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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월드피플]언론인 암살 배후?…'두 얼굴' 사우디 살만 왕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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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미스터 에브리싱'…개혁·개방 이미지로 호평

뒤에선 정적 제거 '피바람'…왕자·반체제 인사 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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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을 방문 일정 중 뉴욕 유엔본부를 찾은 모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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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자국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영어권에선 카쇼기로 발음)를 암살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사우디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33)의 인권 탄압 이력도 덩달아 재조명되고 있다.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국가 온건화 개혁인 '비전 2030'을 주도하면서 지난해 1순위 왕위 계승자로 부상한 인물로, 그동안 사우디 정권 실세로 군림하면서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는 별명을 보유하고 있다.

살만 왕세자는 올해 초에는 미국과 유럽 등을 순방하며 국제사회 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보수적인 사우디 왕국에서 벗어나 자신의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는데,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와하비즘(Wahhabism·이슬람 근본주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외신의 호평을 받았다.

이 밖에도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고 첫 여성수사관을 고용하는 등 과감한 여권 신장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우디를 '정상국가'로서 발돋움하려고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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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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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살만 왕세자의 개혁적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집권 과정은 붉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권력 장악을 위해 '반(反)부패'란 명목으로 내부에서 정적과 반체제 인사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왔다. 왕자, 고위관료, 재계 인사 등 그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한 사우디 왕자는 지난해 원인을 알 수 없는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기도 했다.

이번에 살해된 카슈끄지도 살만 왕세자를 비판했다가 사우디 정부에 의해 반체제 인사로 낙인이 찍혀 피신 생활을 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서 그간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집필 활동을 해온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인 약혼녀와의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한 뒤 실종됐다. 터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살만 왕세자의 인권 탄압 이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지금까지 1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예멘 내전에 깊숙이 개입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동맹군은 후티 반군 세력을 상대로 1만6000건이 넘는 공습과 폭격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우디 당국은 올해 초 시아파의 반정부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많은 인권운동가를 체포하기도 했다. 이들 중 알 곰감이라는 이름의 여성운동가에게는 적국과 연계된 테러 조직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상황이다.

이를 놓고 캐나다 정부가 인권 운동가 석방을 요구하자 자국 주재 캐나다 대사를 추방하고 캐나다에 있는 자국 유학생을 고국으로 귀환하게 하는 등 보복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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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사우디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언론인 카슈끄지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암살 배후에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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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문제를 놓고 서방국과 숱한 갈등을 빚어온 살만 왕세자는 이번 카슈끄지 암살 의혹 사건을 계기로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살만 왕세자 주도로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제투자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가 주요 기업들의 불참 선언으로 파행 위기다.

상대적으로 사우디와 살만 왕세자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공론화하고 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어쩌면 (카슈끄지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수 있다"며 "진상이 드러나면 가혹한 처벌(severe punishment)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onjun4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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