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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구호단체 방북도 금지…비핵화 협상 카드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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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활동가 비자발급 잇단 중단

北 기아, 나이지리아보다 악화

미국 정부가 식량ㆍ의료 등을 지원하는 인도주의 구호단체의 북한 방문을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한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국무원이 미국의 구호단체 활동가에 대한 북한 방문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무원은 지난해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이후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단행했지만 구호단체 만은 예외로 뒀다.

하지만 최근 몇 주 사이에 구호단체 활동가들은 특수 비자 발급을 줄줄이 거부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도인의 벗들(Christian Friends of Korea)’이라는 북한 구호단체는 11명이 9월에 북한을 방문한다는 비자 신청을 했다가 2명이 거절당했으며, 최근 추가 신청도 퇴짜 맞았다고 밝혔다.

2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같은 결정은 최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의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심각한 식량과 의료문제에 처한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 협상 진전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조셉 윤 전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WSJ에서 “북한에 대한 원조 활동 제한은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부진을 타개하고자 양자회담을 하는데 있어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구호단체 비자 발급 허용은 비핵화 협상에서 서로가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대북 제재로 올해 북한에 대한 구호사업자금이 73% 부족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한 바 있다. 북한인구 2500만명 가운데 40%가 영양 부족상태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북한의 기아 수준이 올해 더 심각해졌다는 보고서가 최근 발표됐다.

아일랜드의 국제인도주의단체 컨선월드와이드가 발표한 ‘2018년 세계기아지수’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기아 수준은 세계 11위(34점)로, 상황이 나빠진 나이지리아(16위ㆍ25.5점)보다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구는 매년 10월 전체 인구 중 영양부족 비율, 5세 미만 아동의 저체중과 발육부진, 사망 등을 종합해 기아지수를 산출하는데 순위와 점수가 높을수록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은 지난해 27위(28.2점)였다.

컨선월드와이드 관계자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나 예멘 등 상위권 국가들은 분쟁에 따른 대규모 이주가 기아에 영향을 미친 반면, 북한은 제재로 인한 이동과 교류 제한이 자연재해와 합쳐져 영양부족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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