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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한진家 수난 부른 '물컵 갑질' 결론은 무혐의…전방위 수사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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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1999년 이후 19년 만에 재판
여론 뭇매맞은 ‘물컵 갑질’은 法 처벌 면해
밀수·가사도우미 불법고용 의혹은 수사中

조선일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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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회의 도중 소리를 지르며 물컵을 던졌다는 의혹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물컵 갑질'이라고 불렸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조 회장 일가의 갑질 폭로가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이후 경찰을 시작으로 검찰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이민특수조사대 등 11개 정부 기관에서 달려들어 6개월 동안 한진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관련 압수수색만 18차례나 실시됐다. 그 결과 그룹 총수인 조 회장은 횡령·배임 등 6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한진가(家) 수난의 시작점에 있던 '물컵 갑질'은 15일 결국 형사처벌하기 어렵다는 검찰의 결론이 내려졌다.

◇6개월 수사 끝에…물컵 갑질은 무죄
조 전 전무는 지난 3월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광고대행사와의 회의에서 대행사 직원이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는 등 회의를 중단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촛불집회를 열고 조 회장 일가의 ‘갑질’을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조 전 전무에 대해 폭행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영장이 반려됐다. 결국 경찰은 지난 5월 조 전 전무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사건을 보냈다.

검찰은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폭행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 2명이 조 전 전무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컵을 던진 혐의(특수폭행)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조 전 전무가 유리컵을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던졌기 때문에 법리상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어서다.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회의 자체가 조 전 전무 본인의 업무였기 때문에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업무방해가 적용되려면 타인의 업무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전무는 본인 업무였고, 브리핑 내용이 마음에 안들어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어 기소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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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 5월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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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270억대 횡령·배임부터 약사법 위반까지
조 회장은 총 6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가운데 가장 무거운 것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이다. 검찰은 조 회장의 횡령·배임 규모가 2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가법상 횡령·배임으로 인한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는) 총액이 274억원 정도"라고 했다.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걷는 방식으로 196억원을 챙겼다. 또 조현아·조원태·조현민 등 3남매가 갖고있던 정석기업 주식을 정석기업이 비싼 값에 매입하게 해 41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는다.

2009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모친 고(故) 김정일 여사와 지인을 정석기업의 직원으로 올려 20억원의 공짜급여를 지급한 혐의와 본인,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변호사 비용 17억원을 회삿돈으로 낸 혐의도 있다.

약사법 위반 혐의도 있다.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근처에서 '사무장 약국'을 열어 운영한 혐의다. 현행법상 약사 면허가 없으면 약국을 설립할 수 없다. 조 회장은 4년여간 고용약사 명의로 약국을 운영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522억원 상당의 요양급여 등을 부정하게 타낸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 회장은 약국을 개설하며 지분 70%를 보유했고, 매년 2억8000만원의 배당 수익을 가져갔다"며 "약국 운영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았다는 점을 고려해 조 회장이 약국 개설 주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재판을 받는 것은 1999년 세금 629억원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 두 번째다. 조 회장은 당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경돼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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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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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수사…밀수·불법 가사도우미 등
일단 가장인 조 회장만 재판에 넘겨졌지만, 한진그룹 일가(一家)에 대한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우선 조 회장은 자택 경비 비용을 회삿돈으로 대납했다는 의혹이 남아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상태다.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수사 대상이다. 이 전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때린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이사장은 조 전 부사장과 함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한 혐의도 받는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필리핀 등 외국 국적 여성들을 대한항공 연수생 신분으로 속여 입국시킨 뒤 자택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했다는 의혹이다.

밀수·탈세 의혹도 있다.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의 해외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토대로 밀수입 혐의 품목과 수량을 정확히 파악해 나가고 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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