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8138406 0722018101248138406 04 0401001 5.18.12-RELEASE 72 JTBC 0

[취재설명서] 판빙빙과 인터폴 총재 '실종사건'…세상에 이런 '법'이

글자크기
JT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구 매체들이 난리법석을 떠는 것은 중국법에 대한 무례, 중국의 반부패 캠페인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법 시스템은 다르다."

지난 8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사설에 실린 내용입니다.

JT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진 설명 : 지난 8일 '서구 매체는 멍훙웨이 건과 관련해 중국법을 이해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제목의 글로벌타임스 사설)

'난리법석'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앞서 5일 외신들은 "멍훙웨이 인터폴 총재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프랑스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언론도 "중국 공안부의 2인자 출신이 사라졌다"고 썼습니다.

그 날은 석달 넘게 자취를 감췄던 세계적 배우 판빙빙이 '반성문'을 들고 나타난 다음날이었습니다. '혹시 이번에도…?' 모두가 중국의 입을 주목했죠.

"멍훙웨이는 법을 위반해 감시와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국가감찰위원회는 7일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멍훙웨이가 집을 나가서 사라진지 13일 만이었습니다.

◇ 묻지도 따질 수도 없는…13일만의 '체포 확인'

그걸로 끝입니다. 언제부터 조사를 받았고 언제까지 조사를 받을 건지. 무슨 혐의 사실로 조사를 받고 있는 건지, 본인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하다못해 어디 안 아프고 건강히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만 모르는 게 아니라, 가족도 변호사도 모릅니다.

JT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JT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진 설명 : 멍훙웨이 인터폴 총재의 아내 그레이스 멍이 "남편을 살려달라"며 공개한 멍 총재의 마지막 메시지(9월 25일). 자신의 전화를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칼 모양의 이모티콘이 전송됐다. )

'세상천지에 이런 법(경우)이 있나' 하실 겁니다. 전세계 언론들이 이 사건을 보도한 기본적인 태도도 그랬습니다. 거기에 중국이 "세상에 이런 법(法)이 있다"고 맞받아친 겁니다. 일단 공격과 방어 포인트가 얼추 맞았으니, 좀 자세히 들어가 보겠습니다.

◇ 세상에 이런 '법'이…중국의 '쌍규'

중국이 말하는 법은'감찰법'으로 보입니다. 멍훙웨이의 조사 사실을 알린 주체가 '국가감찰위원회'인 걸로 봐서 그렇습니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올해 3월에 출범하면서 감찰법도 새로 생겼습니다.이 법엔 '일정한 조건에 해당하는 피조사인은 특정 장소에 유치(留置) 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 다른 법으론 중국의 오랜 관습법인 '쌍규(雙規)'가 있습니다. 중국어로는 '쑤왕꾸이'라고 하는데요, "관계자들이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설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시간과 장소, 이 두가지가 쌍으로 규정돼 조사를 받는다고 해서 쌍규입니다.

일단 쌍규 절차가 시작되면, 시간과 장소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모든 직무가 정지되고 재산이 동결됩니다. 가족이나 변호인과의 접견도 안 됩니다. 기간은 3~4개월이지만, 사안이 중대할 경우엔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합니다. 쌍규는 공산당 내부 조례에 규정돼 9천만명에 가까운 공산당원에게 적용돼 왔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법은 아니죠. 이 쌍규를 대체하겠다고 만든 법이 '감찰법'입니다.

중요한 건, 감찰법이든 쌍규든 누군가를 조용히 가둘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 칸 IMF 총재 vs 멍 인터폴 총재…비교해보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볼까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사설의 또 다른 한 부분입니다.

"2011년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성범죄 혐의로 체포됐다. 미국 경찰은 그의 직위에 대한 고려없이 바로 그를 체포했다. 인터폴 총재가 미국인이었다면, 불법 혐의로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체포됐다면, 그래도 문제가 되는가?"

한 번 볼까요. 칸 총재는 자신이 묵던 호텔 여직원을 성폭행하려고 시도한 뒤, 자기 나라인 프랑스로 도망치다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리고 뉴욕 경찰은 체포 직후 "칸 총재는 강간미수, 불법감금 혐의로 체포됐다"고 발표합니다. 체포 사실이 알려지기 무섭게 총재의 변호인들이 전면에 나서 "알리바이가 있다"며 칸 총재의 무죄를 주장합니다.

JTBC

(▲ 사진 설명 : 2011년 5월 15일 체포된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출처:중앙DB])

사라진지 13일 지나서야 체포 사실이 공식 확인되고, 지금까지도 혐의에 대한 피의자의 입장은 전혀 들을 수 없는 '멍훙웨이'의 경우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 "국제적 명성엔 상처, 반부패 의지 피력"

"다를 뿐이지, 잘못됐다고 비판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중국법 전문가인 경희대 법학과 강효백 교수는JTBC와의 통화에서 "중국 지도부의 강한 반부패 의지가 반영된 규정"이라며, "중국 사회 역시 중국 지도층(공산당원)에 대해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멍흥웨이가 시진핑과 권력투쟁을 벌이다 낙마한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의 측근 인물로 알려져 정치보복을 당했다면 해석은 다를 수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발표한 2016년 보고서를 볼까요? 쌍규 처분을 받은 21명을 조사해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창문이 없는 방에서 12시간 연속 앉아있거나, 12시간 연속 서서 조사를 받는다", "9일간 철제 의자에 손과 발이 묶인 채 조사를 받기도 했다" 2010년 이후 쌍규로 인해 보고된 사망자만 11명이 넘는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지난 5월 "국가감찰위원회가 출범한 이후에도 한 피의자가 조사 도중 사망했다"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도 나왔습니다.

그 사회와 그 구성원들이 "OK"한다고 해서 남들도 "OK" 할 순 없는 일입니다. 중국 역시 세계적인 스타와 국제기구의 총재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사건에 대해 모두가 침묵하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중국은 이번 일로 인권을 무시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습니다.하지만 얻은 것도 있습니다. 미국 잡지 뉴요커는 "중국은 국제적 명성에 상처를 입었지만, 중국 내에선 반부패에 대한 시진핑의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시진핑 정부의 '큰 그림'이었을까요. 멍훙웨이도 언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을 널리 반성하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판빙빙처럼 "당과 국가의 좋은 정책과 인민대중의 사랑과 보호가 없었다면 판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며 "자신이 국가의 도움과 사회의 신뢰를 저버렸다"면서 말이죠.

JT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JTBC

(▲ 사진 설명 : 지난 3일 판빙빙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반성문 [출처: 판빙빙 웨이보] )

김혜미 기자

JTBC, JTBC Content Hub Co., Ltd.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JTBC Content 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