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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美, '이란판 포스코'까지 제재…혁명수비대 '자금줄' 차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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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금융 거래 차단 시도…인도주의 물품 관여 은행도

멜랏은행 제재로 한국 기업 미수금 회수도 차질

연합뉴스

미국의 제재대상이 된 이란 멜랏은행[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테헤란=연합뉴스) 강영두 강훈상 특파원 =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6일(현지시간) 이란의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와 예하 준군사조직인 바시즈민병대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이란 은행과 기업 등 22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제재 대상엔 이란의 대표적인 농기계회사인 이란트락토르, 철강회사인 모바라케 철강, 금융 홀딩회사 본야드 타본 바시즈, 투자사 메흐르 에그테서드, 멜랏은행 등 22개 기업과 은행이 포함됐다.

OFAC는 이들이 IRGC와 바시즈민병대에 자금과 금융 거래를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으나 이들 군 조직의 핵심 인사는 제재 대상이다. 이들은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중동 내 무장 정파를 지원하고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한다.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모바라케 철강은 제강 규모 면에서 이란뿐 아니라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최대 철강회사로 '이란의 포스코'라고 할 수 있다.

OFAC는 이 회사가 바시즈민병대 산하의 금융 대기업 '본야드 타본 바시즈'가 소유한 투자사 메흐르 에그테사드에 연간 수백만 달러를 보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결국 이 자금이 IRGC와 바시즈민병대의 테러조직 지원에 쓰였다는 것이다.

이런 표면적인 이유 외에 미국 정부는 모바라케 철강을 제재함으로써 이란의 주 수출품목인 철강 수출을 막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130만t을 수출했다.

또 이란 철강회사 가운데 이 회사만 핫코일(자동차, 가전, 건설 등에 쓰이는 강판)을 생산하는 만큼 이란의 다른 산업 분야에도 파급 효과가 클 수 있다.

이날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이란 파르시안 은행에 대한 제재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란 내 다른 은행에 비교해 재무 상태가 상대적으로 건실하다는 평가를 받은 덕분에 이 은행은 유럽과 이란 간 교역 대금을 거래하는 통로로 잘 알려진 금융 기관이다. 이 은행 역시 과거 미국의 제재 대상이었으나 테러 자금과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번처럼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대상은 아니었다.

특히 이 은행은 의약품, 식료품 등 인도주의적 물품의 수출입에 간여했다.

파르시안 은행에 대한 제재는 이란이 핵합의를 유지하겠다는 유럽과 교역 확대로 미국의 제재에 맞서려고 하자 이란과 유럽 사이의 금융 채널을 차단하겠다는 미국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란 금융전문 언론인 에스판디야르 바트만게리드즈는 트위터에 "이번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지난 10년간 가장 심각하다. 트럼프 정부는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 식품과 의약품 거래의 핵심 역할을 하던 은행을 제재함으로써 평범한 이란 국민의 일상을 제재했다"고 비판했다.

이란 민간은행 중 가장 자산이 많은 멜랏은행도 2016년 1월 핵합의 이행으로 제재가 풀렸다가 이날 다시 제재 명단에 올랐다.

이란 내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에 지점을 둔 멜랏은행에 대한 제재는 한국 기업에도 타격을 줄 전망이다.

올해 5월 미국의 핵합의 탈퇴 선언 이후 한국과 이란의 수출입 대금 결제를 담당했던 한국 내 은행의 원화결제계좌 거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멜랏은행을 통해 미수금이 한국으로 송금됐기 때문이다.

이란에 진출한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현재 한국 기업이 이란에서 받지 못한 미수금이 2천300억원에 달하는 데 멜랏은행이 제재 대상이 되면서 설사 현지에서 미수금을 받아도 한국으로 보낼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OFAC가 대이란 제재 명단을 발표한 직후 한국 내 시중은행이 멜랏은행 서울지점의 송금을 즉시 거부했다.

OFAC는 이번 제재와 관련, "제재 대상 기업은 IRGC가 테러 자금 마련을 위해 어떻게 주요 산업과 경제 영역에 침투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IRGC가 어린이를 군사훈련 시켜 시리아 내전으로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국제사회는 바시즈민병대가 운영하는 회사들, IRGC의 유령회사들과 사업하는 것은 인도주의 문제와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8월 이란 정부의 달러화 매입 금지 등을 포함한 1단계 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또 내달 5일부터는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는 원유 제재를 복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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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재대상이 된 이란 파르시안 은행[연합뉴스자료사진]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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