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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러시아 정교회, 동방정교회와 단절 선언…크림반도 병합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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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교회가 동방 정교회를 대표하는 터키 이스탄불의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청에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15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계속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 속에 동방 정교회가 둘로 쪼개지게 되는 것이다. 세계 정교회 산하에 러시아 정교회가 있으며 세계 정교회는 대략 2억6000만명, 그중 러시아 신자는 1억명에서 최대 1억5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조선일보

콘스탄티노플의 바르톨로메우스 1세(왼쪽)과 러시아의 키릴(오른쪽) 교주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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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교회는 15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내부 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침을 정했다.

양측이 분열하게 된 계기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청의 바르톨로메우스 1세 총대주교가 최근 "우크라이나 교회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로마 가톨릭과 함께 최고(最古)의 기독교 종파로 여겨지는 정교회는 약 1000년 간 큰 변화 없이 명맥을 유지해왔다. 16세기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린 러시아 정교회는 정교회 중 가장 신자가 많은 것으로 추산되며, 정교회 내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정교회는 러시아에 종속적인 모스크바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만 합법으로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1920년대부터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 키예프 총대주교좌 우크라이나 정교회(키예프 교회), 우크라이나 독립 정교회 등 크게 3개 교파로 나뉘게 됐으나, 우크라이나 정교회 외 나머지 두 종파는 세력이 크지 않아 큰 갈등이 불거지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 크림 반도가 러시아로 병합되고 내전이 심화하면서 우크라이나 교회 독립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던 와중에,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청이 키예프 교회를 합법 교회로 인정한다고 결정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세계 정교회는 러시아 정교회의 키예프 대주교 임명권도 박탈하기도 했다.

모스크바 총대주교가 지난 8월 터키 이스탄불을 직접 찾아가 설득했지만 바르톨로메오스 1세의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총교주청은 단절 결정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분열주의자를 인정하는 교회는 전통적인 영역에서 벗어난 결정"이라며 "콘스탄티노플 총주교청과 모든 관계를 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교회는 다른 국가의 정교회와 합동예배나 상호 교류 등이 모두 중단될 전망이다. 소련 시절 종교를 탄압했던 것과 달리 푸틴 정권은 러시아 정교회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외로 영향력을 넓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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