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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스페이스]'명왕성' 복귀하면 '방탄소년단'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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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방탄소년단의 노래 '134340'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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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그럴 수만 있다면 물어보고 싶었어. 그때 왜 그랬는지 왜 날 내쫓았는지. 어떤 이름도 없이 여전히 널 맴도네. 작별이 무색해 그 변함 없는 색채. 나에겐 이름이 없구나. 나도 너의 별이었는데, 넌 빛이라서 좋겠다 난 그런 널 받을 뿐인데, 무너진 왕성에 남은 명이 뭔 의미가 있어."

방탄소년단(BTS)의 '134340'입니다. 노래 제목이 신선했습니다. 처음엔 연인끼리만 아는 비밀번호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노래 가사를 읽어보니 지난 2006년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에서 퇴출된 '명왕성(Pluto)'을 노래한 것이었습니다.

명왕성의 최초 발견자 클라이드 톰보의 모국인 미국은 명왕성의 행성 지위 유지를 위해 '명왕성의 날'을 지정하는 등 무수히 노력하지만 결국 왜소행성으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여전히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임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BTS가 미국인들의 이런 감성적인 부분을 절묘하게 파고든 것도 성공의 한 요소가 아닐까요.

지금 BTS의 이 노래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명왕성에 다시 행성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새로운 논문이 발표되면서 '왜소행성' 신분의 '134340플루토'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됐기 때문입니다.

미항공우주국(NASA) 일부 학자들이 지난해 행성의 정의를 새로 정립해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국제천문연맹(IAU)에 제출한데 이어 미국인들이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준 것입니다. 그에 맞춰 BTS의 노래가 미국인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지요.

지난달 10일 센트럴플로리다대학 행성 과학자인 필립 메츠거 박사의 연구팀은 과학저널 '이카루스(Icarus)'에 명왕성에 다시 행성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메츠거 박사팀은 지난 200년간의 학술 문헌을 검토한 결과 명왕성의 행성 탈락 이유가 된 '깨끗한 궤도' 조항은 역사적으로 근거없는 잘못된 기준이라고 IAU의 명왕성을 탈락 근거를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IAU가 정의하는 행성은 ▲태양 주위를 돌고(공전) ▲구(球) 형태를 유지하면서 충분한 질량과 중력을 갖고 있어야 하며 ▲궤도 상에 지배적 역할을 하는 다른 천체가 없어야 하는 등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IAU는 명왕성이 앞의 두 조건은 충족하지만 태양을 도는 궤도 상에 겹친 '카이퍼 벨트'에서 명왕성과 크기가 비슷한 '에리스'가 발견된 데 이어 2003년에는 자신보다 큰 '제나(2003UB313)'가 발견되면서 마지막 세 번째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고 퇴출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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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Pluto)'은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의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134340플루토'는 왼쪽의 행성들에 비해 규모가 적어 점처럼 보입니다.[사진=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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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츠거 박사팀은 이 세 번째 기준이 규정을 바꿀 당시 과학자들이 소행성과 행성을 구별짓는 표준으로 주장됐지만, 지난 200년간의 학술문헌을 검토한 결과 이 기준을 적용한 연구는 1802년 태양계에서 최초로 왜소행성 '세레스(Ceres)'가 발견된 직후 단 한 차례밖에 없었으며, 그마저도 나중에 틀린 것으로 입증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메츠거 박사는 "IAU의 행성 정의는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개념을 토대로 만든 엉성한 것"이라면서 이런 잘못된 기준을 정하는 바람에 "우리 태양계에서 지구 다음으로 복합적이고 흥미로운 행성을 배제하게 됐다"고 탄식했습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134340플루토는 화성보다 더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천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2015년 7월 134340플루토 근접비행을 성공한 NASA의 뉴호라이즌스는 134340플루토에는 구름이 있는 다층성 대기와 거대한 얼음산, 지하에 바다가 존재하며, 고대 호수 흔적이 있다는 관측결과를 보내 과학자들을 흥분시키기도 했습니다.

NASA의 뉴호라이즌스팀은 지난해 "핵융합을 겪은 적이 없고, 충분한 자체 중력을 지녀 궤도 매개변수와 무관하게 3축 타원체로 묘사될 만한 회전 타원형을 띤 항성 하위개념의 질량체"라는 행성 분류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134340플루토와 달,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등 일부 위성도 행성의 지위를 얻게 됩니다.

134340플루토의 현재 신분은 '왜소행성'입니다. 왜소행성은 행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태양계 천체 중 달처럼 행성을 도는 위성이 아닌 행성을 말합니다. 134340플루토, 세레스, 제나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BTS는 "내 차가운 심장은 영하 248도"라고 노래했습니다. 134340플루토의 대기온도가 영하 248도입니다. 미국 과학자들은 134340플루토가 다시 명왕성이 될 때까지 차가운 심장을 유지한 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인 것 같습니다.

BTS는 미국인의 감성을, 과학자들은 이성을 자극하며 명왕성의 행성복귀를 돕고 있는 것 같습니다. 134340플루토가 다시 명왕성이 된다면, BTS는 미국인들에게 더욱 더 사랑받지 않을까요? 요즘 아이돌의 노래가 가볍게 들리지 않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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