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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행복한 나라' 부탄의 이면…소수민족 '로참파'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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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일국가 일민족' 정책 따라 시민권 박탈

18일 투표서도 선거권 없어…10만명 난민으로 추방

뉴스1

네팔 카트만두에서 남동쪽으로 300km 떨어진 다마크 벨당기 난민 캠프에 있는 부탄 난민 어린이들. © News1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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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우리도 부탄 사람이다. 부탄의 로참파는 행복하지 않다"

지난 1985년 부탄 정부에 의해 '반국민'으로 낙인찍힌 후 30년 넘게 난민으로 살고 있는 로참파족 라즈만 구룽(54)은 이처럼 호소했다.

히말라야 산맥의 작은 왕국 부탄은 흔히 국민총행복지수 1위의 '이상 국가'로 묘사되지만, 현실적으론 네팔계 소수민족 로참파 말살 정책을 펴고 있는 이면이 드러났다. 누군가는 '행복한 나라' 부탄에서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부탄 정부는 지난 1985년 '일국가 일민족' 정책에 따라 로참파족의 시민권을 박탈했다. 로참파족은 전통 의상을 입지도, 네팔어를 말할 수도 없게 됐다. 물론 오는 18일로 예정된 총선에도 참여할 수 없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에 따르면 로참파족은 '반국민'으로 낙인찍힌 뒤 국가에 저항하면 체포돼 강간, 고문 등 잔인한 대우를 받았다.

부탄 보안군은 석방 조건으로 수감자들에게 부탄을 자발적으로 떠나겠다는 서명을 받았다. 결국 부탄 인구의 약 6분의 1인 10만명이 네팔 동부의 난민 수용소에 강제 수용됐다가 부탄을 떠났다.

왕의 칙령이 공포됐을 당시 왕실의사를 역임하던 붐파 라이(69)는 "그들(부탄 정부)은 우리를 모욕했다. 우리가 부탄인이 아니라고 했고 나와 내 사람들을 나라에서 쫓아냈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라이는 네팔 수용소에 남아있는 7000명 중 한 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엔 난민 규칙에 따라 미국, 호주, 노르웨이를 포함한 제3국으로 떠나야 했다.

네팔의 난민 로참파족은 이번 선거에서 어떤 변화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르가 프라사드 샤르마(80)는 로참파의 권리를 요구하는 정당에 입당한 혐의로 수배됐다가 1994년 부탄을 떠났다. 샤르마는 AFP에 "부탄 선거 결과는 왕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할 것이다. 이번 결정을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부탄 헌법은 모든 정당이 국민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규정하며, 민족성이나 종교를 이용한 유세를 금지하고 있다. 또 부탄 정부는 네팔인이 설립한 인권단체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국가 통합에 반대하는 반정부 정치단체로 분류된다는 이유에서다.

AFP는 "부탄 헌법은 소수민족의 권리를 부정하는 단일한 정치 환경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하면서 "부탄에 남아있는 로참파족의 선거권을 사실상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부탄에 아직도 얼마나 많은 소수민족이 남아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지난해 인구조사에서 인종, 언어, 종교에 대한 질문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AFP는 전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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