 따른 부실률 상승, 재원 고갈 등 서민금융의 문제를 짚어본다.

[정책 서민금융 틀을 바꾸자]<3>채무조정 원금 감면률 높이고 변제기간은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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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충북 옥천에서 빚에 허덕이다 부인과 세 딸을 살해한 40대 가장이 구속됐다. 그는 "빚에 시달리는 것이 괴로워 가족을 살해하고 나도 따라 죽으려 했다"고 자백했다. 검도관을 운영하는 그는 수억 원의 빚을 졌고, 급기야 사채에 손을 대면서 한 달에 수 백 만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에 시달렸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빚이 불어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40대 가장이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재무조정제도를 알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신청한 즉시 빚 독촉이 중단된다.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도 최대 60% 감면받는다.

신복위의 채무조정제도는 ‘프리워크아웃’과 ‘개인워크아웃’ 2가지로 운영된다. 프리워크아웃은 31~90일 연체된 빚에 대해 연체 이자를 감면해준다. 개인워크아웃은 최저 생계비 이상의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3개월(90일) 이상 연체한 경우 이자 전액이 면제되고 원금은 30~60% 감면된다. 남은 빚은 최대 8년간 나눠 갚으면 된다.

개인워크아웃은 연체 3개월 이상이 대상인데도 신청자의 평균 연체기간은 3년 4개월에 달한다. 대출이 3개월 이상 연체되면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신용정보원에 등록되고 신용등급도 7등급 이하로 하락하는데도 평균적으로 연체 3년이 넘어야 채무조정을 신청한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빚 독촉에 시달리는 채무자들은 채권 추심이 무서워 일단 숨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2002년에 설립된 신복위는 은행,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 5285곳과 협약을 맺어 채무조정을 하는데 일부 채무자들은 신복위가 금융회사 대신 빚을 추심한다고 오해한다. 채무조정을 받으면 생계비를 제외한 모든 수입을 꼬박꼬박 갚아 나가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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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숨기에 급급한 채무자들이 빠른 시일 안에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상환 부담을 낮춰줄 계획이다. 평균 40%대 중반의 원금 감면율을 약 50% 중반대로 끌어올려 갚아 나가야 할 원금을 종전 대비 10%포인트가량 줄여주는 방안이 검토된다. 채무감면율을 높여 주는 대신 빚 갚는 기간을 종전 최대 8년보다 단축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연체 3년이 지나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라 서다. 정부가 서민금융 제도 전달체계를 전면적으로 손보려 하는 이유다. 현재 서민금융지원센터는 신복위와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43곳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서민금융상담센터 51곳, 서민금융종합센터 13곳 등 총 107곳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서민금융상담·종합센터는 기초수급권자 지원 등 복지제도 지원이 우선이고 신복위 직원이나 서민금융진흥원 직원은 2~3일 간격으로 파견을 나가 매일 업무를 보는 것도 아니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는 신복위 직원이 채무조정을, 서민금융진흥원 직원이 서민금융상품 지원을 각각 맡고 있는데 아직은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 예컨대 햇살론을 이용하려고 찾아온 신청자가 추가 대출보다 기존 채무조정이 시급한 것으로 보이면 신복위 제도를 먼저 이용하도록 안내해야 하는데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일각에선 신복위와 서민금융진흥원의 기관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통합센터에서 ‘원스톱’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너지를 확대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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