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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협상 과속으로 한·미 혈맹 깰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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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남북 협상 과속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제 “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것도 못한다”고 못을 박았다. 관계부처가 5·24 제재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강경화 외교장관의 발언에 대한 반응치고는 매우 강경하고 노골적이다. 말하자면 미국 대통령이 주권 감정을 자극할 수도 있는 ‘승인’이란 단어까지 써가며 우리 정부에에 공개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한·미 간 불협화음은 진작부터 불거지고 있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남북정상회담 직전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우리 정부의 독자 행동에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사전 조율 없이 발표 직전 미국에 통보한 남북철도 연내 착공과 군사 합의가 불씨였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지난달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모든 비무장지대 활동은 유엔군사령부 소관”이라며 남북의 일방적 군사 합의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 장관의 발언은 그제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금강산 관광을 가로막고 있는 5·24 조치의 해제 용의를 묻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답변하면서 나왔다. 정부가 내부적으로 이미 해제 방침을 굳힌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다. 강 장관이 애초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했다가 문제가 되자 말을 바꾼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정부가 5·24 제재 해제 방침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올해에만 3차례나 열리는 등 한반도 긴장이 크게 완화됐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움직임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해 아직도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떼쓰며 사과를 거부하고 있는 터에 해제란 있을 수 없다. 설령 해제한다고 해도 천안함 희생 장병들과 그 유가족들에게 충분한 예의부터 갖추는 게 먼저다.

한·미 공조가 흔들려서도 곤란하다.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완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 장관 발언 하루 전에도 확인한 미국의 확고한 방침이다.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려는 조바심으로 70년 혈맹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만큼 어리석은 선택도 없다. 남북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너무 앞질러 나가서도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