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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알뜰주유소, 옆가게 기름값 인상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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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주유소, 옆 가게와 기름값 비슷해도 인상 저지 효과
지방 영세주유소는 경영난 우려…"알뜰하지 않다" 주장도

국내 휘발유‧경유 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정부가 기름 값 안정을 위해 도입한 알뜰주유소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나 농협이 정유사로부터 휘발유와 경유를 공동구매하는 방식으로 공급가격을 낮춰 소비자에게 저렴한 기름을 제공하기 위해 2011년부터 시행됐다.

탄생 7주년을 맞이한 알뜰주유소가 도입 취지대로 휘발유‧경유 소매가격을 낮추고, 인근 경쟁주유소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분분하다. 그러나 서울 시내에서는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눈에 띄게 싸진 않더라도 인근 주유소 휘발유 값을 어느 정도 잡아두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L(리터)당 1685.11원으로 나타났다. 상표별로 살펴보면 SK에너지가 L당 1700.83원으로 가장 비쌌고, 알뜰주유소가 L당 1658.6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전체 평균 가격으로 보면 알뜰주유소가 SK에너지보다 L당 40원 가량 싼 편이다.

현대오일뱅크(L당 1678.41원)나 에쓰오일(L당 1679.32원)과는 20원 차이가 난다. 알뜰주유소를 통해 L당 100원 싼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유사 폴(상표) 주유소가 각종 카드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면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알뜰주유소보다 싼 일반주유소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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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알뜰주유소 전경 /진상훈 기자



이날 서울에서 가장 싼 주유소는 알뜰주유소가 아닌 강북구 에쓰오일 북서울고속주유소(L당 1639원)다. 서울 최저가 주유소 1~8위는 에쓰오일(2곳), GS칼텍스(1곳), 현대오일뱅크(4곳), SK에너지(1곳) 등이 차지하고 있다. 주유소 숫자가 40개로 많은 편인 서초구에는 알뜰주유소(농협알뜰)보다 싼 일반주유소가 14곳이나 있다.

알뜰주유소 사장 A씨는 "알뜰주유소도 결국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 받고, 중간 대리점 역할을 하는 석유공사 등도 마진을 소폭 확보하기 때문에 공급가격이 싸지 않다"며 "알뜰주유소가 다른 주유소보다 L당 100원 이상 싸게 팔진 못하고 있지만, 인근 주유소 가격 상승을 막는 효과는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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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 한 주유소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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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천구 알뜰주유소 인근 2곳 L당 1668원으로 동일 수준 유지

서울 시내 알뜰주유소(EX, NH-OIL 포함)는 13곳이다. 서초구 만남의광장주유소는 고속도로에 진입해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12곳으로 볼 수 있다. 서울 시내 알뜰주유소 대부분 지역 평균 가격(L당 1768.84)보다 100원 가량 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뜰주유소 주변에 있는 주유소들은 알뜰주유소와 가격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

강서구와 양천구를 지나는 국회대로에 있는 알뜰주유소 Y주유소는 L당 1668원이다. Y주유소와 나란히 붙어 있는 SK에너지 M주유소나 GS칼텍스 G주유소 모두 L당 1668원에 휘발유를 판매 중이다. 알뜰주유소가 있는 곳에서 횡반보도 하나만 건너면 휘발유 값이 달라진다. 맞은편 주유소들은 휘발유 가격을 L당 1736원, 1783원으로 책정했다.

영등포구 도림로 D주유소도 이 일대 휘발유 값을 L당 1666원 수준에 묶어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주유소 반경 1㎞ 안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 12곳 중 6곳(D주유소 포함)이 L당 1666원이다. 범위 내 가장 비싼 주유소인 SK에너지 N주유소도 L당 1718원으로 서울 지역 평균 L당 1768.84원보다 50원 가량 싸다.

기름 값이 싸기로 유명한 광진구 천호대로에 위치한 알뜰주유소 평안주유소는 휘발유 L당 1658원을 받고 있다.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경쟁 관계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능동주유소도 L당 1658원을 받는다. 평안주유소에서 차로 6분 거리에 있는 에쓰오일 S주유소도 L당 1658원으로 휘발유 값이 동일하다.

휘발유 값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구로구 시흥대로에 있는 알뜰주유소 J주유소의 휘발유 값은 L당 1667원이다. 샛길 하나를 두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현대오일뱅크 G주유소는 셀프주유소에 고급 세차 서비스와 각종 제휴 행사를 하면서 L당 1669원을 받고 있다. 알뜰주유소보다 L당 2원 더 비싼 것으로 중형차 연료탱크(70L)를 가득 채웠을 때 140원 차이가 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4년 ‘알뜰주유소 진입에 따른 경쟁주유소의 가격반응’ 자료를 통해 알뜰주유소가 영업을 시작한 뒤 경쟁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경유 가격이 1~2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인하되는 경향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휘발유와 경유 소매가격을 각각 L당 2000원, 1800원으로 가정했을 경우 알뜰주유소 진입에 따라 평균 3.4~3.7원의 판매가격 인하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가 작년 1월 정부에 제출한 ‘자영알뜰주유소 5년간 운영실태 분석 및 개선 방안 마련 보고서’에서도 알뜰주유소의 가격 인하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알뜰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368.2원이고, 알뜰주유소 반경 3㎞ 내 평균이 L당 1398.1원, 알뜰주유소 제외한 지역 평균이 L당 1400.6원, 전국 평균이 1402.6원 등으로 알뜰주유소에서 범위가 확대될수록 판매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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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DB



◇ 알뜰주유소, 가격 인하 효과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주장도

반면 알뜰주유소의 가격 인하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주장도 있다. 강서구 남부순환로에 있는 알뜰주유소 U주유소는 L당 1658원에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는데, 불과 1㎞ 떨어진 SK에너지 S주유소는 L당 1899원에 판매 중이다. 금천구 시흥대로 SK에너지 E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L당 1743원으로 600m 가량 떨어진 알뜰주유소가 L당 1655원에 휘발유를 팔고 있지만 90원 가량 가격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알뜰주유소의 경쟁 촉진 효과가 미미하고, 인근 주유소의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6년 ‘알뜰주유소의 도입과 시장경쟁효과 분석’ 자료를 통해 알뜰주유소 도입으로 인한 시장경쟁효과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주유소 판매가격은 소유형태, 임대료, 소재지역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알뜰주유소로 인한 시장경쟁효과를 추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알뜰주유소가 전환 이전에도 싼 가격을 유지하던 주유소였다면 경쟁효과가 있다고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고도 했다.

홍우형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알뜰주유소 인근 경쟁주유소 가격은 알뜰주유소 진입 초기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이후에 이전 가격이나 더 높은 가격으로 복귀하는 현상을 보였다"며 "알뜰주유소 가격이 감소했음에도 인근 경쟁주유소 가격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주유소업계는 알뜰주유소가 저가 경쟁을 촉발시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휘발유 값은 국제 유가, 정부 세금, 정유사 유통비용 및 마진, 주유소 유통비용 및 마진 등으로 이뤄지는데 세금이나 정유사 마진은 그대로 두고 주유소 마진을 줄여 기름 값을 낮춘다는 불만이 나온다. 주유소 평균 영업이익률은 1.8%로 일반 소매업 평균 영업이익률 6%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중에서도 EX알뜰주유소가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반주유소의 판매물량이 전체적으로 줄었다. 갈수록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 시내는 통행 차량이 많기 때문에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지방 주유소들의 경영난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조지원 기자(ji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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