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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이야기] 애플 상담사 "화장실은 허락 맡고 5분 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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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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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에서 콜센터노동자 국회증언대회
애플케어 상담사 "휴식시간 하루 총 30분"

"화장실 가고싶을까 목 아파도 물 마시길 망설여"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애플의 한 서비스 상담사가 "화장실에 5분 이상 머무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대우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콜센터노동자 국회증언대회'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애플·삼성전자서비스·다산콜센터 상담사 노동자 등이 참석해 열악한 업무 실태를 고발했다.

애플 상담사 대표로는 이혜진 애플케어상담사노동조합 부위원장이 나섰다. 애플 상담사는 아이폰·맥·애플워치 등 기기 사용 및 수리와 앱스토어 결제 문의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하지만 애플 코리아 소속은 아니다. 애플코리아는 관련 업무를 전문 업체에 외주하고 있다.

애플 관련 노동자가 공식적 자리에서 증언에 나서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일이다. 이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턱없이 부족한 휴식 시간·불규칙한 점심-출퇴근시간 등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근무시간 9시간 중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한 휴식시간은 총 30분"이라며 "화장실, 물, 담배, 휴식을 모두 그 안에서 해결해야 하며 그마저도 관리자의 승인 없이는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화장실은 5분 내에 해결해야 한다"며 "월경이라도 하는 여자들에겐 불안과 고통이 아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담사 인원 대비 휴게 시설이 협소해 쉴 시간을 허락 맡는다 해도 서 있는 채로 머물 때가 많다는 것이 이 부위원장의 말이다.

점심시간과 출·퇴근시간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 부위원장은 "점심시간은 매일매일 회사에서 정해준다"며 "9시 출근자의 점심은 12시가 될 수도, 3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출퇴근시간 역시 매달 바뀌고 있다. 이처럼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환경 탓에 건강이 악화된 이들도 많다고 한다. 이 부위원장은 "환기시설이 부족해 반나절만에 책상에 새하얀 먼지가 쌓인다"며 "대부분의 상담사들이 비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법적으로 보장된 휴무 및 연차 휴가도 관리자로부터 거절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이 부위원장은 "연차를 왜 승인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같은 현실은 근로기준법 60조 5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일갈했다.

이 부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이 불만을 제기했으나 관리자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싸늘했다. 이 부위원장은 "'상담사들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상담사는 고객과 약속된 시간에 전화를 받아야 하며 고객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된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휴식 및 화장실 등 제한에 협조를 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 남성 관리자는 은행 직원이었던 자신의 아내를 예로 들며 '내 아내도 고객을 응대하느라 방광염을 달고 살았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답했다고 한다.

"목이 아파도 화장실 때문에 물 한 모금 마실까 고민하는 저를 보면서 '이런 회사 그만 두면 되지, 떠나야지'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왜, 우리가 왜 그만두어야 합니까. 우리가 그만둔다고 이 고통이 끝납니까? 회사는 직원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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