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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확전되는 ‘카슈끄지 암살설 파문’…트럼프 압박에 사우디 주가 최고 7%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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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2월에 촬영된 자말 카슈끄지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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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출신으로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파문이 경제·외교 분쟁으로 치닫고 있다. 미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사우디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다음날인 14일(현지시간) 사우디 증시가 장중 한 때 7%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타다울 지수는 전일 대비 264.21포인트(3.51%) 하락한 7266.59에 마감했다. 블룸버그는 “타다울 지수는 2016년 이래 최대 수치인 장중 한 때 7.1% 가량 급락했다. 장 후반 3.51%로 낙폭을 줄이면서 손실을 다소 만회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타다울 거래소의 거래량은 30일 간 평균치의 두 배 수준이었다. 또 거래소에서 거래된 188개 종목 중 179개 종목이 하락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AP통신 역시 “카슈끄지가 실종된 날(2일) 이래로 타다울 지수가 9.3% 하락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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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이래 하락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타다울 지수. [블룸버그 캡처]




이는 ‘카슈끄지 암살 의혹’이 사우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앞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 CBS ‘60분’과 인터뷰에서 사우디 당국의 카슈끄지 암살 의혹과 관련해 “사건의 밑바닥까지 들어볼 것이다. 엄중한 처벌이 나올 수 있다”며 무기 판매 금지를 비롯한 사우디 제재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미 의회도 여야를 막론하고 사우디 제재 의사를 밝혔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마르코 루비오와 제프 플레이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신속하고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무기 판매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민주당)은 예멘 내전을 언급하며 “미국이 예멘 내 끔찍한 전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예멘 내전에 참여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 주도 연합군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비판한 것이다.

미 동맹국들도 동참했다. 독일·영국·프랑스 등 3개국 외무장관들은 공동성명에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우디 정부에 ‘신뢰할만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사우디 정부 성향의 언론인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실종됐다. 그가 손에 찬 애플워치과 연동된 아이폰에서 카슈끄지의 고문·살해 정황이 담긴 파일을 입수한 터키 정부는 사우디 왕실과 당국을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터키 언론 사바흐는 “(부검 전문가와 공군 장교가 포함된) 사우디 암살 요원 15명이 카슈끄지를 살해했다”며 이들이 촬영된 폐쇄회로TV(CCTV) 사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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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를 암살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우디 요원들이 공항 CCTV에 촬영된 모습을 터키 언론 사바흐가 공개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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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이 커지자 글로벌 기업들마저도 사우디에 등을 돌렸다. 이날 유력 금융투자사인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와 포드자동차의 빌 포드 회장은 오는 23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관하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컨퍼런스에 대한 참석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두 기업은 카슈끄지의 실종이 (참석 취소에) 영향을 끼쳤는지 여부를 언급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CNN·파이낸셜타임스(FT)·뉴욕타임스(NYT)·CNBC·블룸버그 등 서방의 주요 외신 역시 사우디 측에 행사 불참을 통보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사우디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한 보복을 경고했다. 사우디 정부는 국영 언론 ‘알아라비아’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만약 어떤 조치가 취해진다면 사우디는 더 큰 조치로 응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아라비아의 투르키 알다크힐 사장 역시 “(배럴당) 유가가 100달러, 혹은 200달러로 치솟을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가 국제 유가에 변동을 주는 식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잇따라 제기된 ‘사우디 제재설’에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 투자 자문사인 밸리 기포드에서 신흥시장 증시를 담당하는 리차드 스넬러는 “사우디는 전세계 최대 원유 공급국”이라며 “(서구 사회가) 이란과 같은 방식으로 제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터키 당국은 조만간 공동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살만 빈 압둘라지즈 사우디 국왕과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4일 저녁 통화에서 공동수사팀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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