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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외국 스타트업들 우르르 우주로… 한국은 하늘만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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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평양 외곽에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생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근거는 평양 외곽을 찍은 위성사진이었다. 이 위성사진은 플래닛랩이라는 미국의 우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신발 박스만 한 소형 위성으로 촬영한 것이었다.

미국과 소련의 군사 경쟁으로 시작된 국가 주도의 우주 개발이 이제 본격적인 우주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안형준 박사는 "공공 부문의 '구우주(Old Space)'는 지구 밖 심우주 탐사에 집중하고, 민간 주도의 '신우주(New Space)'가 새로 지구의 우주 산업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IT(정보기술) 산업에서 부를 쌓은 억만장자들이 스페이스X블루오리진 같은 우주 기업을 세워 신우주의 문을 열었다면 최근에는 우주 스타트업들이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브라이스텍에 따르면 2015~2017년 연간 20억(2조2600억원)~30억달러가 우주 스타트업에 투자됐다. 우주 스타트업에 대한 전문 벤처캐피털도 180곳에 이르며, 61%가 지난 6년 사이 설립됐다.

소형 위성이 이끈 우주 스타트업 붐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은 내년부터 민간 우주여행을 시작한다. 베이조스는 15일(현지 시각) "내년 상반기 지구 저궤도에서 무중력을 체험하는 우주여행을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 블루오리진에 10억달러(1조128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우주 관광은 베이조스를 비롯해 리처드 브랜슨 버진 갤럭틱 회장,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최고경영자) 등 이른바 '우주 억만장자'들의 과감한 투자로 현실화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국제우주정거장 화물 서비스도 도맡고 있고, 블루오리진은 달기지로의 화물 운송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소형 위성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플래닛랩은 우주 공간에 150여 대의 소형 위성을 남북극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스파이어도 같은 방식으로 60여 대의 소형 위성 군집을 만들어 7만5000척의 전 세계 선박 이동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에서 창업한 플루로샛은 소형 위성으로 농작물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일본 아스트로스케일은 기존 위성에 위협이 되는 우주 쓰레기를 처리할 소형 위성을 가동할 계획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유로컨설트는 최신 보고서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무게 500㎏ 이하 소형 위성이 1187대 발사됐다고 밝혔다. 유로컨설트는 2027년까지 7038대가 추가로 우주에 올라갈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 원웹과 스페이스X는 통신중계용 소형 위성들을 띄워 전 세계를 위성 통신망으로 잇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형 발사체 개발 경쟁도 치열

조선비즈



소형 위성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소형 발사체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길이 10m 정도의 소형 발사체는 발사 비용이 스페이스X의 펠컨 같은 대형 발사체의 10분 1 수준으로 상업화에 용이하다.

미국 스타트업 로켓랩은 올해 뉴질랜드 발사장에서 두 번의 소형 위성 발사체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우주관광업체 버진 갤럭틱에 이어 작년 소형 위성 발사업체 버진 오비트를 설립했다. 회사는 올해 안으로 항공기에 매달아 발사하는 소형 발사체를 시험할 예정이다. 중국과 일본도 정부의 지원으로 소형 위성 발사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 원스페이스는 지난 5월 중국 민간 기업으로 처음으로 소형 위성 발사 로켓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도 올 초 비슷한 규모의 소형 로켓을 발사했다. 캐논전자IHI에어로스페이스·시미즈건설·일본정책투자은행은 공동으로 2021년까지 소형 위성 전용 발사장을 건설키로 했다.

한국, 우주 기업 생태계 부족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부 주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이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더라도 프로젝트가 끝나면 곧바로 흩어져 민간의 기술 축적과 투자 생태계 구축이 힘들다.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할 기회도 적다. 소형 위성 스타트업인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의 박재필 대표는 "정부 프로젝트는 10~20년의 경력이 있어야 참여가 가능해 스타트업 육성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NASA같은 우주 개발 전담기구를 만들어 민간 기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달 탐사 로봇 개발사인 미국 애스트로보틱스의 댄 핸드릭스 부회장은 "한국처럼 정부 주도의 대형 위성·발사체 개발 위주로는 산업화에 한계가 있다"며 "작은 기업들이 소형 위성이나 탐사 장비를 개발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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