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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국회 보좌관 출신 행정사, 유망직종으로 자리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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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행정사‘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에 속속 개업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하나 둘씩 여의도 주변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보좌관 출신 행정사 사무소는 올해 들어 10여 곳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1인 사무소 또는 2인 합동사무소 소규모로 출범한 행정사는 10명 이상 로펌 형식의 대형 합동사무소를 오픈하는 등 몸집도 커지고 있다.

보좌관 출신 행정사가 갓 출범한 때문인 지 이들의 수입은 월 평균 1000만원을 넘어 직원을 고용하는 등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성공사례가 있는 반면 밥벌이가 시원찮아 남의 사무소에 얹혀 사는 등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행정사들은 자신들의 수임료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다만 시장자체가 아직 활성화가 되지 않고, 업무별로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아 수임료가 ‘천차만별‘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사안마다 액수가 다르다"며 "부동산 인·허가는 금액이 많고, 작은 민원은 10∼30만원에서부터 큰 것은 1000만원 이상 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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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펌 형식의 대규모 합동사무소 오픈

‘AP(Assembly Policy)행정사 합동사무소‘(대표 행정사 김용주·유몽희)는 지난 8월 여의도 국회 앞 빌딩에서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여야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10명 이상이 의기투합해 대규모 합동 사무실을 처음으로 열었다. AP 행정사 합동사무소는 책임 행정사 15명, 컨설팅 직원 5명, 여직원 1명 등 20명 직원으로 출발했다.

AP합동사무소는 평판이 좋지 않은 전직 보좌관은 선발과정에서 제외했고, 좋은 인재만 발굴했다고 한다.

김용주 대표 행정사는 16일 "국민과 입법부·행정부 간 가교역할을 효과적으로 하며 올바른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될 것"이라며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여야 보좌관 출신들이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후배들의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법이 저촉되지 않은 범위내에서 행정사로서 최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표는 박준규 국회의장 정무비서관 출신으로 국회에서 잔뼈가 굵었고, 여의도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 부부가 각자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한 사무소에서 업무

의원 보좌관 출신 박노철·김우영 행정사 부부는 지난해 6월 마포에 ‘큰나무행정사 사무소‘를 열었다. 김 행정사는 "우리 부부는 같은 사무실에서 각자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영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큰나무행정사 사무소는 국세청, 식약처 등 행정기관과 관련한 등록 인·허가업무, 법인단체 등록, 기업인증 자문, 이의신청, 행정심판, 국가유공자등록 등을 주로 취급한다. 김우영 행정사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며 보좌관 업무와 연결할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하다보니 행정사를 선택했다"며 "출·퇴근이 자유롭고 외부 강의도 할 수 있는 등 공직에 있을때보다 훨씬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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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행정사 사무소

국회에서 20년 이상 보좌관 생활을 하다가 올 2월 마포에 행정사 사무소를 연 이민경 행정사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외국인 환자유치업 등록, 화장품 제조판매업, 의약외품 제조업등록 대행을 주로 하는 이 행정사는 지난해 1년 간 다른 경력 일반 행정사들이 하는 합동사무소에서 배운 후 홀로서기를 했다고 한다. 그의 월 평균 수임건수는 적게는 10∼20건, 많게는 30건으로 월 평균 수입이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민원인이 이 행정사의 블로그광고를 보고 연락하는 것이 다른 행정사와 차이점이다. 이 행정사는 수임건수가 늘어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자 자신의 업무를 도울 행정실장을 채용했다.

이 행정사는 "행정사가 증가해 전문화를 통한 특화를 해야 업계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며 "의뢰인이 행정사를 찾는 문화를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권동욱 행정사도 올 2월 여의도 국회 앞에 ‘권동욱 행정사 사무소‘를 개업했다. 그는 인·허가 등록 신고의 처리, 어렵고 힘든 민원해결, 정부 정책 및 법령에 관한 자문, 권익구제를 위한 행정심판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 독립 못하고 얹혀 사는 행정사

보좌관 출신 모 인사는 서울 강남권에 있는 모 행정사에 적을 두고 있다. 그는 "행정사 업무에 대한 홍보가 많이 안 돼 있지만 보좌관 출신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최근 많이 진출하는 추세"라며 "시장 자체는 본인이 개척하기 나름인데 아무래도 1∼2년은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투잡‘을 갖고 있다.

또 다른 모 행정사는 역시 강남권에 있는 다른 행정사와 함께 공동으로 사무실을 운영한다.

◆ 유망 직종 전망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통화에서 "행정사가 현재 활성화 되지 않는 등 시장이 개척단계에 있다"며 "그러나 행정사는 관청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고 싶은 사람을 법정대리 할 수 있어 상당히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국민의 입장에서도 행정사의 역할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 등 고용 증대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전 장관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임기가 끝나면 일정 교육 이수 후 행정사를 할 계획이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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