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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아직도 콘돔은 성인용품? 청소년은 어디서 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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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청소년 판매불가? 법적 근거 없어…"성관계 권장이 아니라 피임할 수 있도록 해야"]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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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학생들한테 콘돔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콘돔을 성인용품 판매대에 진열한 서울 강남구의 A약국. 그 이유를 묻자 주인은 "학생들이 콘돔을 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이렇게 답했다. A약국 만의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청소년기에 성관계를 경험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조기 피임의 중요성이 커지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콘돔을 성인의 전유물로 간주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B약국에서도 콘돔은 탐폰과 함께 성인용품 코너에 놓여 있었다. B약국 주인은 "우리 가게에 학생들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쉽게 콘돔을 접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처럼 기성세대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청소년을 위한 콘돔 공급 업체 이브콘돔의 설문조사 결과 132명 중 31.8%(42명)가 "콘돔을 살 때 주변 시선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조사에 응답한 한 청소년은 "콘돔을 살 때 미성년자로 의심받지 않도록 사복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한다"고 말했다.

콘돔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과거에 머무른 탓에 청소년들이 피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통계(2016년)에 따르면 성관계를 경험한 청소년들은 평균 13.1세에 첫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중 피임 실천율은 절반 수준인 51.9%에 그쳤다. 적어도 성관계를 경험하는 청소년 두 명 중 한 명은 제대로 피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약국에서 청소년에게 콘돔을 팔지 않겠다는 건 법적 근거가 없다. 콘돔은 법적으로 청소년도 살 수 있는 의료기기에 속한다. 김달환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관은 "약국에서 콘돔을 성인용품 코너에서 파는 것은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콘돔을) 미성년자가 사용해선 안 된다거나 구매할 때 성인임을 확인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콘돔을 쾌락의 도구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여성가족부는 요철식 특수콘돔과 약물주입 콘돔(사정지연 콘돔)을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청소년이 콘돔을 구하는 방법은 요원해진다. 상당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19세 이상만 콘돔을 구매할 수 있도록 따로 분류하고 있다. 한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는 "특수형 콘돔에만 성인용 카테고리를 적용하는 것이 맞지만 혹시 나중에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일반용과 특수용 콘돔을 모두 성인용품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은 "청소년에게 성관계를 권장하지는 않지만 이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콘돔을 쉽게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사랑하는 사람과 즐기기 위해 성관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너희는 즐기면 안 되니 밋밋한 콘돔만 사용하라'고 제한하는 것도 난센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콘돔을 성인용품으로 바라보는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경기대 교육대학원 교수)은 "성인용품이라는 용어 자체가 섹스는 어른들끼리만 알고 있는 행위라는 뜻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다"며 "콘돔 사용법 등 올바른 성교육을 한다는 전제로 청소년의 콘돔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서민선 인턴기자 seomin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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