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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SS인터뷰①]'자체제작돌' 카밀라 "제작·PR·매니저·운전·코디·헤어·프로듀서 직접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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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3인조 걸그룹 카밀라(한초임, 정유빈, 정유나). 대중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가요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이미 ‘스타’다.

이 팀은 소속사가 없다. 지난 2013년 엠넷 댄싱9 시즌1에서 화제가 됐던 한초임이 이 팀의 실질적인 대표이자 프로듀서다. 매니저도, 코디네이터도, 메이크업 아티스트, SNS 관리자도 없다. 모두 멤버들의 역할이다. 이 팀 리더 한초임은 직접 방송국을 누비며 방송PR을 한다. “카밀라 한초임이 방송국 복도에서 자신들의 홍보용 CD에 직접 스티커를 붙이고 있더라”등의 목격담이 매니저들 사이에서 떠돈다. 한초임은 가요 프로그램 출연을 위한 PD와의 미팅, 일명 ‘페이스 타임’에도 직접 나선다. 다른 신인 그룹은 한번 출연하기도 어렵다는 가요 프로그램에 5주 동안 수차례 나서는 ‘성과’를 얻었다.

가요 매니저 중에는 “모든 팀이 카밀라 처럼 활동하면 매니저란 직업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며 위기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중소기획사 대표들은 소속사 매니저들에게 “카밀라를 봐라. 저팀은 직접 다니며서도 방송 출연 기회를 잘 얻는데, 너희는 뭐하는거냐”고 혼내기도 한다. 한초임은 가요 기획사 대표들에게 “우리 회사 매니저를 해볼 생각은 없나”, “우리 팀 코디네이터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룹 멤버이자 리더이자 대표인 한초임은 각종 출연 섭외 전화도 직접 받는다. 카밀라와 인터뷰 및 사진 촬영 요청을 위해 한초임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사진 촬영은 상반신만 하냐, 전신을 찍냐”고 물었다. 그에 따라 신발 협찬 여부가 가려지고, 팀의 이동 동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다음은 카밀라와 인터뷰 전문. 대부분 대화는 리더 한초임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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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카밀라 한초임.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알고 있나.

그렇다더라.(웃음) 8월 28일 MBC뮤직 음악 프로그램 ‘쇼챔피언’ 출연을 위해 담당 PD와 시간을 갖는, 소위 ‘페이스 미팅’에 처음 가봤다. 지인에게 미팅 참여 방법을 배웠는데, 전날 프로그램 SNS에 들어가 팔로워 신청을 하고 댓글을 달면 순서대로 다음날 PD와 미팅을 갖는 시스템이다. 갔더니 가요 매니저 60여 명 가량이 있더라. 나 혼자 여자였다.(웃음) 그때 이슈가 됐다. 그 다음에도 가요 프로그램 페이스타임마다 내가 보이니 많은 제작자나 매니저들이 “쟤 뭐지?”라며 신기해 한다더라.

-직접 방송PR을 하는데, 데뷔 그룹 치고는 보기 드물게 많은 TV 가요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쇼챔피언’ PD님이 좋게 봐주셔서 4주 연속 출연할 수 있었다. 음원 발매일에 처음 출연했고,이후 4주 연속 나갔다.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더라.(웃음) SBS 인기가요에 두번 출연했고, KBS 뮤직뱅크에 한번 나갔다. 인기가와, 뮤직뱅크 PD님들도 저희를 좋게 봐주셨기에 가능했다.

처음엔 굉장히 떨렸다. 어떻게 말할지도 모르겠고, 다른 매니저들 사이에 줄 서있다가 PD를 만나면 심장이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중소 가요 기획사 소속팀일 경우 음악 방송 출연 기회를 잡는게 쉽지 않다.

경쟁률이 세다. 가요 프로그램의 경우 한주에 60~70개 팀 중 10여팀 정도가 방송에 출연한다.

‘쇼챔피언’에 3번 출연한 뒤 4번째는 안 될 줄 알았다. 그래서 ‘페이스 미팅’ 때 멤버 셋이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방송국 분들이 우릴 좋게 봤다며 PD님이 또 출연시켜 주신다 하더라. ‘쇼챔피언’에서 데뷔해줘 고맙다고 하셨다.

KBS ‘뮤직뱅크’는 9월 중순에 한번 페이스미팅을 신청하고 못갔다. 다른 일정이 있었는데 나 대신 갈 사람이 없었다.(웃음) 다른 매니저들에게 들으니 ‘뮤직뱅크’ PD님이 “왜 카밀라 안왔냐?”고 궁금해 했다더라. 그래서 땅을 치고 후회했다. 다른 일정을 연기하고 갔어야 했는데... 그래서 그 다음주에 페이스미팅에 갔다. 다행히 PD가 우리를 좋게 봐줘서 출연할 수 있었다.

일단 혼자 여자니까 눈에 띄는 점은 있다. 매니저가 아니라 내가 아티스트이다 보니 내 간절함을 PD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도 있었을 텐데 흐름을 잘 탄 거 같다. 신선하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방송에 여러번 출연할 수 있었다.

(정유빈) 솔직히 초임 언니가 방송 출연 기회를 못 잡아올줄 알았다. 방송국 간다길래 아예 기대도 안했다. 우리가 음악 방송에 출연할지 몰랐다.(웃음)

-기획사 방송PR 매니저로 스카웃 제의도 받았다고.

현장에서 기획사 대표들을 뵈면 명함을 주시며 “우리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할 생각 없냐”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우리팀 전체를 영입하는데는 관심이 없으시고, 나를 매니저로 고용하려고 하는 분들이 있더라. 유명한 가수 출신 제작자에게도 “이번에 걸그룹을 제작하는데 방송 홍보 등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웃음)

내 나이가 벌써 29세다. 지금 아니면 언제 다시 아이돌을 할까 하는 생각에 열심히 발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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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카밀라 정유빈.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매주 방송에 나오다가 10월 첫째주에는 가요 프로그램 출연이 없었다.

한창 봇물 터지듯 방송을 해야 하는 시점인데... 데뷔전 미리 잡혀있던 일본 일정이 있었다. 비행기표를 물을 수도 없고, 우리를 기다리는 팬들도 있어 미룰 수 없었다. 그래서 페이스미팅에 갈 수 없었다. 나 대신 갈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한주를 쉬었는데 다시 방송사 페이스미팅에 열심히 다니려 한다.

방송에 나가고, 안 나가고가 큰 차이가 있더라. 방송에 안 나가면 금세 잊히는 것 같다. 데뷔후 5주 동안 방송에 나갔는데, SNS 반응 등이 확실리 달라지더라. 다른 팀 팬들이 우리를 함께 응원해주는 경우도 조금씩 늘고 있다.

-소속사도 없고, 매니저도 없고, 다른 스태프도 없다.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 보니 줄이려고 한다. 셋 다 건강한데 직접 못할 게 뭐 있나. 멤버 두명은 자가용이 있으니 운전도 직접하면 된다. 막내 정유나는 외부 행사가 있으면 택시를 타고 다닌다. 멀리 갈 때는 셋이 차 한대로 움직인다.

머리는 아는 헤여샵에 가서 멤버 각자 돈을 내고 한다. 스타일리스트도 따로 없다. 첫 방송 출연 때는 의상에 신경을 쓰느라 100만원을 썼다. 액세서리 구입 비용 포함이다. 걸그룹 블랙핑크처럼 화려하게 입고 싶어서 백화점 명품관이나 강남의 해외 브랜드 편집샵도 많이 돌아다니며 보는 눈을 키운다. 매 방송마다 옷을 바꿔입어야 해서 주로 동대문을 이용한다. 직접 도매상처럼 뛰고, 집에 있는 각자 옷도 입으면서 매 방송마다 셋이 합쳐 20~30만원 정도의 비용을 의상에 지출했다.

우리팀 의상에 대해서는 자랑하고 싶다. 친한 스타일리스트에게 평소에 옷을 잘 못 입는다는 말을 듣는데, 이번 카밀라 의상에 대해서는 “전문 스타일리스트 해도 되겠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어떤 기획사 대표에게 “우리 회사 아이돌 스타일리스트가 돼달라”는 전화를 최근 받기도 했다.(웃음) 원래 사람은 입고 싶은 옷을 입어야 기분이 좋지 않나. 인형놀이를 하듯 나와 멤버들에게 예쁜 옷을 입히며 일하니 행복하다.

사무실, 연습실은 따로 없다. 연습실이 필요할 땐 여기저기 손벌리며 다닌다. 무료로 대여해주는 좋은 분들이 있다. SNS관리는 직접 한다. 페이스북 계정 1개, 트위터 계정 1개 , 인스타그램 계정 2개(한국, 일본 별도), 유튜브 계정 1개가 있다.

-사실상 멤버 한초임이 대표다. 다른 멤버들과 계약서는 썼나.

1인 기획사 같긴 하지만 회사 이름 같은 것은 없다.(웃음) 계약서는 없다. 우린 마음으로 계약했다. 아직 몇번 행사를 안해 입금된 돈도 없지만 공연을 한 날 우선적으로 멤버들에게 돈을 줬다. 공연을 하면 기다리지 않고 그때그때 비용을 제외한 뒤 멤버들과 나눈다. 고생은 하는데 수익이 없으면 할 맛이 안난다. 빨리빨리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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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카밀라 정유나.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소속사가 없을 때 좋은 점, 힘든 점은.

(한초임)
혼자 5~6년 일했지만 회사를 들어가본 적이 없다. 기존 기획사 시스템에선 소속 가수가 빚을 지기 쉽다. 굳이 소속사의 필요성을 못느꼈다. 회사가 있으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마음 맞는 친구들과 직접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내가 일을 성사시키는데 만족감을 느끼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걸그룹 멤버에 머물지 않고 나중에 전문적인 제작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정유빈)좋았다. 연습생 생활도 해봤고, 계약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어 기존 기획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정유나)직접 의상을 구하기 위해 밤에 동대문에 가는게 좀 피곤하긴 하지만 원하는 대로 입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좋다. 한초임 언니를 7월에 만났는데 첫 인상은 말을 참 잘한다는 거였다. 카밀라의 향후 계획도 말해줬는데 믿음이 갔다. 소개 받고 일주일 뒤 녹음을 하고 2주일 만에 뮤직비디오를 찍었다.(웃음)

monami153@sportsseoul.com

<걸그룹 카밀라 정유나, 한초임, 정유빈. 사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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