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단독] 법적 근거 없이… 보훈심사에 일반국민 참여시킨 보훈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종석 의원 “졸속 행정으로 심사 공정성 해쳐”

한국일보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2월 7일부터 21일까지 국민배심원단을 모집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가보훈처가 지난 1월부터 보훈 대상자 심사ㆍ의결 과정에 일반인들을 편법으로 참여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유공자 등 심사에 비전문가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15일 보훈처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훈처는 지난해 12월 ‘보훈심사위원회 국민배심원단’ 시범 운영 계획을 확정하고 공개 모집을 통해 37명 규모의 배심원단을 구성했다. 배심원단은 매달 한번 보훈심사위원회의를 참관하고, 안건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제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에 따라 국민배심원단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8차례 회의에 참석, 총 15건의 안건을 검토했다.

문제는 현행법상 비전문가는 위원회 심사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가유공자법에 따르면 보훈 대상자를 선별하는 보훈심사위원회 위원은 국가보훈 관련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했거나, 판ㆍ검사 또는 변호사로 6년 이상 재직한 사람 등 분야별 전문가로 제한된다. 김종석 의원은 “보훈처 측은 배심원단의 의견을 위원회가 참고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위원회가 결정 전 검토 의견을 전달받는 점에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비전문가로 구성된 국민배심원단 운영은 명백한 위법 행위임에도 시범 운영이란 명목으로 피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8월까지 배심원단이 위원회에 전달한 검토 의견 15건 중 80%에 해당하는 12건이 위원회의 심사 결과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건 중 2건은 배심원단 내에서 의견이 갈렸고, 위원회 결정과 정반대 의견을 낸 경우는 1건뿐이었다.

보훈처 측은 “존경과 예우의 대상이 되는 국가 유공자 등 심의 과정에 국민들의 다양한 시각을 반영해 공정성ㆍ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보훈처가 롤모델로 삼은 법원의 국민참여재판은 법적 근거가 먼저 마련된 뒤 구성됐다”며 “졸속 행정으로 공정성을 해칠 게 아니라 위원들의 전문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