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부르는 검찰 수사속도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현 정권 관련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거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 수사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취임한 김 전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4~2015년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 등으로 2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유한국당 등은 그를 뇌물 혐의로 고발했다. 그런데 서울남부지검은 그 수사를 6개월째 진행하면서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사를 아예 안 한 것은 아니다. 사건 배당 하루 만에 김 전 원장에게 해외 출장비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을 압수 수색했고, 지난 6월엔 김 전 원장을 소환 조사했다. 그런데 아직도 "수사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뇌물죄가 성립되는지 자세히 따져보기 위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사건 내용이 단순한데 법리 검토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권 눈치를 본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이 접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달러 수수 의혹' 수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이 권양숙 여사와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 등 5명을 고발한 지 1년가량 지났는데도 아직 고발인 조사도 안 했다. 자유한국당에서 그간 여러 차례 수사를 촉구했지만 검찰은 묵묵부답이다.
지난 4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이주민 서울경찰청장 사건도 6개월째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드루킹 사건 특검팀이 갖고 있는 경찰 수사 기록을 받아 봐야 이 청장 혐의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드루킹이 인사 청탁한 변호사를 면담하는 등 사건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수사도 지난 8월 특검에서 검찰로 이관됐지만,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검찰은 "특검에서 넘어온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하고 있다.
수사를 빨리 진행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이 현 정권 인사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수사 속도도 느리고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의 검찰 수사는 누가 봐도 공정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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