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사우디 왕실, 카쇼기 사망 인정할 수도 '취조 중 사망'으로 변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달 초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쇼기' 암살 의혹을 극구 부인하며 전세계를 상대로 협박을 서슴지 않았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조만간 카쇼기 살해 사실을 인정할 전망이다. 사건을 추적중인 미국 언론들은 사우디 왕실이 예상 밖의 국제적 파장에 놀랐다며, 카쇼기 사망을 실무 정보 요원들의 과실치사로 위장해 '꼬리 자르기'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CNN 등 미 언론들은 15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카쇼기의 사망을 인정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쇼기는 사우디 언론인으로 망명 이후 사우디 왕실과 정부를 비판했으며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결혼 서류를 떼기 위해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섰다가 실종됐다. 사우디 정부는 카쇼기가 같은날 오후에 영사관을 떠났다고 주장했지만 터키 정부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그가 영사관 안에서 사우디 암살단에게 살해당했다고 추정했다.

익명의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사우디 정부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친분이 있는 정보기관 관리가 기관 요원들에게 카쇼기를 취조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 과정에서 카쇼기를 취조 혹은 강제 송환하도록 허가했다고 알려졌다. 소식통은 카쇼기를 취조하던 정보 관리가 지나친 열의를 보인 나머지 카쇼기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소식통은 CNN을 통해 해당 작전이 왕실의 허가 없이 불투명하게 진행됐고 책임자들의 처벌을 주장하는 사우디 정부의 보고서가 곧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과거 카쇼기가 칼럼을 쓰던 워싱턴포스트(WP)는 사우디 정부가 카쇼기 살해에 책임이 있는 정보 관리가 빈 살만 왕세자와 친분이 있는 것은 우연이라는 '시나리오'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카쇼기의 실종 직후만 하더라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그간 사우디를 옹호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지난 13일 사건 개입 및 제재 의사를 밝히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사우디 국영언론은 이튿날 미국을 포함한 어떤 국가의 제재에도 보복하겠다며 사우디가 유가 인상을 통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같은날 사우디 증시는 이에 따른 불안감으로 폭락했고 다국적 대기업 총수들은 사우디에서 오는 23일 개막 예정인 국제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잇따라 불참을 선언했다.

사우디 왕실 관계자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이같은 국제사회의 맹렬한 반응에 크게 충격을 받고 사태 수습을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전화 통화를 했다며 그가 이번 사건을 정말 모르는 것처럼 반응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건이 (사우디 정부의 지시를 받지 않은) 살인자 소행일 지 누가 알겠냐?"며 다시금 사우디 정부를 감쌌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사우디로 출발했다. 같은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여전히 FII에 참석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