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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56세 택시기사의 슬픈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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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6일 고공농성 408일째를 맞은 김재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북지회장이 김 지회장 본인과 농성장 내부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본보에 제공했다. 촬영은 본보 요청으로 이뤄졌다. 김재주 지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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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무슨 날인지 압니다. 차광호 동지가 세운 최고 기록과 같아지는 날이죠.”

택시노동자 김재주(56)씨가 전북 전주시청 앞 광장의 25m 높이 조명탑 위에서 홀로 고공 농성을 벌인 지 16일로 408일째가 됐다. 김씨는 이날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소화 기능이 갈수록 나빠지는 등 몸이 좋지 않지만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농성장을 지킬 것”이라며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408일간의 고공 농성은 앞서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 차광호(48)씨가 세운 국내 최장 기록과 같다. 차씨는 섬유 제조사 스타케미칼(모기업 스타플렉스)의 석연찮은 가동 중단과 권고사직에 항의하며 2014년 5월27일부터 경북 구미의 공장 안 굴뚝에서 408일간 고공 농성을 한 바 있다. 직전 최고 기록은 2011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크레인 고공농성(309일)이다.

김씨의 요구는 사납금제를 법대로 처벌하고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월급제로 전환해 달라는 것이다. 법인택시회사 소속 근로자(기사)가 매일 회사에 일정 금액을 내고, 나머지 수입을 갖는 사납금제는 택시 기사의 장시간 노동과 난폭 운전 등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사납금제 폐지를 위해 1997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됐지만, 법에 해석의 여지가 있고 법원 판결도 엇갈려 여전히 전국에서 사납금제가 유지되고 있다. 택시 노조의 요구에 전주시가 지난 8월 사납금제를 유지한 택시 사업주를 1차 행정처분했지만 택시 회사들의 반발로 이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김씨로 인해 ‘직전 최고기록 보유자’가 될 예정인 차광호씨는 이날 통화에서 “법을 지켜달라는 당연한 요구를 하기 위해 이렇게 오랜 기간 고공 농성을 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면서 “408일간의 기록이 깨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차씨는 지난해 11월12일부터 339일째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고공 농성 중인 홍기탁(45), 박준호(45)씨를 지상에서 지원하고 있다.
한국일보

차광호(오른쪽) 파인텍 지회장과 구 스타케미칼 해복투 동료인 정모(왼쪽)씨가 지난 2월 16일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아래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동료들에게 올려 보낼 도시락을 밧줄에 묶고 있다. 신혜정 기자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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