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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무심코 보게 되는 담배광고, 알고 보니 ‘흡연유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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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무익(百害無益)’ 담배, 이제는 끊읍시다 ①

담배욕구 유발하는 담배광고, 청소년 더 취약

WHO 담배광고 제한조항, 우리나라는 '이행전무'

금연사업, 이제는 담배광고에 집중해야할 때


우리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자연스레 보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담배광고’다.

담배는 대표적인 유해물질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를 피우라고 강조하는 광고는 흔히 접할 수 있다. 무심코 넘길 수 있지만 담배광고는 흡연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주요장치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러한 광고에 더 크게 영향받아 문제다.

실제로 2017년 기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담배소매점은 약 5만7035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담배를 광고하고 있는 점포비율은 2015년 98.3%에서 2017년 100%로 늘어났다.

또 각 점포당 담배광고의 개수도 2015년 평균 16.8개에서 2017년 25개로 증가했고 내부 담배광고가 외부에서 보이는 점포비율도 91.4%(2015년)에서 95.4%(2017년)로 확인됐다. 즉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주변에서 해로운 담배를 끊임없이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미흡한 금연광고규제로 인해 방치된 담배광고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흡연자를 만들고 있다. 특히 올바른 판단기준과 충분한 교육·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이·청소년들에게 화려한 담배광고들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실제 조기흡연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들고 있어 문제다.

경향신문

우리는 물건을 사면서 무심코 노출되는 담배광고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담배에 대한 친숙함과 호기심을 심어준다. 사진출처 : 셔터스톡


■볼 수밖에 없는 담배광고, 청소년에게 친숙함 형성

담배소매점 내 담배광고는 스티커, 조명 디스플레이, 제품강조조명 등 11개로 다양하다.

이러한 담배광고에 대한 청소년들의 시선이동을 아이트래킹(eye-tracking) 기법을 활용해 살펴본 대한금연학회 실험에 따르면 계산대에 선 청소년의 시선은 편의점 점원, 계산대 좌측 독립광고, 진열대중간 담배광고, 진열대에 꽂힌 담배 순으로 쏠렸다. 즉 계산하면서 점원을 바라볼 때를 제외하면 청소년은 대부분 담배와 담배광고를 보는 것.

해당 실험 이후 그룹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은 ‘맛있어 보인다’ ‘달달할 것 같다’ ‘시원한 맛일 것 같다’ 등 담배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 광고캐릭터, 문구, 색상 등 시각적 장치에 친숙함을 느꼈으며 ‘누가 옆에서 하나 줘보면 피워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흡연까지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괴 김대진 교수(금연지원센터)는 “사실은 청소년은 갈망·자극을 참을 수 있는 능력이 성인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담배광고에 쉽게 현혹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근 냄새가 나지 않는 가열담배를 즐기는 청소년이 많아 문제다”며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궐련형담배보다 학부모나 지도교사가 발견하기 어려우며 결국 기존 담배와 마찬가지로 니코틴에 중독된다”고 강조했다.

■“광고로 인한 친숙함, ‘청소년 흡연자’ 만든다”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예전부터 담배회사들은 ‘10대 청소년은 잠재적 흡연자’라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마케팅 주력집단으로 여기고 담배광고 전략에 고스란히 담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회사의 이러한 전략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청소년은 담배광고에 짧게 노출되더라도 흡연에 관한 태도와 인식 및 흡연의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공중위생국장보고서에서도 젊은 연령대의 흡연시작이 담배광고 및 판촉활동과 상관관계를 밝혔으며 美의학협회 학술지 소아과학에서도 청소년은 담배광고에 쉽게 영향을 받으며 실제 흡연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국내 연구에서도 담배매점에 설치된 담배광고나 진열담배를 본 후 다수의 사람이 충동적인 담배구매를 경험하거나 담배구매를 생각해보게 됐다고 답했다.

대한금연학회 지선하 회장은 “청소년들이 담배광고에 취약한 것도 문제지만 쉽게 담배를 구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다”며 “특히 청소년흡연자는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청소년 70~80%가 담배를 사기 쉽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원래 청소년은 아무도 담배를 구매해서는 안 되지만 수년째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어 문제”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가열담배나 전자담배는 똑같은 담배다. 하지만 전자기기는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기기에 대한 광고와 판촉이 이뤄지고 있다.


■가열담배, 최근 광고에 이어 판촉행위까지 가세

지난해 가열담배가 출시된 이후 ‘유해성 절감’의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부분은 가열담배도 역시 ‘담배’일 뿐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가열담배나 액상형 전자담배 모두 담뱃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법상 담배로 분류돼 동일한 법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가열담배나 전자담배는 특성상 전자기기를 활용한다. 이때 전자기기 자체는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 허점을 이용해 기기에 대한 광고와 판촉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열담배기기를 할인판매하고 쿠폰제공을 통한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으며 번화가 대형매장, 면세점, 편의점 등에 화려한 광고를 내걸고 있다. 특히 여성과 젊은층을 겨냥한 각양각색의 맛과 색상을 순차적으로 발매하고 있으며 한정판을 판매하는 등 다각도로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통해 전자담배의 전자기기에 대한 판촉행위도 담배소비를 유도하는 행위로 판단,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입법예고했다.

■WHO ‘담배광고, 판촉 및 후원금지 조항’ 우리나라 이행률 0%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담배규제기본협약(이하 FCTC)의 이행과 관련해 세계 195개 회원국의 이행성적을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담배사용 및 정책모니터링, 금연지원서비스 제공, 담배위험성경고를 위한 금연캠페인 및 경고그림 부착 분야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담배연기로부터의 보호, 담배광고, 판촉 및 후원금지 조항에 대해서는 ‘이행전무’ 평가를 받았다.

세계보건기구는 FCTC 제13조 ‘담배광고, 판촉 및 후원’에서 직·간접적으로 광고나 판촉의 효과나 유사한 효과를 일으키는 행위일체를 전면금지할 수 있도록 자국법에 포괄적 금지조항을 명시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를 포함한 전문가집단이 매스미디어를 통한 광고 외에도 매장 내 각종 광고판촉물의 배치방법, 제품진열방식에 따라서도 담배소비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담배소매점과 일부 잡지 등에서도 담배광고를 허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사회적 책임활동’이라는 명목으로 담배회사의 후원활동도 허용하고 있다. 또 담배광고와 관련된 국내의 유일한 규제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에 명시된 내부부착광고가 외부에서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호한 기준 탓에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향신문

효과적인 금연정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여러 정책 중 담배광고규제를 비용대비 효과적인 방법으로 선정했다.


■금연사업, 이제는 ‘담배광고규제’에 집중해야할 때

세계보건기구는 흡연과 관련된 여러 정책 중 ‘담배광고규제’를 비용대비 효과적인 방법으로 선정했다. 실제로 담배광고의 포괄적 규제는 세계보건기구 FCTC 회원국 4곳 중 3곳이 높은 이행률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세계 86개국에서는 소매점 내 담배광고를 전면금지하고 있다. 그중 영국,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태국 등 여러 국가에서는 수년전부터 담배진열까지 금지했다.

비교적 선진적인 국내 금연정책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담배광고 및 판촉 규제’와 관련해 정부 부처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을 개정하기 위한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학교반경 50m 내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담배광고를 전면 금지하도록 하는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계획, 편의점 등 소매점 내에서의 담배광고의 개수와 크기를 제한하고 소비자에 대한 경품제공을 금지하겠다는 기획재정부 담배사업법 개정계획, 소매점 내부에 담배를 진열하지 못하도록 하는 진선미 의원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전자담배류의 전자기기를 할인판매하거나 쿠폰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계획 등 규제계획들이 다양하게 제시된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뚜렷한 결과나 변화는 없는 상태다. 성공적인 금연과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담배규제 중 하나인 광고와 판촉규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물건을 보면 욕심이 생긴다는 ‘견물생심(見物生心)’을 생각하며 담배광고 관련 정책이 바뀌어야할 시점이다.

헬스경향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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