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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샤넬·에르메스가 반했다, 그의 패션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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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간 헤스]

18일부터 갤러리아포레서 전시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디올, 펜디, 발렌티노…. 개성 강한 패션 브랜드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브랜드 대표 이미지를 내놓기 위해 이 여성을 찾는다는 것. 세계에서 '가장 바쁜'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메간 헤스(Hess·43)다. 날렵한 펜 터치와 풍부한 색감으로 마치 판타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백색 도화지를 채운다. 미국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으로 직접 불러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으며, 팝가수 비욘세와 마돈나도 그녀에게 일러스트를 맡겼다. 만년필로 유명한 몽블랑에선 펜으로 작업하는 그녀를 위해 '몬티'라는 제품을 따로 제작해 증정했다. '패션 일러스트'라는 분야를 개척한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34만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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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까지 서울에서 작품전을 하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메간 헤스가‘KOREA’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자신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메간 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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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풍경, 디올, 발렌티노와 협업한 작품, 가수 비욘세, 파리 패션위크 스케치(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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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서울라이티움에서 열리는 '메간 헤스 아이코닉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메간 헤스는 웨딩드레스 원단 같은 도톰한 실크 바지 슈트 차림이었다. 호주 그리핀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뒤 작은 광고회사에서 수년간 광고지 삽화만 그렸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건 마치 신데렐라 탄생기 같았다. 디즈니의 요청으로 그린 '디즈니 공주' 시리즈는 어쩌면 자기 인생을 반영한 건지도 모른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가 가장 어려웠어요. 피자 토핑 그리는 게 그나마 괜찮은 일이었죠. 한번은 승마 매뉴얼 책을 낸다기에 말이 뛰어오르는 한 장면을 위해 그림을 375개나 그렸죠. 6개월 동안 수만 장을 그리며 매달렸는데 결국 책은 출간되지 못했지요."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던 날, 밤새 짐을 쌌다. 예술적 기질이 넘치는 런던으로 향했다. 하루에도 수십 군데 지원서를 냈고, 마침내 런던 유명 백화점인 '리버티'의 아트 디렉터를 맡았다. 말이 아트 디렉터지 거의 자원봉사나 다름없었다. "일년 동안 거의 돈을 벌지 못했지만 그때처럼 행복했던 때가 없어요. 백화점에 필요한 일러스트는 크든 작든 모두 도맡았죠. 언제 쉬었느냐고 묻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요." 벌이는 적었지만 리버티란 이름의 힘은 대단했다. 그토록 원하던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훨훨 날 수 있는 '기회의 자유'가 찾아왔다. "2006년 어느 날 한밤중이었죠.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 캔디스 부슈널이 새 책을 내는데 일러스트를 그려줄 수 있느냐고 했죠. 그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됐고, 캔디스가 제게 '섹스 앤 더 시티' 책 표지 도안을 비롯해 여러 책의 일러스트를 맡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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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초상화


당당한 여성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겠다는 그녀의 포부를 실은 타임지 인터뷰가 인쇄된 날, 헤스의 전화기엔 기업들의 협업 요청이 폭주했다. "2012년 미셸 오바마와의 작업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미셸의 에너지는 대단했고, 자화상을 그린다는 건 인생에서 다시 오기 힘들 영광이었죠. 백악관의 세세한 부분까지 사실적으로 그려야 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이 필요했어요. '마음에 든다'며 짓는 미셸의 따스한 미소가 그 어느 칭찬보다 절 날아오르게 했지요."

12월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선 메간의 작품 3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메간은 "한국 팬들과 큐레이터들이 새로운 시선으로 패션을 바라봐주는 열정에 반했다"며 한국을 첫 대형 전시 장소로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에도 패션 일러스트 하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예쁘기만 한 그림이 아니라, 다양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콘텐츠 생산자란 점을 주목했으면 좋겠어요."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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