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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中 휴대폰회사 트랜션이 '아프리카의 삼성'이 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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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현지화로 삼성, 노키아 제치고 1위…어두운 피부색 맞게 셀카 빛 노출 늘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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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창업한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 트랜션(傳音·Transsion).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만큼은 삼성과 노키아 등 글로벌 대기업을 제치고 스마트폰과 피처폰 시장 1위 업체이다.

시장조사기관 인터네셔널데이터(IDC)에 따르면 트랜션의 아프리카 피처폰 시장점유율은 57%. 아프리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2016년까지 삼성에 밀렸으나 지난해 1%포인트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나이지리아, 케냐, 탄자니아, 인도, 베트남 등 50여 개국에 진출해 매출 대부분을 아프리카에서 내고 있다. 지난해 총 판매 대수는 약 1억3000만대, 매출은 200억 위안(3조3000억원)에 달한다.

트랜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주자오쟝(竺兆江)은 처음부터 아프리카 진출을 염두에 두고 회사를 창업했다. 2006년 회사 설립 초기에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사업을 하다가 2008년 대표 브랜드 '테크노'(TECNO)와 '아이텔'(itel)을 내세워 아프리카에 본격 진출한 뒤 2년 만에 아프리카 휴대폰 시장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트랜션이 아프리카 시장에서 삼성과 노키아 등 대기업을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가격 경쟁력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트랜션이 과감하게 중국 시장을 버리고 아프리카 시장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 본사를 제외하면 공장, 매장, 연구개발(R&D) 센터도 모두 아프리카 현지에 있다.

트랜션이 판매하는 스마트폰 평균 가격은 96달러로 아프리카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평균가인 145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피처폰은 10달러짜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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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트랜션의 대표 브랜드인 테크노모바일이 출시한 '테크노 팬텀A'. /사진=테크노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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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는 전 기종을 '듀얼심(SIM)'으로 출시했다. 아프리카의 이동통신 환경 때문이었다. 진출 당시 아프리카는 1인당 이동통신비가 국민총소득(GNI)의 20~35% 수준으로 매우 비싼 편이었다. 이동통신사가 다르면 사용료가 더 비싸기 때문에 아프리카인들은 심 카드 여러 개를 가지고 다니며 바꿔 끼웠는데, 트랜션은 하나의 휴대폰에 심 카드를 여러 개 꽂을 수 있도록 해 불편을 없앴다.

배터리 지속시간도 24시간으로 늘렸다.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하루에도 몇 시간씩 전력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아리프 쇼드허리 트랜션 부사장은 CNN 인터뷰에서 "콩고민주공화국 등 개발 수준이 떨어지는 곳은 집에서 30㎞ 떨어진 번화가로 나가야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다"며 "이들에게 배터리 수명은 축복과도 같다"고 말했다.

트랜션은 아프리카 젊은층에게 '셀카용', '음악감상용'으로 유명하다. 스마트폰의 얼굴인식 기능은 아프리카인들의 어두운 피부색에 맞춰 빛 노출을 늘려 피부가 선명하게 나올 수 있도록 했다. 또 리듬이 강한 음악을 즐기는 현지인들의 특성을 고려해 스피커 음량도 높였다. 2015년에는 아마추어 래퍼 출신 소프트웨어(SW) 개발자인 오예 아키드인데를 고용해 자체 음악감상 앱 '붐플레이'를 출시, 아이튠즈와 스포티파이와 경쟁하기도 했다.

트랜션은 또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를 감안해 손가락에 기름이 묻어도 지문을 인식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했고 휴대폰 키보드에 스와힐리어, 암하라어 등 현지어도 도입했다. 전 세계 보편적인 폰이 아니라 아프리카 맞춤형 폰을 만들면서 '아프리카의 삼성'이 된 것이다.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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