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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유가·환율·금리 상승…'신 3고(高) 시대'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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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3고(高)’가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중간재 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유가 급등, 수출에 직격탄인 실효 환율 상승, 금리 인상 압박이라는 삼중고다. 80~90년대 한국의 고성장을 뒷받침했던 저유가·저달러·저금리라는 ‘3저(低)’와 반대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유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85%를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2015년 배럴당 45달러대에서 올해 7월 72.5달러를 찍고 17일 현재 80달러를 오가고 있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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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는 구조상, 유가가 오르면 수입 단가가 올라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망가진다. 국내 원유 수입물량(연 10억 배럴)을 감안하면 한 해 유류비 추가부담만 예년보다 350억 달러(40조원) 더 늘어난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 때문에 무역 흑자가 줄면서 무역 수지도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더 큰 부담은 이런 유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라 다음 달부터 원유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여기에 새로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타결로 석유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온 교수는 “주요 산유국과 석유 기업들이 유가 상승을 내심 즐기고 있다”면서 “배럴당 100달러 돌파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경우 최근 1년간 1055~1142원의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실질실효환율을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질실효환율은 61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나타낸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기준 연도(2010년)보다 그 나라 화폐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이 수치가 오르면 수출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000년 1월 104.99에서 올해 8월 114.69로 비싸졌다. 반면 일본의 실질실효환율은 같은 기간 126.68에서 76.25까지 내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대규모 양적 완화로 엔저를 유도해온 결과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미·중 등 수출 시장에서 한·일 수출 경합도는 0.5다. 한국 수출품의 50%가 일본과 겹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 등 13개 산업 상당수가 일본의 주력 수출품과 경쟁 중이다. 일본 제품과 경쟁에서 가격 싸움에 밀려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5% 더 떨어질 경우 우리 수출은 1.4%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0.27%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정했다.

유가 상승이 환율에 영향을 줘 ‘3고 현상’을 가속한다는 분석도 있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으로 국내 물가가 오르면 이는 결국 실질 환율 절상으로 나타난다”면서 “실질 환율 절상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 수출에 부담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최저 임금 인상도 비(非)교역재 물가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실질 환율 절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발 금리 인상 역시 한국 수출에 부정적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하며 디플레이션 발생 등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우리 수출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외화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자 국내에도 “우리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수차례 제기됐다. 문제는 금리를 올리게 되면 가계와 기업의 동반 위축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금리가 오르면 가계 부채 등 각종 금융 비용이 늘어나 가정에선 소비를 늘리기 쉽지 않고 기업도 차입 비용이 늘면서 신규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라면서 “정부가 금리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대외여건을 감안해 “3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특단의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안세영 성균관대 국제협상전공 특임교수)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유가가 올라도 버틸 수 있는 회복력 강한 산업 체질을 갖춰야 한다”면서 “다른 국가와의 외화 차입 협정 등을 통해 외화 쿠션(완충장치)을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출 다변화가 최선의 방책이며 특히 부채가 늘어난 이머징 국가보다는 미국·유럽 등의 비중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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