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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한국, 세계 최고 수준(65%) 상속세…기업 해외 이전에 국부 유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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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주식으로 기업을 물려줄 경우 상속세 부담 세계 최고 수준
외국에 비해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까다롭고 대상도 제한
상속세율 인하,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등 세제 개선 시급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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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상속세 부담이 가장 큰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중소·중견기업이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을 매각하거나 해외로 나가는 상황이 지속돼 국부 유출 및 경제 성장 잠재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국제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제 현황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가족에게 기업을 물려줄 경우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대 65%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 재산이 100이라면 65는 세금으로 내고, 나머지 35만 물려받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직계비속에게 적용되는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우리나라(50%)가 일본(55%) 다음으로 2번째로 높지만, 일반적인 상속 형태인 주식으로 직계비속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경우 최대주주 주식 할증(최대 30%)이 적용돼 실제 부담하는 최고세율은 우리나라(65%)가 일본(55%)보다 더 높았다.

반면 중소중견기업의 상속세 부담 경감을 위해 도입된 가업상속공제 제도 역시 외국에 비해 요건이 까다롭고 대상도 제한돼 활용도가 낮았다. 해외에서는 직계비속 기업승계 시 일반 상속세율보다 낮은 세율로 인하해주거나 큰 폭의 공제 혜택을 부여해 상속세 부담을 경감하고 있다. OECD 35개국 중 30개국은 직계비속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없거나(17개국), 세율 인하 혹은 큰 폭의 공제 혜택을 제공(13개국)하고 있다.

또 독일, 벨기에, 프랑스 같은 국가는 가족에게 기업승계 시 세율 인하뿐만 아니라 큰 폭의 공제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직계비속에게 기업승계 시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이 기존 50%에서 30%로 인하되며, 큰 폭의 공제 혜택까지 적용되면 실제 부담하는 최고세율은 4.5%로 낮아진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과거에 비해 상한(1억→500억원)과 대상이 확대(중소→중소·중견기업)됐으나, 여전히 사업영위기간 10년 이상, 10년간 대표직 및 지분 유지 같은 외국보다 까다로운 사전·사후 요건으로 활용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 국가들의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요건이 간소화돼 있고, 공제 상한도 없어 상속세 부담을 경감시켜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경총은 기업승계 시 해외보다 불리한 상속세 세율 인하(기존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 50%를 25%로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가업상속공제 제도 요건 완화 및 대상 확대를 통해 원활한 기업승계를 지원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활력과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경총은 OECD 국가 중 유일한 일률적인 지배주주 주식 할증 평가를 폐지하고 상속세 과세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해, 부의 분산 기능을 강화하고 공평 과세를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富)의 이전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 체화된 노하우 및 핵심기술 전수, 일자리 창출 및 유지, 기업가 정신 함양 등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기업승계 문제를 ‘부의 대물림’, ‘불로소득’이라는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 ‘일자리 창출·유지’, ‘고유기술 및 노하우 계승’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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