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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주택가격을 움직였을까 ②] 부동산 대책 한달, 과연 집값은 잡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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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숨고르기… 매물 없고 전세쏠림 움직임 “내 집 마련은 글쎄”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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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8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달이 지났다.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확대, 대출규제 강화, 수도권 신규택지 공급 등을 내세우며 주택시장 안정화를 꾀했지만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과연 서울 집값은 잡힐까.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리서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9월 13일 발표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대책에 대해 ‘효과가 없을 것이다’라는 응답은 49.9%를 차지했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는 응답 대비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이번 대책의 효과에 대해 시장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실제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전방위적인 9.13대책 이후 어떻게 변화했을까.

시장은 숨고르기… 매도자ㆍ매수자 ‘눈치만’ 매물잠김 문제는 여전해

대책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관망세로 돌아서자 거래량이 줄면서 급등하던 아파트값 상승세도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가격 변동률은 각각 0.10%로 9월 셋째 주(0.26%)보다 0.16%포인트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달 3일 0.47%를 기점으로 9.13대책을 앞둔 10일 0.45%로 상승세가 점차 둔화된 데 이어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9월 마지막 주 상승률은 지난 7월 17일 0.10% 이후 2개월 만에 최저수준이다.

지난달 모두 상승률이 0.59%를 기록했던 강남구와 서초구는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면서 상승률이 각각 0.08%, 0.03%로 줄었다. 송파구(0.09%), 강동구(0.08%)로 서울 평균 수준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이며 차분해진 분위기를 나타냈다.

특히 서울 주택 매매시장은 급냉각하기 시작했다. 9.13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거래건수는 전월 거래량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감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13대책 이후 9월 말까지 보름간 강남구에서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논현동 1건, 삼성동 1건, 도곡동 2건, 일원동 1건으로 총 5건에 불과하다. 9월 한 달간 강남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량이 총 566건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 중 561건이 대책 이전에 매매됐다는 의미다. 즉 9.13대책을 기준으로 거래량이 1% 수준도 채 안 되게 급감한 것이다.

주택시장에서 매물이 자취를 감춘 데에는 양도세 부담이 늘어나 임대주택 등록을 선택한 주택 보유자들이 많아졌다는 점 역시 한 몫을 한다. 단기간에 집값이 많이 올라 양도 차익이 그만큼 커졌지만 8.2대책으로 서울에 사는 다주택자가 주택 매도 시 양도세가 10~20%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 임대사업자는 34만5000명, 임대주택 수는 120만3000채로 집계됐다. 임대주택에 등록된 주택은 5년 이상 보유해야 세금혜택을 받게 된다. 바꿔 말하면 120만3000채가 5년간 매물로 나오지 못한다는 의미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에 매물이 풀려야지 가격 안정이 이뤄지지만 거래를 막아놓은 상태에서는 한두 건의 아파트 거래만으로도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면서 “현재는 정부가 고강도의 규제정책을 내놓은 데다 금리인상 이슈 등이 있어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쉽게 거래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서울 개발소식이 들려오면 다시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확 쪼인 정책… 전세시장 몰리나

정부가 발표한 9.13부동산대책은 종부세 대상을 2주택자까지 확대하고 2주택자 이상 다주택자의 주택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꽁꽁 묶었다. 다주택자들의 세금부담을 높이고 신규주택 취급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했다. 특히 9.13정책은 대출 규제라고 불릴 만큼 1주택자마저 주택담보대출 금지 대상으로 넣었다. 수도권에 집을 한 채라도 가지고 있다면 규제지역 안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수도권 규제지역에는 서울을 포함해 과천, 광명, 하남, 성남시 분당구 등이 포함됐다. 이들 지역에 집을 갖고 있을 경우 자녀 교육 목적이거나 근무지가 아무리 멀다고 해도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된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수도권 1주택자는 대출을 받아 집을 추가로 살 생각도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대출이 막히다 보니 오히려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대출이 막힌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올려 자금조달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서구에서 전세로 살고 있던 노 모 씨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공인중개사 측으로부터 들었다. 전세 재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올리겠다고 말한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집주인은 지난 3일 입주하려고 산 주택 잔금을 11월에 치러야 하지만 9.13대책으로 은행 대출이 막히는 바람에 차선책으로 전세보증금 인상을 하게 된 것이다.

노 씨는 “집주인 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 시세가 5억5000만원인데도 불구하고 6억원이 아니면 (전세계약이) 어렵다고 해서 추가 전세금을 마련할 생각에 막막하다”고 말했다.

송파구 송파동에 위치한 K공인중개사 관계자 역시 “집주인들이 대출이 막히니까 전세보증금을 올려서 전세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매매시장은 매물도 없지만 매물이 나오는 대로 거래되고 있다 보니 가격도 사실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전세가격은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전세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말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전세가격 상승률은 0.26%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올랐다. 지난 7월 상승 전환한 이후 2개월 연속 상승폭을 키우면서 전세가격 강세가 이어졌다.

전세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대책 강화로 세금과 대출부담이 늘어나면서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9.13대책 발표 이후인 9월 셋째 주 전세수급지수는 135.8을 기록했다. 4월 말 전세수급지수는 111.4를 기록했지만 근 5개월 만에 24.4포인트 늘어났다. 전세수급지수란 공급부족 비중과 공급충분 비중 등을 산술한 것으로 100을 초과할수록 전세 ‘공급부족’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연이은 주택 매매시장 규제로 전세가 상승폭이 빨라지고 있다”면서 “반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과 보유세 강화로 전세주택 공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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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주택 구입 환경, 나아졌을까?

그렇다면 서울 집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인 정부 정책으로 과연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좀 더 나아졌을까. 앞서 정부는 9.13대책을 내놓으며 ‘투기수요 근절ㆍ실수요자 보호ㆍ맞춤형 대책’ 이라는 3대 원칙에 입각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무주택자는 이번 대출규제에서 벗어나 주택담보대출 제한이 원칙적으로 없다. 단 공시가격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구입 시 2년 안에 전입해야 한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시 고려됐던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에 이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부담비율)이 적용돼 대출규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부분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부담비율이 실행에 들어가면 신용대출 원리금이나 전세보증금 대출 이자까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합쳐 심사하게 돼 개인들의 대출 문이 더욱 좁아지게 된다. 정부가 실수요자를 위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개인이 보유한 모든 대출을 고려해 대출이 실행되기 때문에 무주택자라 해도 신규로 돈을 빌리는 데 제약이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09년 7월 5억원을 넘은 이후 지난달 처음으로 8억원을 돌파했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으로 시세 흐름을 판단하는 지표로 쓰인다. 강남 11개구의 중위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0억원대에 진입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7억238만원으로 사실상 월급을 모아서 서울에서는 집을 사기가 어렵다.

집값이 높아져만 가고 있는 상황에서 무주택자가 주택담보대출 추가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서울 및 수도권은 LTV와 DTI 규제가 강화돼 내 집 마련은 쉽지가 않다.

금감원이 발표한 ‘8.2대책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8.2대책 이전 LTV 40%를 초과해 대출 받은 사람이 전체 대출자의 81%에 달한다는 내용은 대다수가 대출에 기대 내 집을 마련한다는 반증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새로 바뀐 대출규제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수요자 30%의 대출한도가 줄어든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9.13대책으로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추가 대출 규제가 없었다지만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여건은 바뀌지 않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LTV나 DTI는 은행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면서 “대출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소득이 낮고 자산이 없는 사람들의 유동성을 쪼이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자산가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금리인상으로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 역시 무주택자들이 주택 구입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무주택자들과 1주택 실수요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높기 때문이다.

위험회피 이론에 따르면 위험회피 성향이 작은 개인은 주택 구입을 선택하지만 위험회피 성향이 큰 개인은 반대로 전세 전략을 선택하는 현상을 나타낸다. 그리고 더 많은 자산을 가진 개인은 상대적으로 작은 위험회피 성향을 가지게 되고 적은 자산을 가진 개인은 상대적으로 많은 위험회피 성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주택을 구입하느냐 혹은 전세를 선택하느냐에 영향을 미친다.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건설부동산 부문 수석연구원은 “위험회피 성향이란 이익을 볼 때의 기쁨과 손실을 볼 때의 슬픔을 비교했을 때 그 두 개가 대칭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성향”이라면서 “무주택자나 1주택자는 다주택자들보다 가지고 있는 자산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때를 더 두려워해 주택 구입보다 전세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정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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