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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생생경제]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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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생생경제]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임승수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 저자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올해가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입니다. 마르크스. 사실 우리 사회의 금기시된 단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마르크스 사상에 대해 학문으로 고민해 보고 연구해보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저도 한 번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요. 아주 쉽게 이야기해주실 분 모셨습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의 저자, 임승수 작가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작가님?

◆ 임승수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 저자(이하 임승수)>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제가 섭외전화를 드리니까 굉장히 놀라셨어요. 왜 놀라셨어요?

◆ 임승수> 사실 연락 온 자체에 놀라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간혹 라디오에도 출연했으니까요. 다만 전화해서 마르크스를 주제로 하시겠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 김혜민> 왜요?

◆ 임승수> 왜냐하면, 제 책이 이제 막 나온 것도 아니고요. 책이라는 것은 신간이 나와서 소개 막 할 때 조금 언론의 조명을 받지, 이쯤 되면 죽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약간 늦게 연락이 온 다음에, 그것도 마르크스로. 어떤 책에 대해서가 아니라 마르크스를 주제로 얘기를 하자고 하셔서 PD분의 사상이 궁금하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죠.

◇ 김혜민> 제 사상은 여러분들이 의심 안 하셔도 되고요.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이 올해 되기도 했고요. 저는 학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이야기해보고, 토론해볼 정도의 사회적 성숙도는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에 대해서 누가 제일 잘해줄까, 연사를 제가 사실은 굉장히 많이 찾았어요. 그런데 어느 누구도 선뜻 소개를 안 해주더라고요.

◆ 임승수> 모 방송을 듣고 관심을 가지게 되신 건가요?

◇ 김혜민> 사실은 아주 인기 있는 팟캐스트에서 작가님께서 아주 뜨거우세요. 그래서 제가 공중파로 모셨습니다.

◆ 임승수> 감사합니다.

◇ 김혜민> 본론을 그러면 이제 얘기해볼게요. 마르크스, 엥겔스, 공산당 선언. 일단 여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어요?

◆ 임승수> 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리고 말씀하신 공산당 선언뿐만 아니라 『자본론』. 주로 마르크스, 엥겔스 하면 사회주의, 공산주의, ‘빨갱이.’ 저 같은 경우는 실제로 2013년도에 제가 경희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는데, 한 학생이 저를 국정원에 신고하기도 했어요. 그때 사회면에 대서특필되고, 그런 경험도 있는데요.

◇ 김혜민> 캠퍼스에서 마르크스, 엥겔스, 공산당 선언을 강의했다고요?

◆ 임승수> 2학점짜리 수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제 수업이 제가 직접 얘기하기는 민망하지만, 경희대 최고 인기 강의 중 하나인데요. 그런데 그 당시에 그 학생이 제 수업을 듣지도 않는데, 마르크스 강의하는 것 자체가 아마 꼴 보기 싫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라는 사람이 쓴 책도 마음에 안 들고, 사회주의자가 쓴 것 아니냐. 그런데 오해가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대부분 마르크스의 대표작은 『자본론』이잖아요? 『자본론』에 대해서 얘기를 건네면 그거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한 책 아니냐, 그런 것 관심 없다. 이런 식으로 많이 생각하시는데요. 사실 『자본론』 내용을 읽어보면, 자본주의에 대한 내용이거든요.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굉장히 독특한 시각에서 잘 분석을 해서 유명해진 책인데요. 대부분의 분들이 마르크스의 『자본론』 얘기를 하면,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관심 없어서 나는 안 읽을 거다. 그게 무슨 의미냐면, 자기는 예수에 관심이 없어서 불교에 관심이 없다. 이런 얘기랑 같은 얘기예요. 저는 왜 마르크스, 엥겔스, 이런 사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냐면, 제가 공대 출신이거든요? 그렇지만 대학생쯤 됐으면 사회과학 책을 읽어줘야지, 이런 약간 치기 어린 생각도 있었고요. 그런 책 중의 하나인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우연히 읽다가 제가 놀랍게도 그동안 어떤 교과서나 어떤 참고서에서도 배우지 못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본질을 보게 된 거예요. 그래서 너무 충격을 크게 받아서 뇌에 9.0의 지진이 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런 경험을 가지고 제가 대학교 때 마르크스와 엥겔스, 이런 사람들의 책을 자본주의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기 위해서 이분들의 책을 읽은 거예요.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해서 조금 더 잘 깨닫게 되고 나서는 이제 이것을 혼자만 알아서는 안 되겠구나, 내가 이렇게 알고 충격 받은 것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자본주의 시스템이 좋은 점도 있지만 한계나 오류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더 잘 파악하게 되면, 그런 부분을 개선하거나 수정해서 조금 더 나은 사회로도 갈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이나 이런 것을 보면, 찬양 일색이잖아요.

◇ 김혜민> 자본주의에 대해서요.

◆ 임승수> 네, 그런데 마르크스 『자본론』이라든지, 이 마르크스 사상의 특징은 뭐냐, 우리 자본주의 시스템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본론』이라는 책을 통해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계나 오류, 이런 것을 분석하고 이것을 적나라하게 밝힌 거죠.

◇ 김혜민> 그러니까 『자본론』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한 책이고, 그 책의 내용을 보면 자본주의의 성과는 인정하지만,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도 있다. 그래서 작가님께서 이 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신 거잖아요.

◆ 임승수> 그렇죠.

◇ 김혜민> 그런데 아무래도 특히 우리나라에서 역사적으로 이게 진영논리로 계속 사회가 움직여 왔기 때문에 공산주의가 하나의 철학이나 경제적 시스템이 아닌 진영의 논리로 받아들여졌단 말이에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계기나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지금 하필 2018년도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제가 알기로는 전 세계적으로 마르크스, 엥겔스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된 것 같거든요. 왜 하필 지금일까요?

◆ 임승수> 우선 200주년이라는 것이 홍보하기에 좋은 숫자잖아요? 마케팅 포인트가 되는 거예요. 그런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 80년대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 조금 유식하게 얘기하자면 네오 리버럴리즘.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광풍이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면, 다 잘 해결되고, 부자들이 돈을 잘 벌면, 거기서 떡고물이 내려와서 낙수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그런 이데올로기가 한창 지배했었잖아요. 그리고 많은 경우 거기에 따라서 사회가 움직여왔고요. 그런데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느냐고 하면 아시겠지만 빈부격차가 훨씬 심해졌고요. 청년실업도 심해지고, 갈수록 사회 양극화 문제와 살기 힘들다는 목소리들이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게 된 거예요. 소수의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는데, 힘들어지는 사람들은 계속 힘드니까요. 그리고 몇 번의 위기들도 있었잖아요. 2008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든지, 그 이후에 경제가 잘 안 풀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해서 진지하게근본적으로 성찰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고요. 심지어는 가장 최첨단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서조차 버니 샌더스라고 하는 대선후보가 민주당 유력후보로서 거의 대선후보가 될 뻔했잖아요. 그분이 자기 스스로 정체성을 얘기할 때, 사회주의자다. 자기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다. 미국에서조차 이런 분위기가 올라올 정도로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의 폐해, 사회 양극화, 이런 분위기가 사회 전면화되고, 전 지구적인 현상이 되면서 사람들이 오히려 마르크스, 자본주의를 정말 진지하게 근본적인 입장에서 비판했던 사람의 목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제가 결론부터 물어볼게요. 공산주의가 대안입니까?

◆ 임승수> 참, 너무 직접적으로 들어오시네요.

◇ 김혜민> 왜냐하면, 우리가 어쨌건 자본주의의 폐해를 발견했고, 마르크스, 엥겔스가 주장한 것을 통해서 하나의 대안을 찾고자 하는 게 오늘 인터뷰의 목적이거든요. 그러니까 결론을 여쭤본 거예요.

◆ 임승수> 마르크스의 학문적 성과 중 하나는 『자본론』 경제 분석에도 있지만, 역사발전 법칙에도 있거든요.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에도 나오지만, 역사 유물론이라고 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 발전해 가는가에 대한 통찰을 생산력과 생산 관계의 모순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이론이 있어요. 그런데 그 이론에 입각해서 보면, 사회라고 하는 것이 무 자르듯이 변하는 것은 아니고, 한 마디로 얘기해서 ‘먹고사니즘’의 갈등, 경제 영역에서의 갈등이 새로운 사회로 그 사회를 추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쨌건 우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지는 측면이 있는 거잖아요. 이 안에서 분명 모순과 갈등이 벌어지고 있고, 다만 거기서 대안적인 어떤 영역이 커질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게 무슨 말씀이냐면, 자본주의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이 초창기와 지금이 많이 달라졌어요. 초창기에는 복지 개념도 없었고, 사실 국가가 경제에 개입해서 경제 운용에 영향을 끼친다는 개념 자체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쨌건 사람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운영해보니까 시장에만 모든 것을 맡겨놨을 때 잘 안 돌아간단 말이에요. 그 과정에서 복지라고 하는 것은, 아시다시피 자본주의적 모델은 아닙니다. 사회주의적 요소가 강하게 들어있는 모델이고, 북유럽 국가들 같은 경우는 복지의 비중이 GDP로 치면 한 50% 정도가 돼요. 무슨 얘기냐 하면, 한 북유럽 국가 안에서 1년 동안 생성된 GDP, 부가가치의 총합 중에 절반 정도는 세금으로 환수되어서 그것이 공공영역에서 쓰인단 말입니다. 그 정도 되면, 이것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경계쯤에 온 것이 아닐까. 이런 식으로 사회가 진보한다는 것은 공공의 영역, 그러니까 단순히 시장에 맡기는 영역이 아니라 우리가 공동체적으로 경제가 운용되는 영역이 점차 커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고, 이게 한순간에 일어난 변화는 아니고요. 중간중간에 선거도 있고, 우파가 이겼다가 좌파가 이겼다가 하면서 이런 복지 시스템이나 이런 것의 부침이 또 있잖아요. 하지만 긴 호흡에서 봤을 때 자본주의 이후에 인류 발전 경로는 어쨌건 공공성이 조금 더 강화되고, 공동체적 성격이 강한 경제 영역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그것이 조금 더 늘어나고 어느 정도 압도하게 되었을 때는 인류 미래 언젠가는 마르크스가 얘기했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겠죠. 다만 우리 사회는 아직 공공의 영역이 적단 말이에요. 예를 들어서 조세부담률이라는 통계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부가가치 중에 세금으로 환수하는 게 20% 내외밖에 안 돼요, 아직. 그래서 갈 길이 먼 것이고, 그런 공공의 영역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거기에서 공동체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그것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면서 긴 호흡으로 봤을 때는 저는 인류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당면과제로서는 아마 그런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대신 우리가 조금 더 공공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회 정책이나 정치가 변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혜민> 제가 조금 정리를 해볼게요. 아까 ‘먹고사니즘’이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공공의 영역과 사적의 영역이 부딪히고, 그 안에서 갈등이 생기면서 사회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고, 그 안에서 새로운 계급들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봉건사회가 무너지고, 부르주아라는 계급이 생겼고요. 그것에 따라 프롤레타리아라는 계급이 등장했고요. 여기까지 맞습니까?

◆ 임승수> 네, 그래서 자본가들이 고용해서 일을 시키는 노동자들을 보통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라고 표현을 했죠.

◇ 김혜민> 그러면서 그 안의 갈등이 생겼고요. 그래서 프롤레타리아가 또 자기들끼리 뭉쳤고요. 그게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말하는 모든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아닙니까? 그렇게 됐단 말이에요. 결국은 자본주의는 망하지는 않았고, 나아가는 과정 가운데 부족한 부분들은 우리가 지금 말하는 복지라는 개념으로 채워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 복지라는 개념이 결국은 공공의 영역이 사적 영역보다 커지는 것이고요. 그게 결국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말하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핵심이다?

◆ 임승수> 핵심이라고 보기에는 하나 빠진 것이 있습니다. 그게 민주주의에 대한 부분인데요. 사실은 마르크스 같은 경우는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구현되기 어렵다고 봤어요. 왜냐하면, 시장경제의 특징은 1만 원, 1표 시스템이잖아요. 우리가 정치가 민주화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할 때, 부자든 가난하든 1표를 행사할 수 있고, 그래서 자신의 대표자를 국회에 보낼 수 있고, 이런 어떤 민주적 대의제가 성립됐기 때문에 우리가 정치가 민주화되었다는 표현을 하잖아요. 하지만 이 세상이 정치만 있는 것은 아니고, 더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인데요. 이 먹고사는 경제의 영역을 봤을 때 과연 우리 사회를 민주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 화폐를 많이 소유한, 소위 말하는 재벌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이익에 맞추어서 이 사회 시스템이 돌아가게 되고, 1만 원, 1표의 시스템이라고 하는 시장경제에서 한 표만을 가진 대부분의 서민들은 제대로 권리를 행사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갑질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참 많잖아요. 그래서 마르크스 같은 경우는 이런 문제가 생기는 핵심적인 것이 소유권에 있다고 봤어요. 특히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권.

◇ 김혜민>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권. 이게 결국 사적인 영역 아닙니까?

◆ 임승수> 그렇죠. 기업이나 그런 생산수단을 자본주의 시스템의 특징은 자본가라고 하는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마르크스가 보기에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거대한 부조차도 형성과정을 보면, 한 사람이 만들어낸 게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들과 수많은 관계인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서 만들어낸 사회적 부인데, 자본주의 시스템의 특징은 그 함께 만들어낸 사회적 부가 소수에게만 분배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라는 거예요.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대부분의 부가 흘러갈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그래서 마르크스 같은 경우는 조금 길게 봤을 때 이런 소유가 분산되어야 한다. 개인적 소유가 아니라 함께 만든 것은 사회적 소유로 바꾸어야 하고, 그래서 사회적 소유를 통해서 공장이나 생산수단이 운영되는 의결구조도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여서 민주적으로 결정해야지만 그것이 진정한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될 수 있지, 우리 사회의 특징이 그런 거잖아요. 회사 가면 항상 주인처럼 일하자는 표어가 쓰여 있지만, 실제 회사를 운영하는 의사결정 상황에서는 노동자에게 의사결정권을 주지는 않잖아요. 사실 오너가 마음대로 결정하고 내려보내는 식으로 시키는 거죠. 그것을 어떻게 주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한 측면에서 마르크스는 소유의 사회화. 사적 소유, 쉽게 얘기하자면 공기업이나 국공립 기업이 늘어난다든지, 그래서 사회 전체가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생산수단도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지만 경제에 있어서도 진정한 민주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 김혜민> 우리는 공산주의하면, 보통은 민주주의와 반대의 말로 생각을 하잖아요.

◆ 임승수> 정말 큰 오해인 거죠. 순수하게 이론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공산주의는 사실은 최고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형식인 거죠.

◇ 김혜민> 현실 불가능해 보이는 아주 유토피아적이네요.

◆ 임승수>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지금 상황에서는요.

◇ 김혜민> 오늘 생생 초대석에서는요. 마르크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있어요. 여러분들, 이것을 우리가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부르주아, 프롤레타리아, 이런 것에 대한 편견을 떠나서 들어보시면 사실 토지 공개념, 아니면 세금. 이 모든 게 사실은 공공의 영역에 대해 그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겁니다.

◆ 임승수> 가치와 고민을 담아낸 정책들인 거죠.

◇ 김혜민>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하고 싶었다는 것을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요. 사상적인 측면에서 작가님이 저에게 굉장히 이해가 쉽게 설명해주셨어요. 굉장히 매력적이고, 좋은데요. 그러나 이게 결국은 현실에서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실패했다는 건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임승수> 사실 사회가 바뀔 때가 있잖아요. 서양 같은 경우도 봉건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해 나갈 때 그 시기가 1년 안에 프랑스 혁명이 나서 확 바뀌는 식으로 된 것은 아니고,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면 알겠지만, 진보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가 그래서 왕의 목을 쳤잖아요. 목을 친 로베스 피에르가 다시 기요틴의 희생자가 돼요. 엎치락뒤치락하는 긴 과정이 있어요. 메테르니히의 보수 반동, 빈 체제가 들어서기도 하고요. 기존에 있는 신분제 사회가 공화주의로 이행하는 과정도 사실 지금 우리가 짧은 글로서만 배우지만 그 이행기를 보면 굉장히 긴 기간이었단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시스템이 태어나서 이제 막 오래되지 않았단 말이에요. 그 안에서 모순이 숙성되는 데 시간도 걸릴 것이고, 1차적인 실험이 소련이나 동유럽에서 있다고 하더라도 실패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실험이 실패했다고 해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마르크스 철학의 핵심은 모순과 갈등이 변화 발전의 원동력이다. 우리 사회에 이 시스템에 의해서 여전히 존재하는 모순과 갈등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변화의 씨앗이고, 긴 호흡으로 봤을 때는 어쨌건 사회가 공동체성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단순히 기존에 있었던 구소련이나 동유럽이 실패했다는 것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자체의 전체 이론과 자체로서의 실패로 보기에는 너무 섣부른 것이 아닌가, 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조금 전에 공공의 영역이 많아지면 공산주의, 사회주의 사회로 갈 수도 있다고 말씀하신 것은 아직도 살아있는 거네요?

◆ 임승수> 네, 저는 그 가능성으로 살아있다고 보고, 긴 호흡으로 봤을 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만 그것이 내가 살아있는 시기 동안에 실현될 것이냐고 물어봤을 때는 회의적일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이런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한 책을 쓰는 이유는 내가 내 살아생전에 완장 차서 권력을 잡겠다, 이런 의미는 아니에요. 그런 의미라면 저는 이 일을 하면 안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하는 이유는 제가 이 책 말고, 다른 책에도 써놨지만 제가 책을 쓰는 마음은 이런 거예요.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인데, 제가 뿌린 씨앗이 자라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300년쯤 걸린다. 그러면 제가 살아있는 시기에는 수확을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제 살아생전에 수확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제가 씨앗을 뿌리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의 유전자를 받은, 그리고 저와 굉장히 친밀한 관계에 있는 공동 구성원들, 그 후손들이 그 과실을 얻어낼 수만 있다면 제가 그 씨앗을 뿌릴 충분한 이유가 되는 거죠.

◇ 김혜민> 그러면 제가 이렇게 정리를 해볼게요. 어쨌건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공산주의든, 사람이 정리한 사상이고, 그게 완벽할 수 없잖아요. 완벽하다면 거짓말이고요. 왜냐하면, 사회와 사람은 변화하는 생물이니까요. 그래서 자본주의의 모순도 있고, 공산주의의 모순도 있단 말이에요? 이것 두 개가 시대정신에 따라 어느 때는 어느 한쪽에 무게가 실릴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우리 작가님 같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 대한 이점을 말씀하시는 분들은 조금 그쪽으로 사회의 무게가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신 거잖아요?

◆ 임승수> 왜냐하면, 쇠막대기가 이렇게 있는데, 그게 한쪽으로 구부러져 있으면 우리가 그것을 가운데로 펴기 위해서 반대 방향으로 최대한 힘을 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시겠지만, 우리 사회 같은 경우는 그동안 너무 한쪽의 목소리만 강했고, 쇠막대기가 너무 반대쪽으로 구부러져 있었고요. 그나마 정권이 바뀌고 저 같은 사람도 큰 부담 없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라디오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참 감사하고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야지만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거기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제가 살아 숨 쉬는 참 이유가 되는 거죠.

◇ 김혜민> 오늘 이 방송을 들으시면서 여러분, 조금이라도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 대한 학문적인 궁금증이 생기셨으면 하고요. 저도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경제 프로그램을 하면서 여러 공부들을 하고 있는데요. 오늘 공부하는 마음으로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의 임승수 작가와 함께 생생 초대석 진행했습니다. 작가님, 고맙습니다.

◆ 임승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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