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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한해 12명 숨져도 ‘사인 불명’…한국타이어 산재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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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최악의 산재’ 한국타이어, 산보연 역학조사의 결정적 오류들

유해물질 치우고 환기 뒤 진행…의대 교수 “결과 신뢰 못해”

HV250·벤젠 등 화학물질에 타이어 찔 때 나오는 연기까지 뒤범벅

폐암·뇌경색은 물론 50대 알츠하이머…원인 불명 피부병으로도 숨져



한국타이어는 산업재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사업장입니다. 지난 8월 초, ‘한국타이어 노동자 중 직업병 요관찰자가 7년 간 4배 늘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국타이어는 ‘2014년 관련 법 개정으로 질병 항목이 추가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한국타이어 공장은 직업병으로부터 안전한 것일까요?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팀이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직업병 실태에 대해 심층 취재했습니다.



한국타이어 산업재해 논란은 2006년부터 한 해 동안 12명의 노동자가 잇달아 사망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공장 내 작업 환경이 이들의 죽음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하 ’산보연’)이 역학조사를 실시했습니다. 2008년 2월 발표한 300페이지가 넘는 조사 결과 보고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동자들이 왜 사망했는지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산보연은 공장 내에서 벤젠 등 유해 화학물질들이 검출되는지 측정한 결과, 대부분 검출되지 않거나 검출되더라도 기준치 이내의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부 노동자들은 이 조사가 엉터리라고 말합니다. 전 한국타이어 노동자 김수철(가명)씨는 “역학조사 하루 전 작업자들이 기계 앞에 놓고 작업을 해 왔던 (화학물질) 통을 다 회수를 하거나, 창문도 다 열고 청소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논란은 당시 역학조사 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도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역학조사 평가위원회 회의록과 전문가 자문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자문위원들은 ‘작업환경 개선조치가 많이 된 상황에서 측정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노동자 당사자 인터뷰 조사는 왜 하지 않았느냐’ 등의 의문을 제기합니다. 조사위원들은 자문위원들의 질문에 ‘회사 쪽의 비협조와 자료 입수의 어려움 등으로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답합니다. 자문위는 법적 구속력 없이 몇차례 회의만 열리고 종료되고, 자문위원들의 문제제기는 역학조사 최종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보고서는 이후 현재까지 십년 간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여부를 판정하는 데에 결정적 근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타이어는 이에 대해 “일상적인 청소와 환기를 통해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을 수는 없으며, 당사는 규칙적인 정리정돈 및 청소를 실시한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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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가 제대로 됐다면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됐을까요? 취재진은 돌연사 사태가 있었던 2006년을 전후로 3년 간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특수 건강검진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이 자료엔 4천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어떤 유해인자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지 적혀 있습니다. 자료를 보면 다수의 노동자들이 톨루엔·크실렌 등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톨루엔과 크실렌은 벤젠류 화합물로 분류되며, 산업 현장에선 벤젠과 더불어 영문 머릿글자를 따서 BTX로 부릅니다. 벤젠은 1급 발암물질이며 톨루엔과 크실렌은 벤젠보다 위험하진 않지만 인체에 유해해 취급에 주의해야 합니다. 한국타이어는 “2002년부터 벤젠·톨루엔·크실렌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회사의 해명과 달리 톨루엔과 크실렌이 노동자들의 2007년 건강검진 자료에 유해물질로 적혀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타이어는 이에 대해 “화학물질마다 건강검진의 항목이 상이한데 그 중 대부분의 검진 항목을 포함하는 물질이 톨루엔”이라며 “사원 건강관리 측면에서 대부분의 검진 항목을 포함하고 있는 톨루엔을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해명이 설득력 있는지 다수의 산업 보건의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익명의 한 산업보건의는 “실제 그 물질을 사용하고 있거나 그 물질에 의한 유해성에 노출돼 있을 경우에 유해인자로 설정하는 것이고, 사용하지도 않는 물질을 사용한다고 하면 법에 위배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타이어의 해명을 전적으로 받아들인다 해도 크실렌에 대해서는 해명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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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한국타이어 작업환경을 수년 간 감독해 온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한국타이어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는 700~800개 정도이며 톨루엔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타이어 입장과는 상반된 증언입니다. 게다가 ‘한국타이어가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60여가지’라고 한 2008년 역학조사와도 차이가 큽니다. 역학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증언이기도 한 것입니다. 취재진은 이밖에도 한국타이어가 대덕구청에 제출한 환경 오염물질 배출 신고 목록, 전현직 노동자들의 증언, 공장 내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물질안전보건자료 등을 취재했습니다. 한국타이어 산업재해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취재·연출 김도성 피디 kds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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