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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롯데의 '어설픈 윈나우',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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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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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도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총 198억원을 쏟아부었다. 최근 3년 간 FA 시장의 큰 손은 롯데였고 486억 원의 금액을 시장에 뿌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 고위 관계자들은 올 시즌은 '윈나우', 즉 우승을 향해 달려야 하는 시즌이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 대비 성과를 위해서는 우승이라는 성과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롯데에 '윈나우'라는 단어는 사치였다. 지난해 3위보다 나은 성적을 모두가 원했지만 첫 단추부터 꿰는 것이 쉽지 않았고, 이후 과정들은 순탄하지 않았다.

롯데의 투자는 당연히 우승을 바라봐야 했다. 하지만 그 금액이 효율적으로 쓰여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이대호의 150억 원은 상징성이 포함된 금액이기에 논외로 치자.

일단 롯데는 지난해 팀의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했던 포수 강민호를 삼성으로 떠나보냈다. 두 번째 FA 자격을 맞이한 강민호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대신 강민호에게 안겨줄 돈으로 외야수 민병헌을 잡았다. 분명, 민병헌의 존재로 올해 중견수 수비나 타선의 중량감은 업그레이드 됐다. 하지만 강민호가 빠진 포수 자리의 다운그레이드는 피할 수 없었다.

강민호를 놓친 뒤, 롯데는 지나치게 긍정적이었다. 나종덕, 나원탁, 김사훈의 경쟁 체제로 강민호의 공백을 '어느 정도'는 채워줄 수 있을줄 알았다. 구단 내부에서는 '포수 강민호'의 가치를 낮게 봤다. 하지만 기존 포수들은 그 낮게 측정한 '포수 강민호'의 기준점도 충족하지 못했다. 수비의 기준점에는 어느 정도 도달했지만, 공격력에서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결국 나종덕, 나원탁, 김사훈도 아닌 2년의 실전 공백이 있었던 안중열이 돌아와서야 롯데의 포수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도 문제였다. 브룩스 레일리, 앤디 번즈와 재계약을 맺었고, 우승 청부사 격으로 펠릭스 듀브론트를 데려왔다.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 메이저리그 31승이라는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듀브론트는 시즌 초반부터 고전했고, 결국 가장 먼저 팀을 떠난 외국인 선수가 됐다. 듀브론트는 에이스가 되어주지 못했다. 레일리와 번즈도 극과 극의 면모를 모두 보여줬다. 지난해보다 성적들은 퇴보했다. 외국인 투수들은 선발진의 에이스라고 불리기 어색한 성적을 보여줬고, 번즈는 중심타선이 아닌 하위 타선에서 헤맸다. 완벽한 현상유지의 판단도 아니었고, 과감한 변화도 아니었던 외국인 선수 선발은 올 시즌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구단 프런트와 현장의 관계가 '윈나우'를 향해 가는 팀이라고는 보기 힘들었다. 구단과 현장의 밀접한 조화와 관계는 좋은 성과의 지름길이다. 현재의 두산, 그리고 지난해의 KIA 등은 현장과 프런트간의 잡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롯데의 현장과 프런트의 균열은 지난 시즌부터 조금씩 엿보였다.. 지난해 시즌 초반, 현장에서 자신들의 야구를 펼치기 위해 주도했던 트레이드를 구단에서 만류했다. 구단은 현장의 판단에 의구심을 품었다. 조금씩 잡음이 생겼고, 시즌 초반 성적이 나지 않은 것에 대해 구단은 현장에 책임을 물으려고 했다. 다만, 후반기 폭발적인 상승세로 책임론은 쏙 들어갔고 결국 조원우 감독과 3년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재계약을 맺은 것은 불안한 동거였고 관계 개선의 미봉책일 뿐이었다. 결국 올 시즌이 끝나고 재계약 1년차에 불과한 조원우 감독을 교체할 것이라는 소문에 군불이 나는 이유도 악화된 관계라고도 볼 수 있다. 강민호의 부재와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실패라는 부분을 현장에만 덮어씌우는 듯한 모양새다. 올 시즌 성적은 현장만이 아니라 구단도 책임의 공동운명체로 함께 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물론 조원우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도 다시 이뤄져야 한다.

여러모로 롯데는 '윈나우'팀이라고 보기 힘든 어설픈 행보를 보였다. 시즌 초반부터 막판까지 꼬여버린 매듭을 풀지 못했고, 결국 다시 한 번 풍파와 마주하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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