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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 해제' 한국이 미국에 '노'(No)라고 못했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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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욕=이제원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독자적인 ‘5.24 제재’ 해제 검토 발언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 장관의 발언에 “그들이 우리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직접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한국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말함으로써 주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정부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나서서 “5.24 제재 해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고 서둘러 해명했다. 한국이 이처럼 뒤로 물러서자 뉴욕 타임스(NYT)는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미국에서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정부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지 새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이 물러섰나

뉴욕 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발언 이후에 한국이 제재 완화에 관해 뒤로 물러섰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필요 발언이 나오자 외교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고 전했다. NYT는 “강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정부를 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면서 “트럼프 정부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지렛대가 대북 제재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한국이 제재 해제를 시사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이행을 훼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대오를 이탈할 수 있는 것처럼 비쳤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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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미소를 지으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NYT는 조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 국감에서 5.24 제재 해제에 관해 “북한이 원인이 된 천안함 관련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제재 해제를)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변신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에 ‘노’라고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문 대통령은 또 대선 후보 당시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의 한국 배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군사력 동원에 반대했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취임 이후에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지혜를 터득했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 맞추기에 나서는 법을 배웠다고 NYT가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이고, 남북한 데탕트의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다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사드 배치를 수용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도 동의했다.

◆트럼프의 ‘승인’ 발언 논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대북 제재를 해제하려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한국 사회에서 논란을 야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미숙하게 발언을 함으로써 그가 한국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NYT는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일부 진보 성향의 정치인과 학생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강도 같다’고 규탄하고, 한국을 ‘식민지’처럼 취급한다고 성토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일부 시위자는 ‘우리가 미국의 승인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문구가 새겨진 팻말을 들고 나왔다고 이 신문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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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6일 미 캔자스주 토페카의 선거지원 유세 도중 팔을 굽혀 알통을 만들어 보이는 모습. AP연합뉴스


NYT는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개가 짖어도 열차는 간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발언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감에서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북한을 대변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것 아니냐고 따졌다고 이 신문이 소개했다.

한국 정부는 비핵화 진전 없이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한·미 양국 간에 대북 포용의 속도를 놓고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미국은 대북 제재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한국은 남북 관계 개선을 진전시키는 것이 북한에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 경협과 교류를 확대하려고 한다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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