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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전시 영상톡]"4~5m 장대한 화면..조선 미술의 백미"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조선 병풍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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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병풍의 나라' 10월3일~12월23일까지 -8개 주제로 나눠 조선 병풍 76점 소개 -전승창 관장 "전통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

다섯 개의 큰 봉우리 사이로 해와 달을 배치한 '일월오봉도'는 임금을 상징하는 병풍이다. 오로지 국왕만이 이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실내외를 막론하고 임금이 자리하는 곳은 이 병풍이 설치됐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의 영향으로 '병풍의 나라'라고 할 만큼 다양한 병풍이 의례와 행사에 사용됐다. 병풍은 서서히 민화와 결합하면서 민간으로 퍼져 나갔고 절경을 기록하거나, 장수를 염원하고, 소설 내용을 요약하는가 하면 유행하는 물품을 그려 넣는 등 다양한 내용으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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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10월 3일부터 12월 23일까지 조선시대에 제작된 다양한 병풍을 한자리에 모은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를 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8개의 주제로 나눠 국내 10여개 기관 및 개인소장 병풍 76점을 소개한다.

전승창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관장은 "4~5m의 장대한 화면이 펼쳐지는 병풍은 조선을 대표하는 가장 커다란 전통 회화이지만 오히려 병풍 자체를 조명한 전시나 연구는 드물었다" 며 "이번 전시는 병풍이 유행했던 조선시대의 작품을 비롯하여 전통을 잇는 근대의 몇몇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전통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살펴보기 위하여 기획됐다"고 말했다.

76점의 병풍은 대부분 8폭으로 구성됐지만, 적게는 2폭부터 많게는 10폭의 그림이 있다. 그림 수만으로 따지면 600점 이상의 회화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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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문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학예2팀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병풍의 크기가 기본적으로 공간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돼서 분위기를 연출하는 시각미와 조형미가 있다. 병풍을 접었을 때 크기는 보통 0.9m에서 2m를 넘지 않지만, 펴면 3.5m에서 4m 정도 된다" 며 "전통가옥을 이해하면 작품을 보는데 한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총 8개 공간으로 나눠 병풍이 담고 있는 내용이 겹치지 않도록 주제별로 배치했다.

첫 번째 방이자 입구에 전시한 작품은 가로 6.1m 세로 2.3m 크기의 '금강산도10폭병풍'이다. 최근 남북 간의 평화 분위기 조성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 방에는 병풍이 지니고 있는 구조와 보전해 나가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하상군선도10폭병풍'과 장황(비단이나 두꺼운 종이를 발라서 책이나 화첩, 족자 따위를 만드는 것)을 교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을 전시했다.

세 번째 방에서는 '일월오봉도8폭병풍'을 통해 궁중에서 병풍이 어떤 목적으로 제작되고 사용됐는지 보여준다.

민간으로 병풍이 확산하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병풍을 통해서 현실에 대한 소망을 기원하고 염원했는지를 볼 수 있는 민화풍의 작품이라든지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네 번째 방에서 선보인다.

다섯 번째 방에서는 병풍에 교훈 문자를 새겨 넣은 작품들이 모여 있고, 여섯 번째 방에서는 군자를 상징하는 매화도를 볼 수 있다.

일곱 번째 방에서는 풍경과 책가도, 자수 형식으로 된 작품을 모았으며, 마지막 방에는 병풍이 근대화단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볼 수 있는 근대 화풍의 작품들이 모여 있다.

전시를 기획한 편지혜 큐레이터는 "병풍이 따분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서 우리 전통 미술이 현대미술 못지않게 화려하고 장쾌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병풍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메시지를 주고 있는데 그런 요소요소들을 세세하게 다 얻어 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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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일만 이천봉이 사람으로 표현된 '금강산도10폭병풍'

가로 6.1m, 세로 2.3m의 장대한 크기의 병풍에는 채색이 아닌 수묵으로만 금강산 봉우리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고, 지명은 빨간색 글씨로 쓰여 있다.

특히 봉우리 하나하나가 사람의 모습으로 의인화돼 있고 말의 얼굴을 표현한 '마면봉', 소의 모습을 표현한 '우두봉' 등 실제 지명이 표현돼 있어 민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편 큐레이터는 "금강산은 지금도 가기 힘든 곳이지만 조선시대에도 거리가 멀고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며 "예전부터 불교와 도교에서 영이 강한 신성한 공간으로 여겼기 때문에 병풍을 만들어서 집안에 설치해 가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곤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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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가 독일인 볼터에 선물한 '해상군선도10폭병풍'

'해상군선도10폭병풍'은 곤륜산에 사는 최고위 여신인 서왕모(西王母)의 생일잔치에 참석하러 가는 여덟 신선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오른쪽부터 수노인, 황초평, 삼선, 자염도사, 복록수 삼성, 선동, 조국구, 청오자 등이 묘사돼있다.
이 병풍은 고종황제가 대한민국 최초의 외국인 회사인 세창양행의 공동 창업주였던 독일인 칼 안드레아스 볼터에게 건강과 장수를 축원하는 의미로 1908년에 선물한 것이다.
이후 이 작품은 볼터의 손녀인 미셀 예거후버에게 상속됐고, 2013년 6월 서울옥션 경매를 통해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오게 됐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입수했을 당시 이 작품은 장황 부분이 훼손돼 있었다. 그 부분을 보존 처리하는 과정도 이번 전시를 통해서 선보이게 됐다.

보존처리 과정은 그림과 비단을 해체하고 세척 작업을 한 다음에 재결합한다. 이 과정에서 글씨를 써놓은 종이가 발견됐다.

편 큐레이터는 "배접지인데 비단을 병풍에 부착할 때 바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종이를 9~10겹 붙인 다음에 비단을 붙인다" 며 "예전에는 종이가 귀했기 때문에 글씨를 연습했던 연습장 종이를 배접지로 사용해서 병풍을 제작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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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일월오봉도8폭병풍'

해와 달, 다섯 개의 명산을 배치해서 왕을 상징하는 시각적 매체로 쓰였던 병풍이 '일월오봉도'이다. 이 병풍은 오로지 국왕만이 사용할 수 있었으며, 임금이 자리하는 곳에서 존재와 권위를 높이기 위한 장치로써 쓰였다.

일월오봉도의 도상은 지배자의 복식을 장식하는 문양으로 중국 고대에서부터 사용되었던 해, 달, 성진, 오악 등을 포함한 십이장과 군주의 덕성을 상징하고 보호하는 각종 자연물과 관련이 있다. 1902년 고종의 궁중 연향을 그린 '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에도 이 병풍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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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의 마지막 잔치를 그린 '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

'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은 고종의 마지막 잔치였던 51세 생일(망육순)과 즉위 40주년을 송축하기 위한 행사를 그렸다. 오른쪽부터 시간 순서대로 왕이 외빈을 초청해 베푸는 외진연(外進宴), 왕후가 내빈을 초대해 베푸는 내진연(內進宴), 저녁에 연 야진연, 황태자가 중심이 되어 다음날에 다시 베푸는 익일회작이 묘사되었다.

내진연에는 대한제국 태극기와 총을 든 신식 군대의 모습이 보이고, 야진연에는 촛대 등 조명시설을 설치한 것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조선시대에는 왕을 신성시했기 때문에 왕의 모습을 그릴 수 없었다. 이 작품에서도 왕의 모습은 없고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일월오봉도병풍'이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이 중요한 것은 고종이 근대국가로 변경하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한 것이 반영돼 있고 그 당시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은 덕수궁 중화전이 1층이지만 그림에는 2층으로 그려져 있다. 중화전은 원래 2층으로 지어 졌다가 1904년에 불이 나면서 소실됐다. 그 이전의 모습을 그림으로 알 수 있는 사료로 가치가 높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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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분양 팔자'라는 말을 탄생시킨 '곽분양행락도8폭병풍'

병풍 중앙에 인자한 인상의 할아버지가 앉아 있고, 주변에는 8명의 아들과 7명의 사위가 보인다. 왼쪽에는 연회를 즐기는 남성들이 있고 오른쪽에는 화장하거나 자수를 두는 여인과 뛰어노는 손자들이 보인다. 작품은 선명하고 화려한 색채로 치밀하게 묘사되어 숙련된 화원의 필치를 엿볼 수 있다.

곽분양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당나라 명장 곡자의의 생일 연회를 묘사한 그림이다. 평생 부귀와 복록을 누리며 장수하였고 8명의 아들과 7명의 사위 역시 입신양명했다. 조선시대에도 성공의 아이콘으로 여겨져 그의 이야기가 병풍으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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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도10폭병풍'

해, 물, 돌, 구름, 소나무, 대나무, 거북, 학, 사슴, 영지 등 오래 산다는 열가지 자연물과 동식물 담은 '십장생도10폭병풍'은 무병장수와 안녕을 기원한다.

그림 가운데에 영지를 먹고 있는 사슴의 모습도 있다. 영지는 다른 이름으로 불로초라고 불렸기 때문에 장수를 기원하는 것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편 큐레이터는 "특이한 게 다른 그림에서는 나무가 양쪽에 배치가 되는데 이 작품은 중앙에 배치됐다" 며 "궁궐에서 순종이 천연두에 걸렸다가 낫게 되는데 축하하는 의미로 여러 개의 십장생도를 그려 나눠 가지게 된다. 그중에서 한 점이 아닐까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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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자수 장인이 한 땀 한 땀 제작한 '자수매화도10폭병풍'

도화서(圖畵署) 화원이었던 석연 양기훈의 초본을 바탕으로 제작한 자수병풍도 눈에 띈다.
작품은 가운데에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핀 매화나무가 배치되어 있고 왼쪽에는 당나라 정곡의 매화를 찬양한 시를 적어 놔서 운치를 더한다.

자수는 평안도 안주 지역에서 활동했던 남자 자수 장인들이 놓았으며 매화는 물론 시와 직인까지 자수로 제작했다.

"자수 실이 굉장히 굵은 것이 안주 자수의 특징이다. 그래서 힘이 많이 필요했고 남자 자수 장인들이 굉장히 자수를 잘 놔서 특산품처럼 제작됐던 자수병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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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보물로 지정된 혜산 유숙이 남긴 거의 유일한 매화도 병풍인 '홍백매도8폭병풍', 불투명한 하늘과 황토색 산을 배경으로 중국풍 전각을 전면에 배치한 '누각도8폭병풍', 검은 비단에 금니(금박가루를 아교풀에 갠 것)로 그린 양기훈의 '금니노안도6폭병풍', 보름달 아래 울창한 죽림을 대폭의 화면에 운치 있게 표현한 해강 김규진의 '월하죽림도10폭병풍', 평양성 일대 풍경과 평안감사 행렬을 담은 '기성도8폭병풍', 2100여 명의 인물이 성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그린 도시풍속화 '태평성시도8폭병풍', 섬세한 필선과 사실적인 묘사로 해녀를 그려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김기창의 '해녀도2폭가리개' 등이 전시됐다.
홍준성 기자 jsho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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