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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노시환, 한화 3루수 흑역사 지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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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2차 1번 지명 유망주, 장거리포 능력 갖춘 내야수..‘꽃범호’ 잇는 ‘꽃시환’ 기대


파이낸셜뉴스

경남고 노시환이 프로야구 2차지명 1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지난 3월 부산서 열린 제5회 전국명문고야구열전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투런홈런을 터뜨린 노시환이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 군산(전북)=성일만 기자】 지난해 2월 말 전국명문고야구열전 취재를 위해 부산에 갔을 때 일이다. 서울은 여전히 겨울의 끝자락이었지만 남녘 부산에는 막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머금고 있었다. 한동희(롯데), 예진원(넥센), 최민준(SK) 등 주축선수들을 취재하기 위해 전광열 경남고 감독을 만났다.

전 감독은 얘기 도중 불쑥 "진짜 비밀 병기는 따로 있습니다"며 묻지도 않은 말을 꺼냈다. 2학년 노시환(18.경남고-한화 2차 1지명)을 주목해 보라는 귀띔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어느 정도 클래스이기에 한동희, 예진원을 제치고 노시환을 주목하라고 할까. 최민준은 투수.

노시환은 2학년 1년 동안 공식 대회서 4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3학년이던 한동희는 5개, 투타를 겸한 강백호(서울고-kt)는 3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강백호는 프로 입단 첫해 29개, 한동희는 4개의 홈런을 각각 기록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올 3월 부산의 기장 현대차드림볼파크. 제5회 전국명문고야구열전을 지켜보기 위해 프로야구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총출동했다. 한화 이정훈 스카우트 팀장과도 오랜만에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노시환이 화제에 올랐다.

"지난 한 해 지켜봤는데 좋은 타자더라"는 기자의 말에 "에이, 우리한테까지 순서가 오겠습니까"라며 손사래를 쳤다. 마음속에 있다는 의미로 새겨들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한화는 2차 1번으로 노시환을 지명했다. 바로 앞 순위였던 삼성은 해외파 이학주(28)를 선택했다.

한화는 이범호(37.KIA.2000년 2차 1지명) 이후 3루수 흑역사에 시달려왔다. 마땅한 후보가 나타났나 싶으면 도중하차하기 일쑤였다. 장거리포를 갖춘 내야수. 한화의 18년 소망에 딱 들어맞는 선수가 노시환이다. 한화가 2차 1번 카드를 망설임 없이 던진 이유다.

올해 한화는 151개의 팀 홈런을 기록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7위였다. 두 자리 수 이상 홈런을 기록한 타자 수는 5명뿐이었다. 두산과 롯데, kt, SK는 10개 이상 홈런을 때린 타자가 8명이나 됐다. LG와 삼성은 7명, 넥센과 KIA, NC는 각각 6명씩이었다. 한화의 홈런포 수가 가장 적다. 다이나마이트 타선으로 불리던 한화의 가장 아픈 부위다.

노시환은 한화의 미래 4번 타자다. 주전을 차지할 시점은 점치기 힘들지만 한 번 그 자리에 오르면 장기집권을 할 수 있는 재목이다. 유격수까지 맡아 볼 수 있어 유틸리티 플레이 역할도 가능하다.

노시환은 경남중 시절 유격수였다. 그만큼 글러브를 사용하는 감각이 좋다. 간간이 투수로도 나설 만큼 어깨가 강하다. 본인의 말로는 최고 구속 146㎞를 기록했다고 한다. 183㎝, 95㎏의 체격 조건도 뛰어나다.

노시환은 지난 9월 일본에서 열린 18세 이하(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서 베스트 9에 선발됐다. 무려 6할대(0.692)의 강력한 화력으로 한국을 4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올려놓았다. 노시환은 김대한(휘문고-두산)과 함께 중심타선을 지켰다.

노시환은 올해 고교야구 공식대회서 타율 3할9푼7리, 홈런 4개를 기록했다. 본인의 기억으로는 홈런 5개를 때렸다고 한다. 한 개의 오차는 공식대회와 연습 경기를 혼돈한 듯. 노시환의 롤 모델은 이대호(롯데)와 이승엽(전 삼성)이다.

"이대호 선배의 타격과 이승엽 선배의 인품을 닮고 싶습니다. 3루수 시절 이대호 선배가 보여준 강한 어깨와 파워를 늘 동경해왔습니다. 이대호 선배처럼 부드럽게 쳐서 담장을 넘기는 홈런 타자가 됐으면 합니다."

노시환은 전북 군산에서 열리고 있는 제99회 전국체전을 끝으로 고교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꽃범호'에 이어 18년 만에 한화 '꽃시환'의 신화를 기대해본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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