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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알바 3만개' 급조해 고용 참사 눈속임하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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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기업·공공기관 등을 총동원해 단기 일자리 약 3만개를 급조한다고 한다. 산하기관과 공기업, 각종 협회·외청 등으로 하여금 2개월~1년짜리 임시직이나 인턴·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주도로 고용부·국토부 등이 범정부 차원에서 나서 산하기관에 공문을 보내고 채용 실적을 기관장 평가에 반영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이미 LH·코레일·농어촌공사 등이 '전세 임대주택 물색 도우미'니 '체험형 인턴' 같은 이름을 붙여 많게는 수천 명 규모의 아르바이트 채용을 시작했다.

매월 30만명 안팎이던 일자리 증가가 지난 8월엔 3000명으로 떨어졌다. 세금 54조원을 쓴 결과다. 9월엔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그러자 단기 알바를 급조해 통계를 바꾸려고 한다. 사실상 통계 조작이고 도저히 정부 대책이라고 할 수 없는 용렬한 행태다. 대통령이 "좋은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고 한 그날 이런 행태가 드러났다.

정부가 늘렸다는 '가짜 일자리'가 막대한 국민 세금을 삼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추경예산 11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6만7000개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그 절반이 '60대 알바' 일자리였다. 보육 시설 봉사나 독거 노인 안부 확인, 휴지 줍기 등을 하고 일당을 받는 몇 개월짜리 일자리에 세금을 수조원 뿌렸다. 서울시가 올 상반기 만들었다는 일자리 5000개 역시 금연 구역 지킴이 같은 일당 4만5000원짜리 '어르신 알바'가 태반이다. 정부 평가를 받는 공공기관들은 알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남동발전은 5만여개, 산림청은 2만개를 만든다고 한다. 지원이 끊기면 사라질 가짜 일자리 만들기 경쟁이다.

일자리는 세금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가 만드는 것이다.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고 법인세 부담을 줄이고 노동시장을 개혁하면 기업들이 자진해서 새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면 가계소득이 늘고 소비가 살고 기업은 더 투자해 일자리는 계속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정부는 이 정공법을 버리고 세금 퍼붓는 잘못된 처방을 계속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너무 급격히 올려 젊은이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결과를 낳았다. 잘못된 정책을 고치는 대신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겠다고 고집한다. 그러더니 이제 알바를 급조해 '좋은 숫자 만들기'도 하려 한다. 본질은 어떤 병(病)이 들든 겉 포장으로 잘 보이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이 일자리 문제까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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