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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선 존경 못 받는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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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시민 “동상 건립 반대”

한국일보

마하트마 간디.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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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말라위 시민들이 자국 내에 인도 독립운동가 마하트마 간디 동상을 세우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간디가 흑인을 멸시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게 이유다.

10일(현지시간)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온라인상에서 진행된 간디 동상 건립 반대 청원 운동에 2,500명 이상이 서명했다. 말라위 정부는 최근 인도 정부가 말라위 남부 최대 도시인 블랜타이어에 아트콘퍼런스센터 건설 비용을 대는 조건으로 요구한 간디 동상 건립을 수락했다. 반대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말라위 활동가 음팜비라 아우브레이 캄베와는 “여러 간행물에서 간디가 흑인을 비하한 발언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그런데도 말라위 정부는 국민에게 동상 건립 계획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분노했다.

특히 돈과 국가의 존엄을 맞바꾼 대목에서 말라위 시민들은 큰 반감을 드러냈다. 대학생인 라치드 마탕키는 “어떤 부정적 영향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상대가 내미는 조건을 무턱대고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 정부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말라위 일간 네이션도 비판에 가세했다. 네이션지는 “간디가 중요한 역사적 인물임을 부인할 순 없지만, 아프리카 자유를 위해 투쟁한 말라위 영웅들이 많은데도, 우리가 동상을 세워 간디에게 경의를 표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간디는 아프리카에서만큼은 논쟁적 인물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대의 애쉰 데사이 교수와 쿠아줄루 나탈대의 굴람 바헤드 교수가 공동 집필한 ‘남아공 사람 간디’는 간디가 21년 간 남아공에 거주하며 남아공 흑인을 ‘깜둥이(kaffirs)’라고 폄하하는 등 흑인을 차별했다고 적고 있다. 간디를 연구한 티르탱카르 찬다도 프랑스 매체인 RFI에서 “간디는 1893년에 남아공에 왔으며, 인종차별주의자였다”고 평가했다.

이런 이유로 앞서 가나에서 간디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2016년 가나대 교수들은 간디가 흑인을 차별한 점을 문제 삼으며 교내에 세워진 간디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말라위의 활동가인 지미 카인자는 “(간디 문제는)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장시켜 생각해야 할 문제”라며 “적어도 아프리카와 흑인의 시각에서 간디는 영웅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센터 건설 감독 역할을 맡은 블랜타이어 의회의 안토니 카순다 대변인은 “동상은 인도 정부가 짓는 것이다. 동상을 세운다고 말라위 정부가 간디를 존경하는 게 아니다”라며 기존 계획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