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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살해된 사우디 언론인, 애플워치는 그의 최후를 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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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피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최후를, 그가 착용한 애플워치가 전송했을까? 터키 언론들은 특히 카슈끄지가 차고 있었던 애플워치를 통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CNN 등 서방의 주요 언론들은 애플워치의 기능을 넘어선 것이라며, 터키 정부의 감청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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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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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CNN, BBC 등 서방언론들은 애플워치가 카슈끄지 살해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제공했는지를 두고서, 분석기사를 보도했다. 앞서 터키 언론 사바흐는 전날 보도를 통해 터키 정부가 카슈끄지 애플워치에 녹음된 기록을 통해, 카슈끄지의 죽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사바흐에 따르면 지난 2일 카슈끄지가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가기 전에 애플워치의 녹음 기능을 껴놨고, 이후 그가 당한 심문과 고문, 살해 관련 기록이 모두 녹음되어 아이폰과 아이클라우드(애플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저장공간)에 저장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CNN 등은 사우디와 터키 등에 해당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사우디는 카슈끄지의 실종과 관련해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터키는 카슈끄지의 살해와 관련된 영상과 음성 확보했다며, 사우디에 의해 살해됐음을 주장했다. 다만 터키는 어떻게 입수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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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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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현지 언론 보도 내용과 관련해 CNN, BBC 등은 애플워치가 카슈끄지의 살해 증거를 전송하지 않았을 것으로 봤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카슈끄지가 휴대폰이 없는 상태로 애플워치만 착용한 채 영사관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결혼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영사관에 들어갔던 카슈끄지는 약혼녀에게 휴대폰을 맡겨놨었다.

터키 언론 보도대로라면 카슈끄지의 애플워치가 피살 당시 음성을 외부로 송출하려면 두 가지 중 하나는 충족되어야 한다. 카슈끄지의 애플워치가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기이거나, 블루투스를 통해 외부에 있는 아이폰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CNN은 과거 인터뷰 동영상을 통해 이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일단 카슈끄지의 애플워치는 자체적으로 LTE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기종인 애플워치3다. 하지만 터키에서는 애플워치와 같은 스마트워치는 전화기 없이 자체적으로 데이터 교환을 할 수가 없다. 또한, 애플워치는 해외에서 데이터로밍 역시 되지 않는다.

결국, 영사관 내부에서 애플워치가 녹음 내용 등을 전송하려면 결국 블루투스를 이용해 아이폰과 연결되는 것과 같이 다른 기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블루투스를 통한 데이터 전송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카슈끄지가 들어간 영사관 안과 약혼녀가 기다리던 바깥과의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블루투스가 작동되는 유효거리가 짧다는 점을 고려할 때, 블루투스를 통한 접속 가능성도 작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는 터키 정보기관이 사우디 내부에 도청 장비 등을 설치했다고 봤다. 보안전문가 로버트 베어는 CNN에 출연해 "터키 정부가 사우디 영사관 어딘가에 감청장비를 설치했을 것"이라고 봤다. 전직 터키 정부 관계자 역시 "터키가 외국 공관에 감청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라며 "애플워치는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미끼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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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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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슈끄지가 사우디 영사관 와이파이에 자신의 애플워치를 로그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CNN은 사실상 사우디로부터 자진 망명한 상태인 카슈끄지가 사우디 영사관 와이파이에 로그인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리석은 일로 여겨 선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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