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인권위 "마을 이장에 주민들 체납 정보 건넨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남 모 면사무소 공무원, 마을 이장들에게 자동차세 체납자 정보 전달…"납부 독려 목적이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마을 이장에게 주민들의 체납 정보를 건넨 공무원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직무교육을 권고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방세 담당 공무원이 개인별 구체적인 체납정보를 마을 이장에게 제공한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재발방지 위한 직무교육 실시와 철저한 관리 감독을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최근 경남의 한 면사무소 지방세 담당 공무원 A씨는 지역 내 자동차세 체납자들의 이름, 전화번호, 체납내용, 체납액, 부과일자 등 정보를 각 마을 이장들에게 전달하고 납부 독려를 요청했다. 이에 마을 이장으로부터 체납 세금 납부를 독촉받은 진정인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해당 공무원은 한정된 인력으로 다수의 체납자들의 세금 납부를 독려하는데 한계가 있어 마을 이장들에게 체납세 납부 독려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마을 이장은 조례·규칙에 따라 읍·면장이 임명, 공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체납세 징수 보조업무도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지방세 총괄 부처인 행정안전부도 공무원이 이장에게 체납세 징수 독려를 목적으로 관할 구역 내 체납자의 과세정보를 제공한 것은 ‘지방세기본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인권위 침해구제 제2위원회는 체납 정보를 사회통념상 당사자의 사회적 평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개인정보라고 판단했다. 이를 제3자에게 공개할 시에는 당사자가 받게 될 명예와 신용의 훼손 등 피해가 커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 체납정보를 이장에게 제공한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특히 체납자 납세 독려는 마을 방송, 현수막, 문자메시지 발송 등 다양한 방법이 가능해 이장들에게 체납자 개인별 정보를 제공한 것을 조세업무 수행에 불가피한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장이 납세 독촉 고지서의 단순 전달이나 통지 업무를 할 수는 있지만, 체납자들의 구체적인 체납액 등을 확인하고 개개인에게 독촉 전화까지 하는 것은 조례 등에 위임된 이장 업무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인권위는 체납자의 동의 없이 체납 관련 개인정보를 이장에게 제공한 행위는 헌법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최종적으로 판단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