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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최강희 “중국서 러브콜 쓰나미처럼 몰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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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관중석ㆍ미디어 외면에 분통 “조기축구 우승도 이렇진 않을 것”

한국일보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이 14일 전북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2016년 한 초등학교로부터 선물 받은 액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가 입은 두루마기는 전북의 한 서포터 회원들이 돈을 모아 제작한 뒤 올 시즌 초 선물했던 한복이다. 최 감독은 최근 불거진 중국 이적설과 관련해 “확정된 건 없다”고 했지만 어느 정도 마음의 결정은 내린 듯 보였다. 완주=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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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전북 현대는 지난 7일 울산 원정에서 올 시즌 K리그1(1부)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한 뒤 1주일 간 휴가였다. 15일부터 다시 훈련을 시작했는데 하루 전인 14일 전북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최강희(59) 전북 감독을 만났다. 이곳에서 운동을 하던 선수들 중 몇몇이 “우리 감독님, 진짜 중국 가시는 거 맞느냐”고 물었다. 이처럼 요즘 K리그 최대 관심사는 최 감독 거취다. 그가 중국행을 결심했고 오는 20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있을 우승 세리머니 후 공식 입장을 밝힐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20일 이후로 모든 걸 미뤄놓았다는 말이 조금 부풀려진 것 같다. 2020년까지 계약돼 있으니 구단과 상의도 해야 한다”면서도 “(러브콜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데 더 이상 동기유발은 어렵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2년 전 인터뷰가 떠올랐다. 2016년 전북은 올해와 반대로 정규리그 우승은 놓치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는 정상에 올랐다. 그 해 여름에도 최 감독은 중국의 한 구단으로부터 이적 제안을 받았다. 성적이 안 좋으면 중도 경질한다는 독소조항도 없고 보수도 상상을 뛰어넘는 조건이었지만 가지 않았다. 그 해 4월 터진 전북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그는 “사고가 터졌는데 내가 팀을 떠나면 ‘도망자’가 되고 구단은 ‘아수라장’이 된다. 그럴 수는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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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인 2016년 말,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중국으로 떠나지 않겠다며 열변을 토하는 최강희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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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상황이 달라 보인다. 중국의 4~5개 구단이 최 감독 영입에 달려들었는데 그 중 2개 구단은 매우 적극적이다. 중국 이적 시장에 밝은 에이전트는 “최 감독 몸값이 최소 500만달러(56억원)”라고 했다.

최 감독은 “시집 간 딸은 손주 낳아 잘 살고 있고 우리 부부도 노년까지 살 정도로는 벌었다. (중국 이적 고민이) 돈 때문은 아니다”면서도 우승 확정 직후 분위기를 떠올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정말 썰렁했다. 50대 조기축구팀도 우승 뒤 이렇지는 않다”고 날을 세웠다. 썰렁했다는 건 텅 빈 관중석, 미디어의 외면, 활력소 없는 리그의 현주소 등을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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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울산 원정에서 우승 확정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최강희 감독.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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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은 “독주하는 전북이 잘못인가. 아니다. 순위표를 한 번 보라”고 했다. 지난 시즌 2부에서 승격한 경남이 현재 2위이고, 울산 포항 수원이 3~5위다. 최 감독은 “경남은 절박함으로 똘똘 뭉친 좋은 팀이다. 그러나 수원 포항 울산 서울(9위)이 맥없이 경남 아래 있는 게 정상인가. 전북과 수원의 승점 차가 28점인 게 말이 되나. 리그의 긴장감이 이렇게 없을 수 있느냐”며 답답해했다.

그는 2005년 여름부터 전북을 맡아 수 많은 우승을 맛봤다. 클럽하우스 로비에는 우승 트로피가 쫙 전시돼 있는데 최 감독은 정규리그 첫 우승이었던 2009년, 챔피언스리그를 두 번째 제패한 2016년 우승에 가장 애착을 보인다. 트로피 앞에 선 그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13년 간 이끈 팀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에 걸리는 게 많은 듯했다.

“알렉스 퍼거슨(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7년 이끈 세계적 명장) 자서전을 보니 그에게 클럽하우스는 단순 출퇴근 하는 직장이 아니더라. 일찍 출근해서 여기 저기 둘러보고 일하는 직원들의 안부를 늘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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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정규리그 첫 우승이었던 2009년 트로피 위에 손을 얹은 최강희 감독. 완주=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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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바라보는 최강희 감독. 완주=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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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도 비슷하다. 클럽하우스를 청소하는 한 아주머니는 2003년부터 근무해 최 감독보다 오래된 유일한 직원이다. 10년 전 중학교 2학년이었던 소녀들이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 돼 전북을 찾는다. 최 감독과 가끔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골수 아저씨 팬들은 “승패나 순위는 상관없다. 지금처럼만 전북을 끌어 달라”고 한다. 2009년부터 전북에서 뛰며 최 감독과 힘 합쳐 구단을 최강 반열에 올려 놓은 ‘라이언킹’ 이동국(39) 등 동고동락한 선수들도 눈에 밟힌다.

최 감독은 “요즘 잠도 잘 못 잔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쩌다 보니 오늘 고별인터뷰처럼 됐다”고 겸연쩍어 한 그는 “아직 확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누차 강조했지만 어느 정도 마음의 결정은 내린 것처럼 보였다.

완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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