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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트럼프, 중국 일대일로에 맞서 대외원조 강화...눈에는 눈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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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에 맞서기 위해 대외원조를 강화하는 ‘눈에는 눈’ 전략으로 정책을 수정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United States 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 설립 규정 등을 담은 법안에 서명했다. 앞서 미 상원은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이 법안을 찬성 93표, 반대 6표로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라 창설되는 해외 투자기관인 USIDFC는 600억달러(약 68조원)의 투자 한도를 갖게 된다. 이는 미국 정부의 기존 해외 투자 기관인 해외민간투자공사(OPIC·Overseas Private Investment Corporation)의 2배 수준이다.

NYT는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미국의 대외원조를 비판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을 승인한 것은 중요한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외원조를 삭감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운동 기간 동안 "우리를 싫어하는 나라에 원조를 보내는 것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가 패권 국가로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밥 코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만으로는 중국과 경쟁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 것 같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3년 100여개 국가에 건설 지원과 직접 투자 명목으로 1조달러를 지원해 육·해상 실크로드를 건설하겠다는 일대일로 전략을 구상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최근 5년 간 아시아와 동유럽, 아메리카를 아우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며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시 주석은 지난달 아프리카 53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60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NYT는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눈에는 눈’ 방식으로 중국과 싸우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의 테드 요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나는 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모두 중국 때문이다"고 말했다. 요호 하원의원은 "대외원조를 막기 위해 의원직에 입후보했다"고 말할 만큼 대외원조 반대파였지만, 이번에는 태도를 바꿔 강경파 하원의원들을 설득해 대외원조를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도왔다.

600억달러의 투자 규모를 가지게 되는 새로운 펀드(USIDFC)는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출과 대출 보증, 보험을 제공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이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줄인다는 목적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릭 시저스 선임연구원은 "(펀드는) 전반적으로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대기업에게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한다"며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수완을 발휘했지만, (펀드가) 실제로 중국과 경쟁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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