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권 "앞으로 '역지사지' 말은 피하자"…조명균 "하하"

남북이 15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방안 협의를 위한 고위급회담을 개최한 가운데 북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도로·철도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연내에 열기로 합의하는 등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쳤다. 북측은 회담을 마친 뒤 "예상대로 잘 됐다"고 평가했다.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남북장성급군사회담 개최와 도로·철도 연결 착공식 시간표 등을 포함한 7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이날 회담을 종료하면서 이 위원장은 "짧은 시간 내에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북남 고위급회담이 성과적으로 진행됐다"며 "민족 이익을 도모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뜻과 마음 힘과 실천을 합친다면 북과남의 당국이 못해낼 일이 없고 또 많은 시간 필요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절감했다"고 말했다.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수석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 장관은 "점점 고위급회담에서 성과를 도출하는 시간이 빨라지는 것 같다"며 "우리 민족의 화해와 번영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시간을 더 빠르게 할 수있으면 빠르게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 위원장은 "1월 9일부터 오늘까지 왔는데 연초부터 현재까지 잘해온 것처럼 연말까지 분투하길 기대한다"며 "지금까지 진행한 사업들을 전면적으로 돌이켜보고 점검해보면 바로잡아야 될 문제들이 있다. 이에 대해선 남측이 더 잘알테니 앞으로도 지금 상황을 유지해나가고 미숙하고 미약한 부분은 계속 보완해나가자"고 말했다.

조 장관도 "양측이 서로 입장을 존중하고 지금까지 해왔듯 역지사지하면서 풀어나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충분히 해결해나가면서 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수석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북측 수석대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자 이 위원장은 "회의 마치면서 다음부터는 역지사지라는 얘기는 피하자"고 말했고 조 장관도 "하하"하고 웃었다.

'역지사지'는 남북이 정상회담·고위급회담을 마치면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평양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역지사지의 자세로 임하면 어려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도 지난 7월 조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산가족 상봉 관련 준비를 위해 제기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역지사지 하며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조 장관도 '역지사지'라는 말을 몇차례 썼다.

이날 조 장관은 남측 풀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이 위원장이 미숙하고 바로잡아야 할 것은 남측이 잘 알거다. 역지사지는 더이상 말하지 말자고 했는데'라는 질문을 받고 "특별히 다른 배경은 없다"며 "회담을 하게 되면 (남북 간의 다른 사정으로) 일정이 지연되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을 앞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잘 챙겨나가자는 의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평양공동선언 이행방안 협의를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의 북측 수석대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가운데) 등 북측 대표단이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북측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이 위원장은 북한으로 돌아가기 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합의된 시간표들이) 초순 등으로 표현돼 있는데 날짜를 특정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11월 초순이 날짜가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서 논의했냐는 질문에는 "평양 공동선언에 다 발표돼 있다"고 말을 아꼈다.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측 소장)은 "(회담이) 예상대로 잘 됐다"며 "앞으로 실무회담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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