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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구글·페북·MS "하드웨어 제품도 포기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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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식당에 예약 전화를 거는 스마트폰, 손을 쓰지 않고도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AI 스피커, 키보드를 떼어 내면 태블릿처럼 쓰는 노트북….

미국 대표 소프트웨어 IT(정보기술) 기업인 구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하드웨어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이 세 기업은 각각 인터넷과 소셜미디어·PC 운영체제(OS)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하드웨어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다른 제조업체를 인수하거나 회사 내에 하드웨어 제조·연구 조직을 만들며 하드웨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하드웨어 '외도'

구글은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새 전략 스마트폰 '픽셀3(Pixel 3)'을 공개했다. 2016년 이래 세 번째 구글제(製) 스마트폰이다. 화면 크기 5.5인치와 6.3인치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뉜 픽셀3에는 구글이 자랑하는 최신 AI 기능이 대거 탑재됐다.

조선비즈



카메라에도 AI가 탑재됐다. 멀리 있는 피사체를 찍으려 줌(ZOOM)을 당겨도 화질이 나빠지지 않는다. AI가 여러 장의 사진을 분석해 최종 사진의 선명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야간에도 플래시 없이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구글은 다른 제조사들이 앞다퉈 채택하는 듀얼(2개)·트리플(3개) 카메라 대신 하나의 카메라만 고집하고 있다. 이날 구글은 스마트폰 외에도 크롬북(노트북), 구글 홈 허브(AI 스피커) 신제품도 선보였다.

페이스북은 지난 8일(현지 시각) 각각 10인치·15인치 화면이 달린 AI 스피커 '포털(Portal)'을 공개하고 미국 내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2016년 페이스북이 만든 하드웨어 개발 조직 '빌딩8'이 내놓은 첫 작품이다. 포털은 기존 AI 스피커와 달리 영상통화 기능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집 안에서 통화를 하다가 움직여도 AI 카메라가 사람의 동선을 따라가며 비춘다. 페이스북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어도 거실에 있는 AI와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통화는 페이스북의 자체 메신저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다만 포털은 자체 개발한 AI 비서가 아니라 아마존의 알렉사를 탑재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노트북인 서피스(Surface) 시리즈의 신작 서피스 프로6을 이달 2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서피스는 키보드를 붙이면 노트북처럼 쓸 수 있고 키보드를 떼면 터치로 조작해 태블릿처럼 이용할 수 있다. 8세대 인텔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장착돼 정보 처리 속도가 전작인 서피스 프로5보다 67%가량 빠르다.

◇제조사 견제·고객 데이터 확보… 하드웨어 포기 못 해

이 글로벌 IT 기업 3사 모두 하드웨어 시장에서 실패를 거듭해왔다. 구글은 2012년 모토로라를 인수했다가 재미를 보지 못하고 2014년 재매각했다. 자체 제작한 픽셀폰은 지난해 390만대 판매하는 데 그쳤다. 페이스북은 2013년 페이스북 전용 스마트폰을 내놨다가 시장의 냉담한 반응으로 한 달여 만에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3년 서피스 시리즈를 처음 내놓았지만 애플의 아이패드와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같은 수난사에도 하드웨어 시장을 포기 못 하는 이유는 고객 데이터 확보와 함께 삼성전자 등 하드웨어 업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안드로이드 연합군'의 핵심 지원군인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스마트폰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고급 개인정보를 구글에 넘기지 않고 자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구글은 비슷한 자사 앱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꾸준히 내고 있는 것이다. 또 자체 하드웨어 제품을 통해 자사의 최신 기술을 과시하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효과도 있다.




장형태 기자(sha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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