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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제는 에너지 자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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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가을바람이 서늘하다. 아침저녁으로 찬 공기는 무더웠던 지난 여름밤의 기억을 까마득하게 밀어낸다. 하지만 지나간 여름의 기억은 혹한의 겨울에 다시 찾아올 것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대표적인 현상이 기상이변이기 때문이다.

올여름은 기상 관측 이래 최고의 폭염과 열대야를 기록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폭염, 혹한, 국지성 폭우와 강력한 태풍 등으로 나타나는 기후변화 현상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내년, 내후년 여름 날씨도 올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렇게 더워지는 지구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약속했다. 최근 인천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기후변화 대응은 특정 국가를 넘어서는 지구적 문제이며 인류의 생존을 위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화석 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유력한 대안이 재생에너지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전국 곳곳에 태양광발전 시설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태양광발전소 건설로 인한 산림면적 감소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림청의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위한 산지전용허가면적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축구장 2000여개 면적에 해당하는 1435만㎡의 산림이 사라졌다.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설치가 산림 훼손과 지역 주민 간 갈등을 빚어내는 현상은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혹자는 화석 연료를 대체하고 가격이 저렴한 원자력이야말로 친환경 발전시설이자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은 방사성 핵 폐기물이라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있다. 더구나 원전의 안전성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방폐장) 건설 등의 요소를 고려한다면 경제성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다각적이고 친환경적인 설치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모든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의 칭화대학교에 건설된 태양광 건물은 전기 사용량의 70%를 자체 생산한다. 일본 요코하마의 다이아빌딩은 외벽 창에 패널을 붙여 건물에 쏟아지는 직사광선을 막고 햇빛을 전기로 바꾼다. 이렇듯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은 최근 각국에서 추진하는 스마트 도시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의 부족한 공간 문제를 고려하면서 도시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도 2022년까지 100만가구에 미니 태양광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에너지 자립은 에너지 소비자에 머물렀던 시민들을 에너지 생산자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여름 폭염과 열대야로 냉방기 사용이 늘자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논의가 활발해졌다. 전기요금 지원은 기후변화 적응 정책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를 지원하는 것은 일시적인 조치로 한계가 분명하다. 냉방기 사용의 증가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악순환 문제도 여전하다.

시민들이 에너지 자립 의지를 갖고 가정마다 발전 설비를 설치한다면 어떨까? 태양광발전으로 전기요금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송배전 설비 확충 부담도 감소되는 효과를 덤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에너지 생산을 지원하는 것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폭염과 혹한이 일상이 된 오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지지하는 대다수 시민에게 에너지 생산, 에너지 자립으로 나아가자고 제안하고 싶다. 에너지 자립만이 오늘의 위기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원시 시대부터 지금까지 태양은 그 자리를 지켜왔다. 착한 에너지 태양광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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