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사립유치원·어린이집 원장님들 툭하면 실력행사…믿는구석 있나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가지원금 '횡령죄 적용' 법개정 발의]

머니투데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올해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눈길을 끈 건 단연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다. 사립유치원 원장이 국가에서 지원받은 예산을 명품백 구입 등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문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2014∼2017년)를 보면 모두 1878곳의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적발금액만 269억원이다.

그간 일부 유치원의 원비 전용 의혹 제기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유야무야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 박 의원이 나랏돈을 쌈지돈처럼 쓰는 '악덕 원장'을 고발하면서 유치원의 비리 실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박 의원은 15일 서울·인천·경기교육청 국감에서도 "2014년부터 감사한 결과인데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을 했느냐"고 시도교육청을 강하게 질타했다.

박 의원은 이번 감사 결과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동안 교육당국은 뭘하고 있었을까.

이에 대해 교육당국 한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원비 개인 착복 등의 비리가 터질 때마다 사립유치원 전체를 매도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고 토로했다. 집단적인 저항에 표를 의식한 선출직 공직자들이 뒷짐을 질 수밖에 없었다는 우회적인 표현이다. 이 관계자는 "곪아있던 게 터진만큼 이번 기회에 전수조사 등을 통해 사립유치원의 문제를 조목조목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한 관계자도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정치권과 연결돼 있다는 소문은 이미 파다하다"며 "이들이 갖고 있는 전국적인 조직력과 선거 때마다 유권자로서 미치는 영향력이 사립유치원을 강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을 열자 사립유치원 원장들로 구성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토론회장에 난입해 파행을 겪기도 했다.

교육당국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조직력과 실력 행사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셈이다. 실제 유치원·어린이집 설립자나 원장 가운데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와 구의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꽤 눈에 띈다. 이들이 유치원 정책에 입김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국회에서 유치원 정책토론회가 열리면 참석했던 국회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사립유치원의 '운영 개선'보다 '지원'에 초점을 맞춰 목소리를 높였다.

유치원 토론회에 참석했던 A의원은 "사립유치원 경영자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유치원을 운영하는데 현실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토론회에서 B의원은 "52만명이 다니는 사립유치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국가가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며 사립유치원을 두둔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마저 사립유치원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서면서 회계투명성 확보는커녕 사립유치원에 지원되는 예산이 '눈먼 돈'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날 유치원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규정해 비리 유치원에 횡령죄를 적용받도록 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국감 기간에 사립유치원 비리와 관련된 추가 명단을 공개키로 했다.

오세중 기자 danoh@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